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서사와 캐릭터성, 그러나 아쉬운 캐릭터 활용
이 리뷰에는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존재합니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될 것 같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고, 영화를 감상한 후 읽으시길 바랍니다.
스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한 이야기로 2학년이 되면, 신입생시절에 비해 학문이나 다른 부분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프로스포츠의 2년 차 징크스를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이런 2년 차 징크스는 영화나 드라마의 시즌제에서도 간간히 적용되고는 합니다. 이 징크스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대작이 되었던 터미네이터2 이후의 시리즈들이 줄지어 망하게 된 것들이나 그 외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작을 뛰어넘지 못하는 속편이 되는 경우는 꽤나 많은 사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널을 불러일으켰고, 이정재를 세계적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26일, 오징어게임의 속편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 전부터 세계적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퇴근 후에 정주행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런데............. 평가가 매우 미묘합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보았지만, 시즌1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조금 많아 보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2년 차 징크스인 스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더군요.
오징어게임이 그렇게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465명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현실에서 흔히 보고 접하고, 또 나의 경험일 수도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작금의 현실에 투영할 수 있는 현실적 인물들이 탈락이 곧 죽음이라고 하는 영화적 설정과 맞물려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어렸을 적 한 번쯤은 해봤을 놀이로 데스게임을 선정했던 것 역시도 오징어게임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오징어게임 시즌1은 어설픈 스토리 라인, 매력 없는 캐릭터들이 대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게임이 시즌제 드라마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까닭일 수도 있지만, 성기훈과 조상우, 오일남을 제외하고는 캐릭터성이 지극히 평면적이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탈북자 출신의 강새벽과 외국인 노동자 출신의 알리 압둘, 깡패 두목이었던 장덕수 등 일반인이 경험하기 힘든 그들의 구성 성분은 그들 캐릭터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시즌2를 시즌1보다 조금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캐릭터들의 다양성입니다. 나름 드라마에서 두각을 받는 캐릭터들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로 채웠고 그들에게도 적지 않은 서사를 제공했습니다.
코인 사기로 인해 전재산을 잃고 자신의 연인과 아이까지 버린 이명기, 성격 좋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으나 외강내유의 강대호, 만삭의 몸으로 게임에 참가한 김준희, 도박으로 모든 걸 다 잃은 박용식과 아들을 위해 게임에 참가한 장금자, 특전사 출신이었으나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모든 걸 잃었던 조현주, 불치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한 수술자금을 위해 참석한 박경석, 시즌1에서 잠시 출현했고 성기훈과 함께 노조투쟁을 벌이고 많은 것을 잃었던 친구 박정배 등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이 시즌1에 비해 더 다양해졌고 공감하기에 쉬운 인물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착한 인간'이기만 했던 성기훈에게 더 다양한 서사와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딸을 보러 미국으로 가지 못했던 아빠의 감정을 자극한 임산부 준희와 친구 정배의 존재는 성기훈이 왜 이 게임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하는지를 설명하고 보조해 주었습니다.
또한 시즌1과는 다르게 관리자 측을 조명하고 해당 이야기와 인물을 배치한 것 역시 긍정적으로 볼 만합니다. 시즌1에서는 황준호가 관리자로 위장하여 비밀을 파헤치려 했고, 결국 리타이어 되었으며 황준호 파트를 통째로 들어내더라도 극의 감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북에 아이를 두고 온 강노을 캐릭터와 딸을 살리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박경석간의 관계 설정으로 강노을 캐릭터에 서사가 제공되고 있고 시즌3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또한 시즌1에서는 의미 없는 캐릭터에 불과하던 황준호의 역할이 시즌2에 들어서 개연성이 부여되어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 것 역시도 장점으로 다룰 만합니다. 거기에 황준호를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던 오달수의 마지막 배신의 과정 역시도 시즌3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여줍니다.
게임 종목 역시도 시즌1에 비해 조금은 공정하게 바뀐 부분도 칭찬할만합니다. 오로지 운 적인 요소에 의지했던 달고나 뽑기와 다리 건너기에 비해 5인 6각으로 진행되었던 팀전과, 짝짓기 게임은 운 적인 요소는 줄이고 팀 간의 협동과 개인의 순발력에 의한 게임 진행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 활용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시즌1에서의 한미녀 캐릭터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다 하던 인물이 갑작스레 장덕수와 동귀어진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시즌1의 한미녀와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 용궁 선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언가 있는 척 이야기를 하는데, 실상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분탕질을 위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시즌3가 남아있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저 그런 캐릭터로 남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죠. 또한 탑이 열연한 타노스 역시도 용궁 선녀와 마찬가지로 그저 분탕질만 치는 캐릭터로 남아 버렸습니다. 시즌1의 장덕수처럼 막강한 무력과 포스로 극을 주도하는 캐릭터도 아니었을뿐더러 결국은 이명기에게 죽음을 당하고 허무하게 퇴장당하죠. 탑의 캐스팅 논란으로 타노스의 분량이 어느 정도나 편집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캐릭터 활용도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민수와 세미의 서사 역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새미의 캐릭터성이 중반까지는 좋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새미역에 원지안 배우가 D.P 편에서 나왔던 그 청순한 외모의 배우가 맞는지 의심될 만큼 외모적 변화와 연기로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내세웠고 타노스와의 관계에서 어떤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으나, 실상은 타노스와 새미는 허무하게 극에서 탈락합니다.
오징어게임 전체적으로 시즌2가 시즌1에 비해서 재미가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유사성입니다. 현실의 세계를 그대로 극에 담고 게임의 실패가 곧 죽음이라는 규칙으로 이루어지고, 오직 살아남아 상금을 획득한다는 단순한 설정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함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게임은 달라지었을지언정, 시즌1과 내용 자체는 동일합니다. 나름 시즌1과는 차별화를 위해 게임 중간마다 투표를 하게 만들고, 병정들을 습격하여 컨트롤 타워를 공격하는 등의 차별화를 두었지만, 총을 쏘고 죽는다는 기본 플룻에는 변화가 없는데다가 데스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산만함도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특별출연에 불과하던 공유에게 나름 긴 서사를 부여하고 활약하게 했으며, 프론트맨인 이병헌이 직접 게임에 참가시키고, 황준호가 외부에서 이를 찾고 희생자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다양한 변수를 주었지만 기본 플룻의 한계로 작용하여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속편으로 평가하는 터미네이터2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반전에 있습니다. 추격자에게 쫓기고 미래의 영웅과 그를 수호하는 수호자라는 기본 플룻은 똑같았으나 여기서 확실한 반전을 선사합니다. 1에서 추격자의 역할을 했던 터미네이터가 2에서는 수호자로 등장하며 카타리시스를 제공했으며, 1에서는 보호받아야 하고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연약한 여주인공에서 운명에 저항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한 여전사로 거듭났던 사라 코너의 존재가 터미네이터2의 엄청난 흥행과 인기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의 활용과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한 부분은 오징어게임 시즌2의 발전된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시즌1에 비해서 보다 많은 주변인물들의 등장과 해결되지 않았던 몇몇 이야기 서사들과 떡밥들이 시즌3을 통해 어떻게 회수되고 전개가 되느냐에 따라 시즌2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회에서는 오징어게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가 주는 의의와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