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감기에 걸렸다. 바깥 냄새를 맡지 못했다. 걸음걸음마다 냄새가 달라질 것처럼 거리는 선명했다.
아파트를 돌아 나오면 동네에서 제법 큰 마트가 나온다. 사람을 뽑는다는 현수막이 두 달째 걸려 색이 바래졌고 마트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은행을 피하느라 발걸음이 요란했다. 모퉁이 밴치에 앉은 노인들은 가만히 모여 앉아 그 풍경을 눈에 담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아파트 앞 택시 정류장에 차를 줄지어 세워 놓고, 커피 자판기 앞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현대 자동차에서 소나타 택시 기종 생산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바람에 새로 개인택시 영업을 뛰려면 그랜저를 뽑아야 한다. 전기차라는 대안이 있지만, 평생을 내연기관을 몰아온 나이 많은 기사들은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 불편했다. 같은 값이면 웅장한 그랜저를 타는 것이 가오다시도 조금 더 사는 법이다.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는 방법은 많지만, 한 방에 가는 것이 제일 편하다. 시내를 지나고 작은 공업 단지를 지나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열차 탑승 안내 방송이 가까워지고 역 안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과 고향을 떠나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처음 기차를 타고 고향을 떠날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은 여전히 옅게 남아 있다. 늙어가는 부모를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 떠올리다가, 아직 닿지 못하는 깊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창밖의 풍경을 즐길 겨를도 없이 기차는 빠르게 달렸다.
금요일 저녁 서울역은 하행선 열차를 타는 사람으로 역 내부가 북적였다. 혼잡한 서울역의 인파 속에서 약혼자의 얼굴이 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위로하는 눈길에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손을 꼭 쥐었다.
할아버지 옆에 앉으면, 항상 손을 꼭 쥐고는 텔레비전을 보며 손바닥으로 내 손등을 치곤 했다. 그게 아프다가도 점차 시원하게 느껴졌다. 입을 오물거리고 헛기침을 하면서 손을 꼭 쥐고는 손등을 두드렸다. 이제는 다시 잡을 수 없는 손이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지금도 그때의 냄새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