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5억은 가볍게 넘어가는 경기권 집값을 바라보며 허리띠를 졸라매어, 100만 원씩 저축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아등바등 대출금을 갚아가는 모습은 지독히도 따분하고 숨 막혔다.
월급 300 받기도 힘든 세상에서 내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답은 이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단타로 시작했다. 테마주에 올라타 3초도 안 되는 순간에 10만 원을 벌었다. 시급의 10배를 3초 만에 벌어보니,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2초도 안 되는 순간에 20만 원을 잃었다.
내가 못해서 잃었다고 생각했다. 여우굴에서 버티면 여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2년간 차트와 세력에 대해 공부했다. 한 번의 큰 수익과 몇 번의 작은 손실. 몇 번의 작은 승리와 한 번의 큰 손실. 고작 100만 원으로 시작한 거래의 거래대금은 3억이 넘어갔다.
하지만 거래수수료와 음의 복리는 나의 계좌를 깎아먹었다. 호가창의 단주거래, 뉴스와 동시에 오르는 주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껴졌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버핏을 보며 장기투자의 길을 바라봤다. Per와 PBR, 매출과 영업이익률, 배당률까지. 밸류체인과 환율, 금리. 하나씩 배워가며 돈을 넣었다.
장기투자를 믿으며 6개월간 주가는 떨어졌다. 뉴스는 호재였다. 종목토론방을 기웃거리니 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한다. 부채율이 높아 이자 때문에 영업이익이 깎인단다. 개잡주를 선택한 내가 부족한 거겠지 믿었다. 분할상장을 만나고, 공매도를 알게 되고, 프로그램 매매도 알게 되고,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알게 되고. 5년간 시장에 머물렀지만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계속 돈을 넣고, 잃고, 벌고, 다시 잃었다. 내가 부족해서 간절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몇 번의 수익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스윙을 하지 않으면 출루율을 알 수 없다는 걸 알아도 더 이상 매수버튼에 손가락이 올라가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지도, 매수하고 싶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