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 발단 전개 빼고 일단 위기
...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인다.
'여긴 어디지?'
'분명 나는 이피알레스(콜롬비아-에콰도르 국경마을)에 가는 야간버스를 타고 바로 잠들었는데..'
'왜 버스 안이 아니라 여기 누워있는 걸까?'
몸을 일으켜보니 발 언저리에 식판이 보인다.
밥이 있다.
평소 눈치가 빨랐던 나는 바로 이 상황에 대해 눈치를 챘다.
'아 꿈이구나^^'
그렇게 나는 다시 잠들었다.
...
...
눈을 떴다.
아까 그 낯선 천장이 또 보인다.
'어, 아까 그 천장이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보니 여전히 발 언저리에 식판이 보인다.
또 밥이 있다.
그런데 아까랑 메뉴가 다르다.
평소 눈치가 빨랐던 나는 바로 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눈치를 챘다.
'아 아직 꿈이구나^^'
그렇게 나는 또다시 잠들었다.
...
...
...
눈을 떴다.
아까 그 낯선 천장이 또또 보인다.
이쯤 되니 뭔가 수상하다.
몸을 일으켜 세워 보니 여전히 발 언저리에 식판이 보인다.
또 아까랑 다른 메뉴의 밥이 있다.
이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팔에 링거를 꼽은 채.
아무래도 병원인 것 같았다.
불과 몇 시간(이라고 이땐 생각했었다.) 전만 해도 버스에 타고 있던 내가 병원에 누워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치 없이 두근대는 심장이 나를 지금 여기가 현실임을 깨닫게 했다.
내가 누워있던 침대 위에는 나의 귀중품이 든 작은 배낭이 함께 눕혀져 있었다.
떨리는 손을 뻗어 가방을 열었다.
그 배낭에는 여권과 지갑, 현금, 신용카드, 카메라, 렌즈, 노트북, 외장하드, 액션캠, 각종 충전기 등이 들어있다. 아니, 들어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가방에는 여권과 현금이 털린 지갑만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세계일주를 하고 오겠다며 호기롭게 한국을 떠난 지 약 3개월,
남미 땅을 밟은 지 약 2주.
그렇게 나는 무소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