내가 버린 건 쓰레기가 아닌 나의 하루였다.

가만히 두면 쌓이는 것들

by 담숨

매일 하는 집안일들. 요리, 청소, 설거지. 해도 티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나 둘 쌓이게 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마음을 고쳐먹고 설거지부터 천천히 시작해 본다. 미뤄왔던 묵은 때가 밀려나가듯 보이지 않던 바닥이 보이고 깔끔해진 그릇과 함께 내 마음도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오늘은 청소부터 시작한 하루인 만큼 나의 마음의 묵은 때가 나의 게으름이 천천히 밀리고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한걸음, 한 가지 행동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 하나쯤은 괜찮겠지', '설거지 나중에 해도 되겠지', '자고 일어나서 하자' 이런 생각과 습관들이 모여서 쾌적하지 못한 환경뿐만 아니라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달리 말하면 처음 시작하는 한 접시의 설거지가 단 한 번의 빗자루질이 나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느끼며 작은 행동과 실천의 위대함에 다시금 나는 감탄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은 청소미화원이 아닐까 아침 일찍 사람들의 흔적들을 깔끔히 쓸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에게 깨끗한 마음가짐을 선물해 주는 그가 있어 거리에 활기가 넘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시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집안일도 쌓이고 내 마음도 웅크린 채로 가만히 잠들게 된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 해야지'하면서도 실행이란 과제를 내일로 미루는 '나'자신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쌓인 먼지와 쓰레기는 내 마음을 깊숙이 찌르며 짜증과 불쾌함을 하나 둘 버리고 있었다. 내가 버린 건 쓰레기가 아닌 나의 하루였다.

설령 또다시 집안일이 쌓일지라도 다시 반복해서 다짐하고 실천하는 내가 있는 한 나는 다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지치고 힘들지라도 다시 눈 한번 딱 감고 딱 한걸음만 앞으로 나가면 생각보다 많이 나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