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버린 말은 어디로 가는 걸까.
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줘본 적이 있나요?
초등학생 때 있죠. 원래는 혼날 때마다 말대꾸하고 싶던걸 잔소리 더 오래 듣기 싫어서 참았었는데, 그날따라 억울한 거 있죠? 잠자코 듣는 척일 뿐 나는 아직 수긍 못했는데, 가만히 듣고 있는 나를 보고 만족감을 느껴 보이는 듯해서 열도 받았죠. 그러니까 이해는 가는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지기 싫어서? 말을 정말 굉장히 못되게 했죠. 그러고 조금 지나 생각해 보니 후회되는 거예요. 그때 화가 났던 것도 진심이지만, 저지른 이후 미안한 마음도 진심인데 나는 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이 들었죠. 진심은 변하는 거였어요. 순간의 격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졌고, 남는 건 다듬어진 마음이란 걸. 그때 저의 솔직한 진심은 이기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 기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져도 아니다 싶으면 굳이 말을 꺼내기보다는 삼키게 되었어요. 영 아니다 싶으면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얘기하곤 했죠. 하지만 어딘가 답답했죠. 삼키다 보니 점점 버거운 덩어리가 남아서 결국 중요한 말은 하지 못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계속했는데, 점점 나를 의심하게 되는 거예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내 진심이 맞을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달라질 텐데. 그리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내가 참는 만큼 상대방은 참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이런 관계가 맞는 것인가 생각이 몇 년이 지나서야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 있죠. 그렇지만 여전히 진심이란 건 잘 모르겠어서 하던 대로 몇 년이 더 지나고 잊어가는 중이었는데..
그러다가 참지 않고 진심을 뱉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했어요. 지금 말해야만 할 것 같고, 솔직해야만 오해를 사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급해져서는 마구 뱉어냈죠. 그래도 단어 하나하나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히, 솔직한 진심으로만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섭섭한 거나, 좋은 거나, 미안한 거나, 고마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말이에요. 감정이 널뛰는 그때는 내가 내뱉은 솔직한 표현을 감당하는 게 상대방이라는 걸 몰랐어요. 단지 내 진심을 알아주기만을 바랬죠. 의도와 다르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때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결이었던 진심과 솔직함에 대한 고민, 부모님께 실수했던 상황이 떠오르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니까. 슬프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분명 지금 내 마음도 진심이고, 오해받고 싶지 않고, 상황이나 시간이 지날 때마다 바뀌는 것도 진심인데. 심지어 그때 밖에 표현 못할 타이밍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요.
그렇지만 상대를 위한 솔직함도 착한 거짓말도 어쩌면 진심이 아닌 걸까 스스로 되묻곤 해요. 뱉어내려는 이 몇 마디가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하지만 동시에 답답해요. 나중에 얘기하자니 나만 속 좁은 사람인가 싶고, 그때까지 상대가 나의 답이 없이 기다릴 수 있을까 싶죠. 그것까지 다 감당해야만 비로소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것만 같아서, 진심이란 항상 어렵네요.
사랑한단 마음을 사랑한다잖아
솔직하고 싶은 마음만 솔직한 거고
미안하고 싶은 마음만 미안한 거지 근데 그게 우리 진심인데.
<죄책감이> -윤지영-
우연히 윤지영 님의 <죄책감이>라는 곡을 듣게 되었는데, '진심하나 없는 미안해는 그저 죄책감 덜기일 뿐이죠'라는 가사, '근데 그게 우리 진심인데'라는 가사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기린처럼 목이 긴 것도 아닌데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참아내면 그건 참아낸 건지, 진심이 아니었던 건지 모르겠어요.
내게 진심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솔직함은 진심일까요 아니면 이기심일까요
시간이 지나 무뎌진 것은 진심이었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완전히 이해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데, 오해받고 싶지는 않은걸요. 하지만 진심이란 이름의 솔직한 마음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면 오로지 참는 것이 맞을까요. 그럼 그렇게 참아낸 나는 당신에게 진실된 사람이 맞기는 한 걸까요. 도대체 뭐가 내 진심인지 알 수가 없네요.
사실은 건네야 할, 아니면 삼켜야 할 이유만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아직 답을 내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저에게 진심이란 내가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지, 그 고민에 대해 답을 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