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괜찮은 사람처럼

06:12

by 모모미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엔 늘 ‘이상적인 하루’가 먼저 그려진다.

여유 있게 커피를 내리고, 할 일을 차근차근 처리하고, 불필요한 생각은 잘라내듯 덜어내고.

마지막엔 개운한 기분으로 잠드는 스케줄.


하지만 현실은 자주 다르다.

커피를 내리는 손은 서두르고, 계획한 일은 절반도 못 채운 채 저녁이 찾아온다.

불필요한 생각은 의외로 끈질기다.

작게 욱하는 일 하나가 하루의 균형을 흔들기도 한다.


그 간극을 보고 있으면 가끔 우습기도 하다.

“왜 늘 계획은 멋진데 결과는 이 모양일까.”

내가 게으른 건지, 삶이 원래 그런 건지.


근데 그런 날이 대부분이라는 걸 인정하니까 얼마 전부터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좋은 하루라는 게 무조건 매끈하고 성실하게 채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일을 미루고, 의미 없는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한 채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잠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하루가 전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불완전한 하루에도 남는 게 있다.

내가 오늘 무엇을 못했는지, 뭘 욕심냈는지,

어디서부터 피로해졌는지 조금 더 알게 된다.

그게 내일의 힌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상적인 하루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모양도 인정하려고 한다.

둘이 완전히 같아지길 바라지 않고

그저 조금씩 좁혀보는 것.

때론 멀어지더라도 다시 붙잡아보는 것.


결국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늘 같은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비슷비슷하게 비틀리고,

때론 예상보다 많이 돌아가면서도

조금은 내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아쉽지만 나쁘지 않았다.

내가 살아낸 하루라는 점만으로도,

조금은 충분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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