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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Dec 24. 2023

마흔두 살의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이런게 나에겐 행복이지!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오늘은 배우러 갈 일도 없고 초과근무를 하러 가지도 않는다. (12월엔 업무 마무리를 하느라 매주 초과근무를 했다.) 모처럼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동여 묶고 롱패딩을 걸치고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


밤새 새하얗게 눈이 쌓였다. 십 년 전쯤 산 방한용 부츠를 오랜만에 꺼내 신고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거리를 걸었다. 마음이 정갈해지고 환해졌다. 동네 스타벅스에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디저트류를 들여보다 아무래도 어제 승진턱 저녁식사 자리에서 먹은 음식들이 아직도 배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만 주문했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 은은한 캐럴송이 울려펴졌다. 가장 마음에 든 자리에 골라 앉아서 노트북과 책을 탁자 위에 정리했다. 어제 마무리 못한 바인더 스케줄을 정리했다. 보라색 형광펜을 학교에 두고 와서 2% 부족하게 바인더를 정리했다. 오늘 특별한 스케줄이 없다. 스타벅스에서 망상에 젖다가 10시쯤 집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오후엔 헬스와 골프연습을 하고 저녁엔 아이들과 조금 특별한 음식을 먹고 쉬다가 잠이 들 것이다.


온전히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최근에 조금 빡빡하게 살아왔다고 하루를 나에게 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달콤하게 느껴진다. 아침부터 동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것, 소복하게 쌓인 눈을 뽀드득 밟고 걸어가는 이 시간이 나에겐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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