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
감정의 너울이 한 번 크게 치고 나가면 마음이 금세 쓸려나간다.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속은 부글거리고,
답답한 마음이 가슴을 조여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가끔은 남탓을 하고 싶다.
누구 때문이라고, 무엇 때문이라고 쉽게 말해버리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순간들이 많다.
남탓을 하지 못하는 대신
화살이 온전히 나를 향한다.
‘왜 이 모양일까.’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
그 생각들이 쌓이면 결국
나란 존재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른다.
후회는 늘 느닷없이 찾아온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심술이 난 아이처럼 투덜거리다가도
그 감정이 향하는 곳은 결국 나 자신이다.
심통을 부릴 상대가 없으니
내 마음만 더 무거워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 있다가도
안에서 훅 하고 쓸쓸함이 올라온다.
그럴 때면 억지로 덮지 않는다.
‘지금은 이 마음을 느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있다.
다만 잘 숨기고, 잘 넘어가는 법을 배워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이런 힘듦을 안고도 살아가는 일이다.
다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내 발걸음을 내딛는 일.
그게 전부인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생각해본다.
심술도, 심통도, 무기력도
다 나라는 증거일지 모른다고.
조금 힘들어도, 그 모든 감정이 지나가면
또 다른 하루가 나를 기다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