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를 수정할까?
곰돌이 ep.1
곰돌이 ep.1
오늘도 곰돌이를 그렸다.
어쩌면 그렸다고 하기보다는,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회의에 수업에 동동거렸더니 피곤해서인지 이상하게도 선이 마음처럼 안 나왔다.
평소처럼 둥글둥글 귀엽게 그리고 싶은데, 뭔가 어색했다.
지난주까지는 쓱쓱 잘 그려지던 곰돌이 얼굴이 오늘은 왠지 모르게 삐뚤빼뚤하게 느껴졌다.
기분 탓일까?
잠깐 붓을 놓고 커피를 한 잔 내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걸 보면서 창밖을 봤다.
봄이 오긴 했나 보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조금은 가벼워진 옷차림이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는데, 왜 내손은 이렇게 무거운 걸까.
곰돌이도 봄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오늘따라 조금 지쳐서, 그 감정이 곰돌이 얼굴에도 묻어 나온 걸까?
그럴 때마다 항상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완벽할 필요 없어. 넌 이제 시작이야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더 귀엽게 그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캔버스를 밀어내고 붓을 놓게 된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그래서 조금 쉬기로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오늘의 선곡은 최애 동요 -외갓길-
흰 눈이 자욱하게 내리던 그날
아버지와 뒷 산길 외가 가던 날
아름드리나무 뒤에 뭐가 나올까
아버지 두 손을 꼭 잡았어요.
동요인데 이상하게 따라 부를 때마다 괜스레 눈물이 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노트에 낙서를 해봤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곰돌이의 동그란 얼굴을 그리고, 짧은 팔을 그리고, 동글동글한 귀를 그렸다. 그런데 가만 보니 오늘 그린 곰돌이는 평소보다 눈이 더 내려가 있다.
약간 졸린 표정이다.
그거 나랑 똑같잖아.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이 난다더라?
곰돌이를 그리는 일은 참 이상하다.
내가 기분이 좋으면 곰돌이도 밝아 보이고, 내가 지쳐 있으면 곰돌이도 꾸벅꾸벅 조는 것 같다.
마치 내 감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그래서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곰돌이를 계속 그릴 거고, 오늘은 조금 졸린 곰돌이를 그리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곰돌이를 다시 한번 그려본다.
이번에는 일부러 더 동그랗게, 더 포근하게.
내일은 또 어떤 곰돌이가 나올까?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