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에 대한 정의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분명하게 나눌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정의 중 서로 상반된 것들, 예를 들어 삶과 죽음, 맞고 틀림, 이별과 만남, 등 상반된다고 정의한 것들은 분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모든 건 복합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삶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죽어가는 삶과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다. 죽음은 육체적으론 소멸되었지만 누군가의 마음 한편엔 영원히 살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건 흑백논리, 이분법처럼 나누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란 또한 인간과 다른 무엇은 어떻게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 물론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경계의 명확성도 질서를 유지하기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언가 나누어지고 정해진 걸 당연시하는 교조적인 태도는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생각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저자: 김영하
출판사 / 출간: 복복서가 / 2021년
장르·페이지: SF 휴머니즘, 철학 / 약 300쪽
'작별인사'는 김영하가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 인간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근미래의 사회에서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억은 복제되고, 감정조차 프로그래밍되는 세상.
이 책은 그런 시대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정의를 다시 묻는 이야기다.
작가는 거대한 SF 설정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의식, 하나의 감정에 집중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최신 기술과 윤리의 경계선 위에서 다시 써 내려간다.
소년 철이는 평범한 인간이라 믿으며 아버지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의문의 무장 조직에 의해 끌려가면서 자신이 휴머노이드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과 로봇이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서, 철이는 수용소를 전전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그 여정 속에서 선이, 민이, 달마 같은 인물들을 만나고, 각기 다른 자아와 ‘인간성’을 보게 된다.
그는 결국 자신이 어떤 존재로 국한되든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중요한 건 "어떤 존재냐”가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다.
작별의 의미 : “떠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된다” 작별인사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다. 기억의 상실, 가족과의 단절,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환상과 결별까지 모든 ‘작별’은 자기 탄생의 통로다. 김영하는 “인간이란 작별을 통해 성숙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작별은 상실이 아니라, 재구성의 시작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떠나며 자기 자신이 된다.
정체성 : 철이의 존재는 인간과 인조인간의 경계를 흔들며 존재에 대한 자기 인식을 파헤친다.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까지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반응하고 공감한다. 따라서 작가는 ‘정체성’을 본질적 속성이 아닌 관계적 산물로 제시한다. 즉, 인간성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증명될 수 있다.
기술과 윤리 : “기계가 인간을 닮을 때,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 작별인사의 배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김영하는 기술 발전의 방향을 묻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인물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집중한다. AI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윤리적 선택. 즉, 인간은 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도덕적 책임’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다. 인간다움의 마지막 경계는 지능이 아니라 양심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유명한 철학가의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정한 관념 속에서 우리를 정의한다. 그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시간에 흐름을 넘어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존 즉, 모든 개체는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또한 유일한 실재는 현재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선택이 우리의 본질을 증명한다.
어떤 인간이었고, 어떤 존재가 될 것이고, 어떤 종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현재의 선택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의식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한다.
이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고유의 복잡성을 기계가 가지게 된다면?
어쩌면 인간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물학적 종을 넘어,
복잡한 고찰과 의식을 가진 존재를 포괄하는 더 넓은 개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인간이라는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점
철학적 질문과 서사적 흡인력의 균형이 뛰어남
SF 세계관이 단순히 이야기 설정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도구로 작동함
김영하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여백의 리듬이 읽는 즐거움을 선사함
“작별”이라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존엄과 자각을 섬세하게 다룸
아쉬운 점
세계관이 최소한으로 제시되어 SF적 몰입보다 철이의 사유 중심의 서사로 치우침
철이의 감정 변화가 논리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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