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해학과 BTS의 떼창 사이, 아리랑이라는 정서

김유정의 문학에 스민 해학, 그리고 세계의 목소리로 되살아난 아리랑

유튜브 신화문학노트에서 bts 광화문 영상 중에서




아리랑은 오래도록 슬픈 노래로 기억되어 왔다.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아리랑은 슬픔만의 노래가 아니다. 고개를 넘는 사람의 한숨이면서도, 그 한숨을 끝내 가락으로 바꾸는 노래다. 울음을 그대로 쏟아내기보다 리듬에 실어 함께 부르게 만드는 힘, 바로 그 점에서 아리랑은 ‘한’만이 아니라 ‘흥’의 노래이기도 하다. 서러움과 끈기, 체념과 웃음이 한데 섞여 있는 이 복합적인 정서를 나는 한국문학에서는 김유정에게서, 오늘의 대중음악에서는 BTS에게서 다시 본다.


김유정의 소설을 떠올리면 먼저 웃음이 온다. 「봄·봄」의 어수룩한 사내, 「동백꽃」의 서툰 사랑, 강원도 사투리가 살아 있는 대사들. 그런데 그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연구자들은 김유정의 작품이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현실과 궁핍을 해학적으로 그려내면서, 그 곤궁을 언어로 견디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의 웃음은 현실을 잊게 하는 웃음이 아니라, 현실을 버티게 하는 웃음이다. 그래서 김유정을 읽고 나면 피식 웃다가도 문득 마음 한편이 서늘해진다. 웃음 뒤에 남는 그 여운이야말로 김유정 문학의 온도다.


흥미로운 것은 김유정의 문학 안에 실제로 아리랑이 스며 있다는 점이다. 그는 수필과 소설, 잡지 글 속에 아리랑을 자주 소개하고 노랫말을 삽입했으며, 「만무방」과 「안해」에서는 그것을 향토적 정조와 식민 현실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했다. 더 나아가 연구는 아리랑 사설 속에 깃든 해학이 김유정 특유의 문체와 웃음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그러니 김유정의 해학은 단순한 재치가 아니라, 서러운 삶을 아주 한국적인 방식으로 견뎌내는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오래된 정서는 뜻밖에도 지금 BTS의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BTS는 새 앨범과 광화문 컴백 무대에서 ‘아리랑’을 전면에 내세웠고, 신곡 Body to Body의 아리랑 파트는 곧바로 집단적 합창의 후렴이 되었다. 해외 팬들은 공연 전부터 한국어 발음을 서로 확인하며 이 부분을 따라 불렀고, 미국 현지 워치파티와 뉴욕 Pier 17 공연에서도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노래를 이미 함께 부르는 장면이 이어졌다. 가장 한국적인 선율이 가장 세계적인 목소리로 번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결국 김유정의 해학과 BTS의 떼창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김유정은 가난과 서러움을 웃음으로 건너가게 했고, BTS는 그 정서를 군중의 합창으로 다시 돌려놓았다. 하나는 소설의 문장으로, 다른 하나는 무대의 후렴으로 같은 일을 한다. 혼자 견디던 마음을 함께 부를 수 있게 만드는 일. 울음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 주는 일. 어쩌면 아리랑은 시대마다 다른 목소리를 빌려 되살아나는 정서인지도 모른다. 김유정의 인물들이 삶의 고개를 웃으며 넘었듯, 오늘의 팬들은 그 고개를 떼창으로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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