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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나남 Jan 24. 2021

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책이 있었다

두 번째 기회와 내 인생의 책Ⅰ

  

인생에는 흔히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나에게 첫 번째 기회는 교원 임용고시였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교직 생활 17년 차에 왔다.

J 과학고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일본어 교사가 과학고에서 2학년 담임을 했다. 

전대미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선생님이 담임한다. 

그 당시 교장이 나를 많이 신뢰했던 것 같다. 


야간 자율학습 감독으로 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으면 학교를 순시하다가 “김 선생님은 교육부 연구사로 가면 참 좋겠는데”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아! 그런 직업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들렸었다. 

내 나이 서른 중후반의 일이다.     

과학고 2학년은 일반고에서는 고 3과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2학년 학생이 조기 졸업하던 시기였다. 


아이들이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좋으신데요.

교과목이 일본어라서 싫어요.라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순진하니까 들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했을 것 같다.


과학고에서는 수학, 과학 과목이 제일 중요하다. 

그다음이 영어, 국어 정도 되겠다. 

그런데 네 명 밖에 없는 2학년 담임 중에 제일 힘없는 일본어 선생님이 자기 학급의 담임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과목별 선호가 있는 것이다. 


 1년 동안 정말 스무 명의 우리 반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았다.

 그중에는 동경대와 홋카이도대에 이공계 국비유학생으로 간 아이도 나왔다.

 지금은 그곳에서 석·박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담임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과학고에 근무하는 교사는 대부분 박사과정을 마쳤든지, 박사과정 중인 교사가 많다.

자기 교과에서 전설인 분들이 모인다. 

교사연구실이 있고 또 연구할 수 있는 지원도 비교적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많이 배우듯이, 교사들끼리도 많이 배운다. 


교직 전문직을 준비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나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 그냥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 장학사라는 직업은 교육청에 가서 교육 행정업무와 학교 장학 업무를 하는 거구나’ 정도로 이해했다. 


나는 교사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내 인생이 풍요로울 것 같았다. 

일본 문부성 초청으로 유학을 가고 외무성 초청으로 국제교류원으로 활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8년이었다. 

교육전문직 선발 공고에 제2외국어과 장학사를 뽑는다고 나왔다.

4년 만에 뽑는다고 했다. 

현임, 전임 교장이 응시하라고 격려해주었다. 

고교 은사님도 전화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감사한 일이다. 

그 이후 제2외국어과 장학사를 뽑은 적이 없으니 그 기회가 마지막 기회였었을 수도 있다. 


교육 전문직은 일단 자기 전공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 현장 장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업 능력과 업무 능력, 그리고 인성과 관계 역량이 좋지 않으면 선발되기 힘들다.

여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필기시험과 면접, 논술, 컴퓨터 활용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일단 교육 전문직으로 일하는 분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관리 역량과 인성, 관계 역량이 확실히 뛰어나다. 

건강 관리와 시간 관리를 잘한다.

삶에 대한 활력이 넘치고 긍정적인 분이 많다.

개인의 가치관과 교육관이 남다른 것 같다. 


교직에 첫발을 똑같이 디뎌도 10년 후, 20년 후 그 성장한 모습은 각양각색으로 다르다. 

주변에 누구와 어울리고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와 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태도와 언행에 있어서 남달라 보여 존경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장학사라고 하면 존경과 조금은 경외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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