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by 슈펭 Super Peng

어떤 날들은, 당신이 나를 감싸는 투명한 독(毒) 같았다. 나는 그 달고 비린 포옹 속에서만 숨을 쉴 수 있었고, 그것이 나를 서서히 잠식하는 줄 알면서도, 그 온기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설 수 없었다. 가장 눈부셨던 기억이, 문득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심장을 헤집을 때, 나는 그 파열된 틈으로 흘러나오는 액체가 결국 우리 인연(因緣)의 진액(津液)임을 알았다.
​우리는 서로를 향한 가장 섬세하고도 잔혹한 숙명(宿命)이었다. 당신의 빛이 내게 닿을 때, 나는 영혼의 가장 깨끗한 부분을 내어주었다. 그러나 이내 그 빛은 뜨거운 숯처럼 변하여, 내가 차마 외면하고 싶었던가장 무력한 단면(斷面)을 집요하게 비추었다. 내가 그 빛을 증오하는 순간, 그것은 곧 당신을 통해 발각된 나의 본질(本質)에 대한 처절한 혐오로 되돌아왔다.
​나는 그 고통의 주파수를 끊지 못하고 산다. 내 안의 우물은 맑은 물과 썩은 물을 동시에 길어 올리는 모순그 자체이다. 이 모든 파국(破局) 속에서, 내가 당신에게 매달리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완성되는 나의 가장 격렬하고 자전적인 고독(孤獨)이기 때문일 것이다. 침묵이 도래했을 때, 그 연속된 통증이야말로 내가 살아낸 시간의 유일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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