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괜찮은 사람처럼

이 안에도 충분히

by 모모미

주어진 것에 만족한다는 말이 너무 쉽게 들릴 때가 있다.

마치 더는 욕심부리지 말라는 것처럼,

스스로를 달래는 말 같아서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그만큼 자주 내 손에 쥔 걸 놓치기 때문인 것 같다.

새로 산 옷이 아니어도

손에 익은 옷을 다시 꺼내 입거나,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등을 기대며 숨을 고르거나,


사소하게 여긴 것들이

결국 나를 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사과 하나 깎아 접시에 올려두는 일,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서 깨끗한 수건을 개어두는 일,

가벼운 톤으로 “오늘 어때?” 하고 묻는 일.

크게 내세울 건 없지만 없으면 허전해지는 것들.


나는 만족한다는 게 더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라기보다

이미 있는 걸 좀 더 잘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

이 안에도 충분히 내가 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찾아보자는 뜻일지도.


그리고 사실 매번 그렇게 담담할 수도 없어서

어느 날은 욕심이 고개를 들고,

다른 날엔 있는 것도 못 챙겨서 허둥대기도 한다.

그것도 그냥 나인 거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이라니 너무 근사하게 말하고 싶진 않다.

그저 오늘 내 앞에 있는 것들을 하나라도 흘리지 않고 보고 싶다.

그 정도면 조금은 편안한 하루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