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해진 국을 앞에 두고
할 말이 있었는데, 하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습니다
그 말은 국물 위에 떠오른 기름처럼
잠깐 번들거리다 사라졌지요
통화가 끊긴 뒤
귀에 남은 신호음 같은 것
시계 초침이 멈춘 줄 알았는데
멈춘 건 나였습니다
말하려던 것들이
목 안쪽 어딘가에서
작은 옹이가 되어 굳어갑니다
어떤 마음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제 모양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물컵에 번지는 잉크처럼
천천히 퍼지기로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닿는 것들이 있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뿌리는 말이 없어도
땅속 깊이 뻗어가고
겨울눈은 설명 없이
봄을 준비합니다
어쩌면 침묵도
하나의 언어였을지 모릅니다
말로는 안 되는 것들이
시가 되어
여기, 당신 앞에 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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