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최근 읽은 책에서 워런 버핏의 절친, 찰리 멍거의 인사이트가 인상 깊었다. 누군가 인생에서 성공하는 법을 물었더니 강연자 찰리 멍거는 ‘마약 하지 마세요. 시기심을 갖지 마세요. 신뢰를 잃지 마세요’ 같은, 살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강조했다.
<리커버 바디 챌린지>를 진행할 때 생활 습관 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 일부를 챌린지 과정에 녹여내고 싶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가 길어졌다.
하지 말아야 할 ‘No’ 항목으로 술, 설탕, 가공육과 구운 고기, 밀가루, 우유와 유제품, 튀김과 동물성기름, 인스턴트 같은 초가공식품, 탄산 및 가당 음료를 넣었다.
할수록 좋은 ‘Yes’ 리스트에는 중강도 운동 30분, 수면 7시간 항목을 포함했다. 특히 영양 관련 항목이 많았다. 건강한 습관을 되찾기 위해서는 식생활 개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챌린지는 14일간 진행되었다. 동기부여를 위해 14만 원을 받고 6개 이상 성공 시 Pass로 인정, 하루 1만 원씩 돌려주는 환급 시스템을 사용했다. 고도비만이나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No’ 항목만 잘 지켜도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요즘 우리의 식탁은 값싸고 편리하지만, 열량만 높고 영양가는 없는,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가득하다. 동네 편의점에는 초중고 할 것 없이 핸드폰을 보며 컵라면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간식으로 설탕이 가득 들어간 초콜릿, 과자, 빵을 내주거나 주고받는 문화도 문제다. 학원은 물론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칭찬할 때 과자나 초콜릿이 부상으로 곁들여진다. 건네는 선생님도 받는 아이들도 거리낌이 없다.
스트레스가 올 때마다 단맛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거나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주말이면 커피와 달콤한 쿠키를 함께 즐기곤 했다. 단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정신이 반짝하는 기분이지만 ‘설탕 순환’이라는 개미지옥이 열린다.(1)
식생활을 개선하고 싶다면 설탕부터 끊어야 한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핏속 혈당이 올라간다. 혈당이 올라가면 몸속의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어 저혈당을 유발한다. 이때부터 다시 달콤한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스트레스를 받아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은들 만족감은 크지 않다. 나는 폭식 퍼레이드를 하고 나면 으레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하는 죄책감마저 느꼈다.
리커버 바디 챌린지를 시작한 후에는 예전에 심심치 않게 먹던 과자, 케이크, 빵 등을 거의 끊었다. 일주일만 단맛을 멈춰도 머리가 흐리멍덩해지는 느낌, ‘브레인 포그’가 개선된다. 요즘은 간혹 설탕 들어간 음식을 먹더라도 그 맛이 예전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과자나 초콜릿을 안 먹는 사람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먹고 있는 설탕부터 찾아야 한다.
챌린지를 시작할 때, 각자의 식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식사 일기를 작성하도록 했다. 사람마다 식생활이 정말 다양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 씨는 바쁜 일상 때문에 끼니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녀는 인스턴트식품이나 빵, 과자 같은 초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았지만, 커피믹스를 하루에 5~6잔 이상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대사증후군은 없었지만,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어 최근 주치의로부터 고지혈증 약을 처방받았다. BMI 수치는 1단계로 비만에 해당했고, 체지방률은 비만 기준인 35%에 근접한 수치였다. 이분은 챌린지 동안 물처럼 마시던 커피믹스를 줄이고 물의 섭취량을 늘렸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커피믹스에는 보통 설탕 6g, 포화지방 1.6g 정도가 들어 있다. 하루에 여러 잔 마시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의 당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의 10% 미만, 첨가당은 총에너지의 10% 이내로 권장한다. 일일 2,000kcal를 소비하는 성인은 첨가당을 하루 5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커피믹스 한 잔만 마셔도 하루의 당 섭취량은 10분의 1을 넘기게 된다.
커피 크림의 주성분인 팜유, 코코넛유는 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혈중 지질 수치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커피믹스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일수록 설탕, 크림의 조합이 인슐린 저항성과 복부비만을 유발하여 대사증후군의 위험률이 높았다.(2)
액상과당도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들어가는 대표 선수다. 액상과당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일주스, 탄산음료, 과자류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블랙커피의 쓴맛이 싫어 시럽을 넣는 사람이 많은데 이 시럽의 주성분이 액상과당이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체내 흡수가 빠르고 간에서 대사 되는 비율이 높아 다량으로 섭취하면 복부비만과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챌린지의 ‘No’ 리스트를 보고 ‘그럼 뭘 먹고살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No’ 리스트를 만든 이유는 이 음식들을 먹으면 큰일 난다고 협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입에 뭐가 들어가는지 스스로 인식하여 건강한 식습관을 찾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산속에서 도사처럼 살지 않는 한 현대문명의 값싸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내 몸에 잘 맞는 습관을 익힌다면 때때로 덜 건강한 음식을 먹더라도 언제든지 건강한 생활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 리커버 바디 챌린지를 통해 ‘내 몸의 주인은 나다’라는 인식이 확실히 새겨지기를 바랐다. 생활 습관 의학에서 전문가는 환자에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몸이라는 자동차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는가?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현대 의학에서는 내가 과연 운전자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 환자는 내가 했던 식습관, 신체활동 습관을 바꿀 생각이 없고, “당신이 알아서 내 몸을 고쳐주시오.” 하며 주문을 외우는 것만 같다.
생활 습관 의학에서 전문가는 운전자 보조석에 앉는다. 이쪽이 더 나은 길이라 알려주고, 지금은 속도를 줄여야 하고 차선을 바꾸는 게 좋다며 코치한다. 운전자가 “지금은 멈출 수밖에 없어요.” 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기꺼이 기다려 준다.
내 몸을 제대로 알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나만의 중심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생활 습관 의학의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다. 개선의 추구다.
Strive for progress, not perfection!
<참고문헌>
1. 웰니스로 가는 길. 메스 프레이츠 외 2인, 청아출판사, 2022.
2.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Kim et al., 2014: “3-in-1 instant coffee consumption was associated with higher prevalence of metabolic syndrome compared with black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