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이 처음입니다

by 루아나

나는 평생 비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시골에 살아 동네에 슈퍼가 없어 군것질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초콜릿 단맛에 푹 빠져 버렸다. 대학 시절에는 구내식당 밥 먹기가 싫어 에너지바와 커피 우유로 점심을 때운 적도 많았다. 결혼 후에는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과 치맥에 과자 안주까지 곁들어 주말마다 즐겼다. 이러다 보니 두 아이 출산으로 붙은 늘어진 뱃살은 들어갈 줄 몰랐다.
생활 습관 의학을 알고 나서 나의 대사증후군 수치가 궁금해졌다. 간이 검사로 측정한 결과는 놀라웠다. 공복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모두 기준치를 넘었다. 명백한 대사증후군이었다. 부모님도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병 진단을 받은 적이 없어 더 충격이 컸다. 그동안 나의 식생활이 엉망이었구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완전식품의 배신

아주 날씬한 챌린지 참가자가 있었다. 50대 여성 사업가인 그녀는 대사증후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보건소에 가서 시행한 대사증후군 검사 결과는 의외였다. 체지방률과 BMI는 정상범위였지만,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다. 특히 심혈관 질환 위험도와 관련된 non-HDL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Non-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를 뺀 것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 및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분의 식사 일기를 꼼꼼히 살펴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매일 출근길마다 카페에 들러 카페 라테를 한 잔 마시는 루틴을 갖고 계셨다. 커피 한 잔이 이분의 아침 식사였던 셈이다. 그녀는 설탕이나 인스턴트 음식 등 다른 초가공식품은 즐겨하지 않았다.

문제는 카페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였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라테는 보통 일반 우유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포화지방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대쉬 식단(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은 고혈압 환자를 위한 대표적인 식단이다. 이 식단에서는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제한하고 유제품은 무지방 또는 저지방 제품을 권장한다. 만약 당신의 가족 중 심혈관 질환 환자가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다면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마시는 것이 건강에는 더 나은 선택이다.

브런치 우유 글내 이미지.png 우유는 완전식품이다?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하여 소화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건강을 위해 꾸준히 챙겨 먹으려는 사람이 많다.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인식은 과거의 영양학적인 배경과 낙농업계의 마케팅 효과 덕분이다. 과거에는 영양결핍이 흔했기 때문에, 정부도 전 국민에게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영양결핍 해결을 위해 학교 급식 우유 사업을 진행했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큰 전지분유를 2포나 나눠주는 바람에 집까지 들고 오느라 낑낑대던 기억이 선명하다.

우유 한 컵(200ml)에는 포화지방이 4.6g 정도 들어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 포화지방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권장한다.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에서도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인 경우, 하루 포화지방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의 5%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우유 한 잔만 마셔도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는 하루 포화지방 권장량의 1/4을 넘기게 된다.

우유는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한 종류의 음식을 계속 먹는 습관은 건강에 유리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나다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은 바로 당신이 먹는 음식이라는 영어 속담이다.

음식에 관한 생각은 성장 환경과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생활 습관 의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양성’이다. 시금치가 좋다고 계속 시금치만 먹다가는 체질에 따라 요로결석이 생길 수 있다. 여러 가지 식재료와 음식을 접하면서 내 몸에 맞는 식생활 패턴을 찾아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한 가지만 음식을 반복적으로 많이 먹으면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나 텔레비전 방송에서 특정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하면 당장 그날부터 해당 음식이 동나는 상황이 흔하다. 한 가지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는다고 나의 몸이 갑자기 건강해질 리 없다. 그보다는 건강을 위해 나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내 몸이 자동차라면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휘발유의 양은 정해져 있다. 내 자동차가 어떤 자동차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도움이 된다.

요즘은 근처 보건소에서 대사증후군 검사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나이가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는 보건소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가 양호하지 않다면 나의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 보자.

자동차고치기_혈당검사.png


내 몸이라는 자동차는 고장이 나도 폐차할 수 없고 평생 고쳐 써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금(禁)하면 금(金)이 되는 한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