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책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 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
20대에는 글 쓰는 직업으로 늘 숙제처럼 책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책을 가장 사랑하게 된 때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서이다.
사실 전업주부가 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매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삶의 중심은 내가 아닌 가족들에게 옮겨 간다.
내 삶에서 내가 밀려난 시간들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몸이 힘든 것 괜찮지만
정신적 긴장도가 높았다.
기쁜 일은 기쁜 대로
슬픈 일은 슬픈 대로
고민은 고민대로
다양한 감정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음속에 들어와
나의 정신과 마음을 어지럽혔다.
긴장하고 피로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을 자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생각이
지껄이기를 멈추지 않는 한
나의 몸은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잠들기 전 의식처럼 하는 루틴이 있다.
바로 독서이다.
침대에 누우면 쓰러지듯 잠들고 싶지만
일부러 잠을 쫓고 책을 편다.
힘든 하루의 끝, 왜 책을 펼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을 펴고 읽으면
작가의 내면으로 초대된다.
좋아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면 마음의 모든 소리가 차단된다.
매일 내 마음을 들락날락하던 기쁨, 슬픔, 우울함 모두 잠재워지고
책과 나만이 존재하는
나의 고요 속에 머무르게 된다.
생각과 감정이 텅 빈 제로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독서를 통한 마음의 정화는
온갖 현실적인 고민들과 문제들을
내려놓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작가의 깊은 내면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은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나는 이 짧은 고요한 순간을 통해
마음 에너지가 충전되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아이들 또한 책을 읽으면 얻게 되는 평화로운 시간을 꼭 경험하길 바란다.
세상의 온갖 환희와 시름에서 벗어나
책을 펼쳐 들고 몰입하면 얻게 되는 마음의 잔잔함.
저는 아이들도 '하루 끝 독서'를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잠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꼭 고요를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마음속 어떤 손님이 찾아와도
다시 마음을 정갈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을 만큼의 깊은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