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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MBRI Jun 22. 2024

환율과 연료 파동- 대책 마련 여력은 있는가?

2023년 12월 미얀마 Hot Issue

미얀마중앙은행, 이틀 연속 환전 규제 완화 지침 발표 

미얀마중앙은행(이하 CBM)은 12월 5일 공인 외환거래 은행(Authorized Dealer, 이하 AD은행)이 시장 환율로 온라인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만 해외로 외환을 송금하는 경우에는 외환감독위원회 (Foreign Exchange Supervisory Committee, 이하 FESC)가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BM은 세부적인 환전 조건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CBM은 같은 날 발표된 ‘Letter No. FE-1/2937’을 통해 AD 은행의 경우 자유로운 외환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시장환율로 거래할 수 있으며, CBM은 거래 환율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12월 6일 CBM은 ‘Notification No. 26/2023’을 통해 수출 업자들의 수출 대금 35%는 CBM 기준 환율로 환전하고 나머지 65%만 AD은행을 통해 시장환율로 환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CBM의 발표 직후 시장환율은 달러당 70쨔트 이상 하락한 3,560 짜트를 기록했고, CBM 발표 전부터 연료 파동 조짐을 보여왔던 주유소마다 주유 대기 차량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모든 생필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연료 가격이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졌다. 실제 정전시 비상 발전기 운영으로 공장을 가동해 왔던 산업계는 디젤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몇시간 단위로 중단하는 등 연료 파동에 준하는 시장 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CBM이 AD 은행들에게 온라인 환전 시 시장 환율 적용 지침을 발표했지만, 수입 대금 송금, 투자금 원리 상환 및 각종 서비스 송금까지 총괄 세부 관리 중인 FESC의 업무 방침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CBM 과 FESC가 따로 놀며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군정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는 것을 시장은 이미 학습을 통해 알고 있다. 


주유 대란으로 사업장 운영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발도 묶일 우려 

Irrawaddy는 12월 5일자 기사를 통해 유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산업단지 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유류 수입 대금 확보의 어려움과 시장환율을 반영하지 않은 군정의 연료 판매가격 공시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동안 유류 수입업자는 당국으로부터 수입허가를 받은 후, 수입대금의 40%를 당국으로부터 매입하여 (CBM 기준환율 적용) 수입대금을 지불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어느 시점부터 수입대금의 40%에 해당하는 달러를 더 이상 매각하지 않기 시작했다. 11월 들어 수입업자들이 유류 수입 대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양곤항에 도착한 유조선에서 하역이 지연되거나 중단되기 시작했다. 

수입업자들이 시장 환율로 100% 달러를 매입하여 유류를 수입해야 할 경우 연료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정은 유류 수입업자들에게 달러당 2,100짜트의 공식 환율로 수입을 허가하고, 소매가격을 통제하다 보니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했다. 

UMFCCI는 11월 말 공장주들에게 자체적인 연료 확보를 당부했으나, 공장주들은 현실적으로 자체 연료 수입이나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미얀마석유무역협회와 지원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들의 충분한 디젤 확보 여부가 공장 가동 여부와 직결되는 현재 상황은 쉽게 해결될 조짐이 안보인다. 

‘연료 수입, 저장 및 유통감독위원회 (Supervisory Committee on Fuel Imports, Storage and Distribution)’는 12월 4일, 92 Ron의 양곤 소매 판매가격을 11월 30일 기준 2,170 짜트에서 2,510짜트로 인상했고 95 Ron 소매가격을 2,300 짜트에서 2,640 짜트로 인상 조치했으나 이미 공급부족을 인지한 국민들의 주유 차량행렬은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군정 당국은 지정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연료를 공급하는 수입업체와 판매 업체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조치에 불과했다. ‘연료 수입, 저장 및 유통 감독위원회’는 12월 10일 틸라와 항에서 휘발유 24,319톤과 디젤 53,315톤을 하역하고 있으며, 곧 휘발유 67,737톤과 디젤 65,359톤을 추가로 하역할 예정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으나, 여전히 주유 대기 행렬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달러 공급 부족이 유류 파동의 원인

     BBC Burmese는 12월 9일자 Facebook에 게재한 기사를 통해 연료 부족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서 향후 연료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류 공급 부족 원인으로 가장 먼저 군정 당국의 수입업자에 대한 달러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두번째 이유로는 대형 유류 유통업체들이 수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여 확보 중인 유류 공급을 줄이고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정이 유류 수입 쿼터제를 적용하여 유류 수입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쿠데타 이전에는 월 평균 60만 톤 이상의 유류를 수입했지만 현재는 월 37만 톤에 가까운 유류만 수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입량 감소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며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류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수입대금을 시장 환율로 지불해야 한다면 유류 가격은 2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연료가격 폭등과 차이점  

     연료 가격 폭등이 쿠데타 이후 처음인 상황은 아니다. 2022년 상반기 특히 4월 3일 군정이 전격 발표한 달러화 강제 환전 조치(이하 4.3조치)의 영향으로 연료가격이 폭등하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쿠데타 이전인 2021년 1월말 기준 양곤 휘발유 소매 가격은 92 Ron 최고가가 리터당 655짜트 수준이었으나 2021년 12월 말에 1,375짜트 수준으로 2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2년 6월 판매가격은 2,201짜트까지 치솟았다. 쿠데타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유류 가격이 4배로 치솟았고 당시에도 주유소에 주유 대기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었다. 

2022년 상반기 6월 전후 연료 가격 폭등의 원인을 보면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내부적으로는 군정의 4.3조치 영향 때문이었다. 4.3조치 이전까지는 수입가격이 높았음에도 유류 수입 자체는 자유로웠으나 4.3조치 이후 군정의 외환 송금 허가 없이는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군정이 유류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군정은 당시 유류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4월 21일 ‘석유수입 저장 유통 감독위원회(Petroleum Import, Storage and Distribution Oversight Committee, PISDOC)’를 설립했다고 발표하면서 석유 소매 기준 판매가격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CBM을 통해 연료 수입업체들에게 유류 수입대금을 적극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8월 31일에는 FESC를 통해 연료 수입업체들에게 수입대금 2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유류 파동 공포 심리는 어느정도 진정되기 시작했으며 2023년 11월까지 이어져 온 셈이다. 

그러나 열흘이상 지속되어 온 현 유류 사태에 대해 군정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류 시장 안정을 위해 당국이 공급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현재 없다는 의미이며 기준환율로 수입대금을 어느정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향후 전망 

군정 당국이 유류 수입업체에게 달러를 매각할 여력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1027 작전’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반군과의 교전 자금 등으로 인해 가용 외환 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는 분석도 가능하다. 군정 당국이 그나마 어렵게 통제해 오던 유류 시장을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장에 맡겨 버린 셈이다. 연료 수입업체들은 그동안 수입대금의 40%는 당국의 기준환율로 당국으로부터, 60%는 시장환율을 적용하여 시장에서 매입한 달러로 수입대금을 지불해 왔으나, 이제는 전적으로 시장환율로 달러를 매입하여 수입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직면했다. 이로 인해 유류 수입가는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수입업체들은 군정 당국이 수입량과 연료 소매 가격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공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연료 공급 차질은 가득이나 어려운 미얀마 내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공장들은 연료비용 증가에 따라 운영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생필품 가격 상승은 이미 시작됐다. 수입 생필품은 짜트화 하락과 시장 환율 적용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국내 생산 제품도 원자재 가격 및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도 이미 자각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핵심은 군정이 과연 대책 마련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1027 작전’등으로 군정이 힘으로 밀리는 형국 하에서 군부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악화일로 난관에 봉착한 경제 이슈 해결 역량을 군정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판단이다. 손안에 쥔 선택지가 몇 개 없어 보이는 군정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인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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