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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명 Jun 27. 2024

우여곡절

迂餘曲折

책을 읽다 발견한 ‘우여곡절’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그 단어만 유달리 크게 보였다. 이 말이 한자인지 순 우리말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迂 (멀 우), 餘 (남을 여), 曲 (굽을 곡), 折 (꺾을 절), 한자 사자성어로 뜻풀이는 뒤엉켜 복잡해진 사정이다. 남아있는 일이 멀고 굽이지고 꺾여 어려운 사정이라고 나만의 풀이를 해본다. 우역곡절이라는 말의 뜻 자체의 상황은 힘들고 어려움을 나타내지만 이 말이 사용된 예시를 보면 긍정적인 표현과 함께 사용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그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경찰은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잡았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존엄성을 발견했다.” 정도로 우여곡절의 끝은 성취감과 행복감을 동반한다. 나의 우여곡절을 생각해봤다. 가장 처음 생각나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었다.

나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작지만 한 사업체를 오롯이 혼자 운영하는 일은 쉽지않다. 처음엔 공부방 형태로 집에서 작게 운영했다. 한 두 명이었던 수강생은 두 자리 수로 늘어났고 학원으로 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짚고 다녔다. 이 순간 딸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해라 더 마음이 급했을지도 모른다. 가족에게도 집은 쉼이라는 공간이 필요했고 나에게도 직장은 곧 가정이라는 생활을 2년 넘게 하니 집안일과 일의 구분도 되지 않았다. 출근이라는 것을 하고 싶었다. 엄마가 학원 자리를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조용히 내 곁을 지켰던 딸이 이상반응을 보였다. 놀고 싶었던 아이, 늘 바쁜 엄마, 겁이 많아서 아직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던 딸. 엄마가 충분한 자양분을 다 채워주지 못하니 아이는 짜증과 울음으로 길을 막아버렸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까 고민도 했다.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아 시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상황이 맞아 어머님께서 시골에서 올라 올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원은 오픈을 했다.

공부방에 있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축하를 받으며 학원을 오픈한지 딱 2주, 사업설명회도 계획하고 프랜차이즈 대표님도 그 날 맞춰 설명회를 모두 계획했다. 그런데 또 다른 우여곡절, 코로나가 터졌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대구에서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가 개업한지 1개월도 되지 않은 작은 이 공간에 영향을 끼쳤다. 당시 설명회를 개최할까 고민했던 것도 순간, 맘 카페에서 올라온 글 하나, “어떤 학원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설명회를 개최했다더라. 원장이 정신 나간 것이 아니냐. 시국이 어떤 때인데......” 등의 댓글들을 보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표님께 사정을 말하고 모든 설명회를 취소했다. 곧 끝날 것만 같았던 코로나는 약 2년 정도 지속되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은 가능했다. 이때가 기회다 생각하고 엄마들이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을 때 내 아이를 집중적으로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며 보내는 학부모님들 덕에 월세는 감당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우여곡절 끝에 아직도 학원을 운영한다. 주변에 확장하고 버스도 운영하는 대형학원을 볼 때면 욕심도 난다. 그러나 믿고 보내주시는 엄마들과 학생들을 보면서 나와 인연을 맺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 다짐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안일해지지 않으려 또 다른 우여곡절을 잘 넘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인생에는 모두 우여곡절이 있다. 사람은 개개인이 하나의 세계라고 한다. 그 세계는 아름답고 비옥한 장소도 있지만 폭풍우가 몰아치거나 악취가 풍기는 구석도 있다고. 당신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얻어낸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할 것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인생이 평화롭기만 하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가. 인생은 작고 큰 우여곡절의 언덕이다. 우여곡절의 ‘곡’과 ‘절’ 지점에서 좌절하지 말고 그 어려움을 토대로 한 발짝 더 멀리 나가보자.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어려운 순간을 피하려 노력한다. 어려움에 처한 당시에는 그 교훈을 눈치 채지 못하지만 모든 고난을 이겨낸 후에 다시 그 때를 떠올렸을 때 비로소 교훈을 얻는다고 한다. 실패한 인생은 없다. 스포츠에서도 졌다고 해서 그 경기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모든 실패에서 배움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다보면 모든 경험이 성공으로 가는 한 계단 도약의 단계이다. 학원 아이들이 기말고사를 치는 시험기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험 100점을 맞았다는 소식을 기다리면서 나는 오늘도 迂餘曲折의 하루를 보낸다. 이 사자성어 끝에 붙는 긍정을 말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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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명 소속 직업 강사

임영웅을 덕질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영웅시대 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이야기와 마라톤 이야기를 함께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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