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턴] 소아청소년과의 매력

소아과 인턴은 무슨 일을 할까?

by 작문의

소아청소년과 인턴근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체감상으로는 3달 정도 근무한 것 같았는데, 달력을 보고 나서야 고작 3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하루는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데 일주일은 정말 느리게 지나가는 아이러니

20대의 시간은 시속 20km, 30대의 시간은 시속 30km로 흐른다고 하던가

인턴 3주 차인 나의 시간은 시속 3km로 흐르고 있나 보다.



첫 2주는 소아청소년과 병동에서 근무하며 태어난 지 몇 달 된 아이들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아과라고 하면 왠지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대, 혹은 그 이하의 아이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소아 청소년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아이들 뿐만 아니라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청소년기까지도 전문적으로 보는 곳이다.

이번주부터는 신생아실(NR)과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근무하며 갓 태어난 신생아들을 보고 있다.

이곳에는 태어난 지 하루, 이틀의 갓난아기들이 가장 많고 가장 어르신(?)이 생후 두 달 정도 되는 아기이다.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수술방에서 상태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신생아실 또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보내진다.

특이병력이 없는 산모에서 태어난 아기이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태어난 경우에는 신생아실

어느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할 아기들은 신생아 중환자실로 각각 입원하게 된다.

그렇게 짧으면 2박 3일의 시간 동안 소아청소년과에서 아기를, 산부인과에서 산모를 전담마크하여 돌보고난 후 산모와 아이가 함께 퇴원을 한다.



신생아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로 일이 많은 게 좋은 건지 적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적게태어날수록 내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데, 낮은 출산율은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반면 아이들이 많이 태어날수록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지만, 우리나라에는 좋은 일이다.

좋아도 좋다고 할 수 없고, 싫어도 싫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생각을 멈추고 주어진일을 그저 묵묵히 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 매일같이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위에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아이들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식목일에 묘목을 정성스레 심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작고 여린 존재

이 아이들이 앞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주위에 좋은 영향을 주는 존재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병원에서 어린아이들은 방탄소년단이자 블랙핑크이다.

그저 걸어 다니기만 해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특히 막 걷기 시작하는 아기들이 제 발로 걸어 다닐 때면, 주위에서는 거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CT나 MRI를 찍으러 갈 때는 아이들의 V/S (산소포화도/맥박 등등)을 확인하기 위해 인턴이 동행하는데, 이럴 때는 마치 인턴이 아니라 아이들의 매니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면식도 없던 많은 사람들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

눈이 엄마를 꼭 닮았냐느니, 볼살이 찹쌀떡 같냐느니, 손이 앙증맞냐느니

아이들을 바라보며 당신들의 자녀들의 어렸을 적을 떠올리기도 하고, 손자 손녀들을 떠올리기도 하시며 얼굴에 미소가 만연해진다.

이러한 장면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라는 말의 속뜻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좋은 교수님들, 좋은 전공의 선생님들에게서 많이 배웠던 소아청소년과 인턴생활이 어느덧 1주일 남짓 남았다.

첫 인턴생활의 마지막 매듭을 잘 짓고 우리 병원 인턴생활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인 내과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