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의림지

조선 소녀 금원의 꼼이 이뤄진 곳

by 설탕샘


드디어 의림지에 왔다. 3년 전 원주에 있는 강원감영 후원에 갔다가 약 200년 전 한 소녀가 남장을 하고 국내 여행을 다녔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의 이름은 김금원이고(실은 이름은 모르고 호가 금원), 그는 제전 의림지를 시작으로 금강산도 가고 한양도 가고 그랬다고. 그때부터 제천 의림지에 그렇게 가고 싶더랬다.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그곳에 도착.


기차 타고 가면서 금원의 이야기로 만든 소설, <담장을 넘은 소녀> 를 읽었다. 밀리의 서재 덕분에. 그 책 속에서는 금남의 아버지가 의림지를 보면 삼 년 묵은 울증이 쑥 내려간다고 했는데, 과연 나도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해하며 제천에 도착했다.

울증을 녹인 비결이 책 속에 소개돼 있다.

금원은 의림지에 도착하여 ’ 가슴속이 시원해지니 폐부를 씻어 내고 때와 먼지를 닦아내는 듯하다 ‘며 크게 만족해했다던데, 오늘 나의 느낌은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소박한 인공호수에 그렇게 큰 감동을 받았다니. 그런데 이런 생각은 금원이 무척 부럽다는 것으로 바로 바뀌었다. 이런 풍경에 그렇게 감동할 수 있었던 그는 행복해지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니까. 나는 그저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하지 않는 타락한 현대인으로 울증만 쌓으며 사는 것 같고. 그런데 내가 그러면 안 된다. 나는 그가 그렇게 꿈꿨던 그런 천지가 개벽한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나는 금원을 대신해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대신해 우리나라 곳곳을 사랑하고 싶다. 우선 오늘은 제천 의림지다. 금원의 첫 여행지.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에 도착한 터라 호수에 비친 노을에 감탄하며 조금 더 걷다가 운명처럼 발견한 우륵의 흔적, 우륵정과 우륵대.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난 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주에 영감을 준 인물로 우륵 선생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나도 그의 삶이 궁금했었다. 이런 우연한 발견 덕분에 우륵 선생님을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아 살짝 흥분이 된다.

그나저나, 우륵대도 잘못 알았고, 수양버들도 제대로 못 봤으니 제천은 다시 가야 할 것 같다. 숙소 잡고 단양이랑 충주 탄금대도 한번 들러 봐야겠다. 이제는 해외 보다 국내 여행이 더 좋다.


우륵대로 생각한 이 돌은 그냥 오래된 돌이고, 아마도 내가 밟고 있었던 곳이 우륵대였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