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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Nov 27. 2023

15. 영어가 어렵다 느낀다면, 스페인어를 배워보아라.

과테말라 | 해외에서 의사소통 할 때의 마음가짐

멕시코-과테말라의 국경을 지나, 안티구아로 도착했다.

실제론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버스로, 또다시 화장실과 추위를 견뎌내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문장으로 적으니 1.3초 컷이다.(실제 이동 시간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세계일주 여행 한번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학원을 등록한 곳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Antigua).

어디에서도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화산이 보이는 옛날 유럽을 품고 있는 듯한 마을이다.


한국에서 어학원을 알아보던 당시, 안티구아에 스페인어 어학원이 저렴하게 잘 되어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다. 그래서 안티구아로 선택했다. 스페인어 2주 과정으로.

홈스테이가 포함되어 있었고, 수업은 1:1. 그 외에도 현지나 근교를 관광하는 것도 포함된 나름 알찬 구성.


안티구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어학원을 찾아갔다.

Marybel은 나의 담당 선생님(겸 안내인?)이었다. 홈스테이 하는 집에 나를 안내해 주고, 짐을 풀었다.

다시 어학원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수업과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전에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자유시간. 가끔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액티비티 및 관광. 이 관광으로 근교를 여행하거나 커피 농장을 방문하거나, 박물관 등을 가기도 했다.



안티구아는 옥으로도 유명하다.



안티구아에 머무르는 2주 동안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시장에 갔다 신기한 과일들을 많이 발견했고, 도전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스타후르츠를 처음 먹어봤다. 사과향과 모과향 중간 어디쯤의 약한 향에 떫은맛이었다.)


여기도 모기가 많았는데(심지어 이 새X들은 독하기까지 했다.) 나는 모기에 참 잘 물리는 편이다.

수업 중에 모기에 물린 곳이 너무 가려워 정신줄을 놓기 직전이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한 할아버지가 본인이 해결해 주겠다며 다가왔다.

이탈리아에서 온 Daniel(항상 의 근처에서 수업을 듣던 그 할아버지는 스페인어가 꽤 유창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탈리아어였다. 그 후에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보니, 수업 중에 이탈리아어 그만 쓰라고 자주 혼나고 있었다.)은 뜨거운 물을 받은 컵에 숟가락을 넣고 달군 뒤 내가 모기 물린 곳을 지져버렸다.

내가 뜨거움에 참지 못하고 떼려 하자 이 정도론 화상 안 입는다고, 이러면 모기 독이 중화되어서 안 간지러워진다며 계속 지졌다.

절대로 독이 중화되는 게 아니라 더 큰 고통으로 간지러움을 숨기는 거라고, 사실은 이 할아버지가 말로만 듣던 숟가락 살인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Daniel은 숟가락으로 지지길 그만뒀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정말로 더 이상 가렵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나는 모기에 참 잘 물리는데, 지금까지도 이 방법으로 간지러움을 없애고 있다. Grazie Daniel!)




나는 여행을 하면서 언어가 통하는 한국인/일본인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의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원어민처럼 능숙했기에,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져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이런 것도 아니다.

공부만 한다면 다른 건 뭐든지 OK였던 우리 아버지였건만, 죽어라 공부만 하지 않았던 나다. 그런 내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을 리 만무하다.

 

한국을 갓 떠났을 즈음의 나는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듯 미숙한 영어실력에 많이 위축되어 있었고, 서투른 내 영어실력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했다. 여행에 대한 설렘이 컸지만 그 설렘만큼 걱정도 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 앞에서 영어를 하는 것 특히나 큰 두려움이었다.


 '내가 영어 잘 못해서 쟤가 무시하면 어떡하지?'

 '잘못된 문법을 사용하면 어떡하지?'

 '내 발음을 상대가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나가거나 티키타카를 주고받기는커녕, 상대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다.

단답으로 대답하는 나의 모습은 상대에게 '본인과 별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란 인식을 주게 되고 자연스럽게 오가는 말 수가 줄어든다. 다른 대화상대를 찾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그런 일상이었다.


또 하나, 나는 백인이라면 누구나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백인을 만나면 지레 겁부터 먹었다.(편견이었다고는 하지만 지독하게 무지하고,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상이다. 잠시 반성.)


당연한 이야기지만, 피부색과 영어실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백인이라도 많은 유럽 국가 출신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했다. 미국과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중남미 국가에서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컵(Cup) 등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

(반대로 영어를 무척이나 잘하는 아시아인이나 다른 인종의 사람도 많다.)

어떨 땐, 나보다 서툰 영어실력의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영어로 천천히 말하는 내가 있었고, 그런 그들을 단 한 번도 무시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그렇다. 이것이 포인트고, 이것이 핵심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간혹 조금이나마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수준의 간단한 한국어 한두 마디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물론, 가끔은 문법이나 문장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거나 어색할 뿐 한국어로 의사소통함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자도, 후자도 나의 반응은 한결같다.

 "우와! 어떻게 그렇게 한국어를 잘하세요!? 대단해요!"

다른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도 같은 마음 일 것이다.


외국어 실력이 능숙하냐 능숙하지 않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 대단한 것이다.


적어도 내가 여행을 하며 만났던 사람 중에서는 단 한 명도 나의 부족한 영어나 다른 외국어 실력을 가지고 무시하거나 비하한 사람은 없었다.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이고, 알면 대단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외국어를 말하는데 두렵지 않았다.

내가 틀린 문장을 쓰면 어떡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친구들에게 항상 내가 이상한 문장이나 단어를 쓰거든 꼭 짚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마다 그들은 친절히 알려주었다.

상대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할 땐, 알아들은 척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방금 네가 한 말 무슨 뜻이야?', '그건 어떤 표현이야?'라고 되물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적어도 인사는 할 수 있도록.


내가 한 것은 두려움을 없앤 것. 그리고 조금 솔직해지는 것.

그것 만으로 나는 친구를 얻었고, 언어능력을 얻었다.




위의 이야기와 별개로 여전히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스페인어가 그랬다.

영어도 못하는 애가 스페인어를 배우려 했으니 오죽할까?(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스페인어를 영어로 배웠다.)

영어와 달리 스페인어는 모든 명사에 성별이 있고, 인칭에 따른 동사의 형태가 다 달랐다.

외울 것이 많다는 말이다. 게다가 스페인어는 참 빠르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모두가 전부 '아웃사이더'고, 길 위의 모든 사람들이 '조광일' 같다.

로컬버스를 타면 항상 라디오가 들려오는데, 모든 방송이 '외톨이'고 '곡예사'다.


영어도 못하는 내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캔 유 스픽 잉글리시?'를 외치던 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서 이 글을 읽는 그대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영어가 어렵다 느낀다면, 스페인어를 배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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