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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중 Oct 02. 2021

우리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기억해야 할 것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형적인 '데스게임'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만, 한국 고유의 놀이문화가 뒤섞이며 형식적인 진부함을 극복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내가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발견한 가장 한국적인 장면은 바로 극 중 주인공 '기훈'의 트라우마다. 그는 16년차 해고노동자로, 게임 중간 자신의 트라우마가 현실의 장면과 겹치는 환상을 겪는 인물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자마자 쌍용차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쌍용자동차는 2008년에서 2009년까지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복직투쟁을 벌여야 했다. 당시 정부는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노동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특공대와 헬기를 동원할 정도였으니 전쟁에 버금가는 상황이었다. 공권력에 무참히 짓밟힌 이들은 해고노동자라는 멍에와 함께 '빨갱이'라는 낙인도 찍혀야 했다. 해고노동자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할 정도였다.


  그렇게 2020년까지 16명의 해고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에는 배우자가 자살한 경우도 있는데, 아이가 보는 앞에서 유서도 없이 베란다로 뛰어든 이도 있었다. 마치 <오징어 게임>처럼 사회로부터 탈락한 이들은 힘없이 부서질 수밖에 없었다. 


  <오징어 게임>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와 파업, 이어지는 소송과 복직투쟁, 해고자 및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까지 뉴스로 접하고 있었다”며 “중산층이던 평범한 노동자도 해고와 자영업 실패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기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323256&code=61121111&cp=nv) 


  감독의 의도대로 <오징어 게임>의 환상은 결코 상상이 아니다. 극 중 경마장과 경쟁이 벌어지는 기이한 게임장이 닮아있듯이, <오징어 게임>이란 공간은 지금 한국의 노동 현실과 꼭 닮아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산재로 인해 떨어지고, 부서지고, 으깨지고, 부러지는 노동자가 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 1위를 차지하듯,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도 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4년부터 2016년까지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OECD 산재 사망률 1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구본권산재 사망률 1위인 로봇 천국한겨레》 2019년 1월 3일 자).


  그래서 더더욱 최근 사건에서 한 의원의 아들이 한 "나는 <오징어 게임>의 말일 뿐이다."라는 말을 가벼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재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산재 인정도 못받는 상황 속에서 50억원을 산재 보상금 명목으로 받은 이가 <오징어 게임>을 제대로 보았을지 의문이 든다. 


  9월 30일 울산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60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현대중공업에서만 벌써 올해 4번째 중대재해 사고다. <오징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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