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 여행기2

by 바람꽃

- 1 일차 -


호텔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마치고 우리의 여정과 함께 할 기다란 대형 버스에 올랐는데 ‘52인승’이란다. 버스 맨 뒤에는 화장실도 있었는데 청결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다 보니 버스도 오지게 컸다.


제일 먼저 맨해튼으로 향했다. 뉴욕의 거리를 지나며 'street'(동서쪽, 좁고 짧은 도로-주택, 상점) '애비뉴'(남북쪽, 넓고 긴 도로-고속도로)를 배웠다.

브로드웨이 거리에는 한 번만 들어도 알 만한 뮤지컬을 공연하는 유명한 극장들과 삐까뻔적하는 고층 건물들로 가득했다. 시내 투어를 한바퀴 돌고 타임스퀘어가 한눈에 보이는 광장에 서서 나의 작은 존재를 느껴본다.


반짝이는 조명으로 여행객들을 환영해 주는 유람선을 타고 허드슨강의 '브루클린 다리'(세계 최초의 현수교로 여러 개의 기둥으로 다리를 받치는 형태가 아닌 강철 선에 달아서 지탱하는 방식)를 지나며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도시와 아름다운 미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선장님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이크 볼륨을 높이고 영어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니 사람들이 가끔씩 환호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우리는 그저 보이는 것만 바라보며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말로만 듣던, 미국을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우리 눈앞에 우뚝 솟아있었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새로워 보였다. 자유의 여신상이 바다 위 '리버티 섬'이라는 곳에 뚝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또 언제 와서 다시 보나?' 싶어 저만치 멀어질 때까지 오래오래 눈을 떼기 힘들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맴돌아 많이 추웠다. 햇빛은 한 켠에 남아 있었지만 바람막이 하나 없는 갑판 위에서 온몸으로 싸늘한 바람을 맞으려니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다.

가장 높은 빌딩이 윈월드 트레이드 센터

뉴욕 필수 인증샷 명소인 윈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황소상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책에서만 읽었던 센트럴 파크도 산책했다. 사진 속 어딘가에 <킹콩> 영화를 촬영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숨어있다.

'윈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연도인 1776피드(541m)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가 있는 104층으로 올라서니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과 뉴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가슴 벅차서 소리 없는 함성이 저절로 나왔다.

왼쪽 섬에 삐죽 솟아있는 것이 자유의 여신상


‘9/11 메모리얼 파크’는 911 테러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2011년 9월 11일, 10주년 기념으로 개장한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두 개의 거대한 인공폭포가 사각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가운데 구멍에는 외곽에서 안쪽으로 물이 쏟아져내린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유가족의 눈물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구멍은 희생자들의 빈 자리를 상징하며 여기로 물이 빠지도록 설계한 것은 '아무리 많은 물을 쏟아 부어도 구멍을 채울 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테두리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폭포를 둘러싸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사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생명의 나무'에서 기념 컷을 남겼다.

여기저기서 귀여운 청솔모도 볼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온통 초록초록하고 울창해서 여기가 ‘천국’이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맨해튼 최대의 식품매장 ‘첼시마켓’은 오래된 과자 공장으로 '오레오 쿠키'의 주요 공장이었다. 공장이 망한 후 150년 된 역사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카페, 식당, 각종 기념품, 꽃집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입점할 때는 심사가 무척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물건 가격도 매우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뉴욕의 대표 관광지가 되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주 핫한 곳이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점심 식사는 뉴욕 핫도그 가판대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쉑쉑버거’(Shake Shack은 "쉑(Shack, 작은 오두막)"에서 맛있는 쉐이크(Shake)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먹었다. 맛은 그냥 햄버거 맛!

오후에는 옵션으로 세계 최대의 '근현대미술관(MoMA)'을 들렀는데 1880년대의 작품부터 너무나 다양한 작품들과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소장하고 있었다. 예술의 범위와 한계는 너무나 무궁무진한 것 같고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2만 보'가 넘을 만큼 여기저기 뉴욕 거리를 너무 많이 구경했더니 햇갈리기도 하고 지명도 벌써부터 가물가물했다. 하나씩 기억을 되새겨 보며 감사한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해 본다.


- 2 일차 -


이튿날 새벽, 아무리 늦게 자고 피곤해도 시차 때문에 습관적으로 눈이 떠진다. 남편 말처럼 자다 깨다하면서 적응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 성격상 대형 버스에서 원하는 자리를 잡기 위해 '다들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을까?' 짐작했다.

역시나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일행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가이드님이 번호순으로 앉으라고 해서 멀미가 심해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나와서 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녀가 맨 뒤로 가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우리의 첫번째 일정은 꼭두새벽부터 4시간 반을 달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로 가는 것이었다.

오늘은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다. 그 의미는, '남북전쟁의 희생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정해진 날'로 생각지도 못한 기념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미국 국회의사당 바로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탄 수많은 퇴역 군인들이 크락션을 울리며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도로를 도저히 건너갈 수 없을만큼 끝없는 행렬이 오래오래 이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 덕분에 원래는 버스로 이동해야 할 장소를 걸어서 가느라 우리의 일정이 무척 촉박해졌다. '링컨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을 둘러보고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도 방문했다. 특히, ‘박물관은 살아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세계 최대의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각종 공룡부터 포유류, 해양생물, 보석관(청색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호프 다이아몬드-불행을 부르는 45.5캐럿-도 있음), 광물전시관 등 볼거리들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30분 정도로 둘러보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다.

건물 안을 들어서면 커다란 아프리카 코끼리 동상을 먼저 만날 수 있는데 '박제된 실물'이라는 사실을 자료를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실제 상아는 너무 무거워 다른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전시실이 여러 개 있어서 밖으로 나갈 때는 코끼리 꼬리 쪽에 있는 현관으로 나갈지, 아니면 머리 쪽으로 나갈 것인지도 잘 기억해야 했다. 퍼레이드 때문에 박물관 구경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으면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제퍼슨기념관, 백악관을 동서남북에 두고 가운데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오벨리스크(169m)는 워싱턴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서 호수 위에 비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기까지 와서 백악관을 지척에 두고도 볼 수 없어 아쉬울 뻔 했는데 버스로 다시 이동하면서 울창한 나무 사이에 꼭꼭 숨겨진 하얀 건물을 살짝 바라볼 수 있었다. 공항이 근처에 있는지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기들이 몇 분 사이로 계속 지나갔는데 ‘백악관 위로 저렇게 날아다녀도 되나?’ 싶은 의문도 잠깐 들었다.

국회의사당 수풀 사이로 백악관이 살짝 보임

다음 목적지는 펜실베니아주 해리스버그로 향했다. 내일 일정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기 위해 지나는 길목에 있는 조용한 호텔에 들렀다. 멋진 노을이 우리를 환하게 반겨주는 데다가 숙소도 너무 깔끔해서 잠깐의 머무름 조차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첫날 조금 추운 것 빼고는 바람도 계속 살랑살랑 불어대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미국에서는 온도를 섭씨가 아니라 ‘화씨’로 계산하는데 계산하는 방법은 ‘30을 빼고 나누기 2’를 하면 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현재 화씨 80도이면 (80-30)/2=25도 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계절은 우리보다 조금 늦은 봄이었고 가는 곳마다 푸릇푸릇, 초록초록하고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대지 위에 있는 작은 집들이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그야말로 컴퓨터 모니터에 나오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었다. 여기서 살고 싶을 만큼 느낌도 추억도 모두 짱이었다.

가는 곳마다 크기가 다른 성조기가 집집마다 바람에 펄럭였다. 왠지 거리마다 애국심과 단결의 힘이 넘치는 것 같았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국기를 보고 있으려니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무척 평화로워 보였고 새들의 지저귐은 물론이고 다람쥐, 오리 등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가질 수 있었다.


- 미국에 대한 첫인상

자원이 많은 나라여서인지, 땅이 커서인지 주차 타워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나 변기, 작은 소품들 조차도 짱짱하고 튼튼하고 큼직큼직했다. 호텔 방 출입문이나 엘리베이터 폭도 무척이나 두꺼웠고 변기에 앉을 때마다 뚜껑에 앉았는지 의심될 정도로 무게감이 있었다. 그리고 누구의 눈치도,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무척 자유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남성적이고 강하고 자유롭다는!'

< 다음 편에서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