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길을 걷다 보면 오르막길을 마주칠 때가 있다.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다 보면 곧이어 내리막길을 만난다.
길에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
여행에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저 문장에서 여행을 인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반대로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
오늘 여러분의 인생은 어떤 길인가요?
사사로운 해프닝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여행은 분명 순조로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준비와 대책 없이 막무가내로 내디뎠던 중앙아메리카는 극악의 치안을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동전 하나 털리지 않고(?)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남아메리카로 넘어왔으니 말이다.
여행은 순조로웠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주 조금 여행에 자신이 붙었다.
Henry네 가족의 배웅을 뒤로하고 나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Bogota)로 향했다.
대비되는 마음은 여느 때의 마음보다 언제나 크게 와닿는다.
함께 있을 때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느끼니 쉽사리 다시 홀로 선다는 것이 쉽지 않다.
혼자 돌아보는 보고타는 나에게 있어 아무 특징 없는 남미의 어느 하나의 도시일 뿐이었다.
(그래도 알파카는 귀엽다.ㅎ)
그래도 딱 하나, 보테로를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우연히 들어간 박물관은 보테로 박물관이었고, 그곳에서 루브르에 있는 줄 알았던 모나리자를 만났다.
물론 이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아닌, 보테로의 모나리자였다.
단순히 뚱뚱하다는 것에서 오는 우스꽝스러움이 아닌 큰 것과 작은 것의 명확한 차이에서 오는 대비와 색감, 그리고 붓터치가 잘 느껴지지 않는 질감의 조화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의 기분으로 인해, 그 장소를 기억하는 이미지는 달라진다.
아무 특별함이 없는 장소라도 그곳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곳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장소가 된다.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일지라도 내가 그곳에서 슬픈 감정을 느꼈다면, 그곳은 나에게 있어 슬픈 장소가 된다.
보고타는 나에게 있어 외로운 도시였다.
외로움은 견디거나 떨쳐야 한다.
몇 달을 홀로 여행하며 단단해졌던 내 마음은 Henry네 가족과 함께 머물며 많이 여물어졌다.
보고타에서 느낀 외로움을 오롯이 견디기엔 나는 너무나도 말랑했다.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고, 나는 외로움을 떨치는 방법으로 이동을 선택했다.
그래서 보고타에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재빨리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했다.
선택지는 두 가지.
살사 댄스로 유명한 칼리(Cali)와 온 동네가 하얀 것으로 유명한 포파얀(Popayan).
나는 춤추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이땐 남이 춤추는 것을 보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큰 고민 없이 포파얀으로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실물로 본 포파얀은 더더욱 특별함이 없는 곳이었다.
그냥 다른 곳에 비해 하얀 건물이 조금 더 많은 그냥 그런 동네.
사실상 칼리도, 포파얀도 결국 에콰도르로 가기 위한 길목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곳 또한 잠시 스쳐가는 곳에 불과했다.
그렇게 나는 포파얀에서 콜롬비아를 벗어나 에콰도르로 갈 계획을 세웠다.
목적지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국경마을 이피알레스(Ipiales).
이곳을 거쳐 에콰도르의 키토(Quito)로 향하는 것이 다음 여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