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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Nov 08. 2023

칭찬 한마디의 힘

자기 존재감과 자기 효능감 더하기

"오빠! 지금 앞머리 스타일 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어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딸이 오빠에게 뜬금없이 한마디를 던졌다. 평소에 서로 으르렁대는 오누이인지라 남편과, 나, 칭찬을 들은 당사자인 아들조차 삼초 간 멈칫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밉상 동생으로부터 오래간만에 칭찬을 들은 아들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사춘기 아들의 수줍은 미소에 엄마 아빠도 웃음이 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딸의 칭찬 한마디에 온 가족이 흐뭇해졌다.  


"얘들아!  늘 이렇게 다정다감한 오누이면 얼마나 좋겠니?" 

딸은 느낌을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었으지라도 아들은 그 말에 엔돌핀이 솟아났을 것이다. 외모 칭찬을 누군들 싫어하겠는가. 나 역시도 누군가가 칭찬을 해주면 "어머~ 아니에요!" 하며 손사래를 치거나 겸손한 척하면서도 내심 날아갈 듯한 마음이 들곤 한다. 칭찬 한마디를 되새기기도 하고 칭찬을 해준 사람에게 급호감이 생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건 불변의 진리이고 싦의 지혜인데 실천하기는 왜 어려울까?


요즘 나는 남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다. 해야 할 목록이 빼곡한 하루를 헤쳐나가려고 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내 안에 나 하나로만 가득하니 다른 이를 살펴볼 공간이 없다. 달라진 외모나 어여쁜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면 너저분한 아이 방을 매의 눈초리로 스캔한 후 잔소리 한마디를 하고 정신 줄 놓을 정도로 바쁜 아내를 요령껏 지원하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레이저를 쏘아댄다. 사무실에서는 요점 없이 본인 말만 늘어지게 이야기를 하시는 그분께 싫은 티를 팍팍 냈더니 요즘 나에게 다가오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근에 연예인 장영란 님이 뿔테 안경을 쓴 교수님으로 나타나 생활 꿀팁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장영란 님 특유의 쾌활함과 애교가 섞인 행동과 제스처에 순간 유쾌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훅 날아갔다.  장영란 님이 알려 준 대표적인 꿀팁은 "ㅊㅊ"이다. "ㅊㅊ"이란 "칭찬"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보자마자 외모를 칭찬하면 금세 친해질 수 있다고 한다. 어르신 마음을 사로잡은 꿀팁도 알려주었는데 할머니께는 "어쩜 이리 고우세요!"라고 하고  할아버지께는 "어쩜 이리 숱이 많으세요!"라고 하면 만사 오케이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만, 애교와 생기가 넘치는 그녀에겐 너무나 쉬워 보이지만 표현력이 부족한 나에겐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매끄러운 인간관계를 위해서 시도해 봐야겠다. 


어제저녁 김선호 작가님 특강을 받으며 또 한 가지 칭찬 방법을 배웠다. 가족과 대화를 할 때 습관적으로 한숨을 쉬지 말고 '덕분에'라는 말을 많이 하라는 꿀팁이었다. 커갈수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과 변하지 않는 누군가를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는데 감사관 같은 말투 대신 '덕분에'란 말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칭찬 한마디는 결국 누군가의 자기 존재감과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람은 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가 있어 살아가고 내 쓸모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마음이 바쁜 연말이라도 한 템포 쉬어가고 내 주위 사람들을 밝게 비춰줘야겠다. 일단 다이어리에 "아이들에게 1일 1 칭찬"할 것이라고 썼다. 기록하면 실천하게 된다. "딸! 그 옷 잘 어울리는데!" "아들! 빨래 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한숨 돌렸어" 

자기 전에 한 마디씩 해줘야지. 칭찬으로 우리 집 고래들을 춤추게 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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