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말의 결

by 슈펭 Super Peng


​혀끝에 붙잡히는 모든 것은 이미 희미해진 잔상이다. 우리는 삶의 가장 깊은 곳, 뼈 속에 새겨진 그 차고 투명한 결을 자꾸만 밖으로 꺼내어 말하려 한다.
​사랑이라 부르는 순간, 그것은 모래알처럼 건조해진다. 슬픔이라 속삭일 때, 이미 그 감정의 날카로운 심지는 녹아버린다. 언어는 거짓말을 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기어코 가장 진실한 빛을 가려버리는 얇은 천이다.
​우리는 '행복하다'는 세 글자를 쉽게 공중에 흘려보낸다. 그 말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때, 우리는 문득 입술을 닫는 침묵이 사실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말이 닿지 않는 피부의 가장 깊은 곳, 바로 그곳에 진짜 이야기가 고여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 순간이다. 나는 종종 내가 침묵할 때 비로소 나의 언어를 듣는다. 그 언어는 차가운 물처럼 투명하며, 어떤 무거운 진실도 왜곡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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