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의학에서 찾은 다이어트 코드명
언젠가부터 호야의 볼록 튀어나온 배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특기 중 하나가 복스럽게 먹기다. 호야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신성함이 느껴질 정도다. 어릴 때는 할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잔병치레 없이 건강했는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초코우유에 맛을 들이더니 점점 자극적인 음식만 찾게 되었다. 초등학생 고학년인 호야가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 피자, 떡볶이, 치킨, 치즈, 콜라, 소시지, 과자 사탕, 케이크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스턴트 식품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는 없으며 미각을 중독시키는 음식 때문인지 호야는 이제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안 먹어본 낯선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던 아이가 희한하게도 자극적인 음식은 덥석덥석 잘도 시도하고 빠르게 적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만과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병은 떼어 놓은 당상이란 생각에 불안해졌다.
채소를 먹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아이는 무조건 “싫어!”하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걱정되어 호야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서 비만 검사를 해보았다. 의사가 안내하는 대로 인바디 검사를 하고 생활 습관을 체크하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아이는 비만 직전이었다. 근육량도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의사는 간식 제한과 밥에 절반 이상 현미 섞기, 계단 오르기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을 권고했다.
느린 아이들에게는 유난히 비만이 많다. 아이가 다른 곳이 아파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간 수치가 너무 높아 지방간염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부터 초등학생 아이가 비만으로 간 초음파 검사들 한다는 엄마의 걱정까지, 비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아이 체중이 100kg이 넘는데, 별의별 방법을 다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한숨짓는 부모도 보았다.
느린학습자 전문가들 역시 아이들이 20대가 되면 체형이 다 비슷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기본이고 일부는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진단받기도 한다.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질병들은 단숨에 고치기 어려우니 더 큰 문제다. 문제의식이 부족한 느린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잔소리가 씨알도 안 먹힌다. 다이어트 의지를 보이는 아이들도 각종 다이어트 식품 광고나 프로그램에 현혹되었을 뿐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체중을 유지하여 건강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이어트,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어느 날 비만에 대해 느린학습자 전문가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청년들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다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어렵게 취직해도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 자체가 넘어야 할 관문이었다. 오랫동안 신체활동을 멀리한 생활 습관 때문에 보행조차 힘들어한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놀랐다. 보행이 어렵다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발 구조나 척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일까? 의대 재활의학과 실습 때 본, 병원에 와서 특수신발을 제작하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유는 단순했다. 오랜 기간 신체활동 부족으로 몸이 심하게 둔해진 탓이었다. 비만인 느린학습자 청년이나 부모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여기저기 연락도 해보았다. 대부분 비만이 문제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문제의식과 의지가 없으므로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당면한 문제는 취업과 사회적응이고 비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문제의식과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느린학습자의 비만 문제는 혼자 접근하기에 너무 어려워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삼삼아씨의 리더 통쌤이 업고 챌린지를 진행하신다고 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무자본 창업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챌린지였다. 삼삼벽돌북클럽에서 행동경제학, 마케팅 설계자 책도 읽은 후라 호기심이 일어 일단 챌린지를 신청했다. 챌린지 콘텐츠로 느린학습자를 위해 일상에서 부모와 함께 천천히 다이어트하기를 선택했다. 챌린지 내용을 준비하다 보니 비만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뭔가 기존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했다.
비만을 피하기 위해서는 몸에 좋은 음식을 적당량 섭취하고 신체활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몸에 들어오는 열량과 소모하는 열량의 균형을 맞추면 되는데 이게 왜 이리 어려운 걸까?
답을 찾아가는 길
나는 해법을 찾고 싶어 작정하고 비만 공부를 시작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 지침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읽어보고 ‘비만 인정 전문의’라는 자격조건도 찾아보았다. 이 자격은 학회를 2년 정도 꾸준히 참석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했다. 내 사정으로는 여의찮았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대구에 두고 학회 참석을 위한 서울행이 만만할 리 없었다. 우선 비만 관련 서적부터 꾸준히 읽어보기로 했다. 서점에서 비만 관련 책을 여러 권 구매해 책상 위에 쌓아놓았다. 나는 예전부터 일단 책을 사면 이상하게 뇌에 포만감이 느껴져 책을 바로 읽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마다 참석하고 있는 ‘삼삼오오 미라클’의 발표 주제도 비만으로 세웠다.
비만 관련 책을 여러 권 읽다가 ‘내장비만’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인 이왕림 박사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내장비만’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다. 저자는 34년간, 비만 해독을 연구했고 이에 관한 내용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었다. 책 표지를 보니 저자 소개에 전 대한생활습관의학 교육원 이사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생활습관이 의학과 무슨 관련이 있지?’
대한생활습관의학원이라는 단체에서는 보건의료제공자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국제생활습관의학 보드전문자격증’ 이란 시험도 있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일정 기간 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자격증을 부여한다고 했다.
자격증 취득 요건을 보니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상당했다. 대한생활습관의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국제생활습관의학 보드전문자격증 과정을 신청했다. 연말에 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3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수험서를 보니 생활습관의학이란 분야에 이렇게 전문적인 지식이 잘 정비되어 있구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그런데 이걸 언제 공부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단 가능한 시간을 모두 확보하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에 꾸준히 하던 북클럽도 사정을 이야기하고 빠졌다.
어느새 시험이 눈앞에 다가왔다. 시험은 생활습관의학회 국제 학회를 필수로 참석하고 다음 날 시험을 보는 일정이었다. 일찌감치 숙소와 기차표를 예약해 놓았다. 신기하게도 예정에 없던 일이 중구난방으로 생기는 바람에 이 일들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수험서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내용을 숙지하려고 했다. 정독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예상 문제를 여러 번 훑어보는 전략을 선택했다. 어느새 시험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험 전날 학회에 하루종일 참석해야 해서 학회 전날,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