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에서 조심할 5가지 행동

즐거운 시간을 즐겁게'만' 보내기 위하여

by 유이로

3월 중반, 바야흐로 MT 시즌이 다가왔다.


3월과 9월처럼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에는 캠퍼스가 새로운 만남으로 분주해진다. 개강 총회,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모집 등 친목 도모의 장이 열리며, 그 정점을 찍는 행사가 바로 MT(Membership Training)다.

MT는 학과, 동아리, 학생회 등에서 주최하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친목 행사인데, 학교 사람들과 1박 2일로 놀러 간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MT에 꼭 가야 하냐고 물으면, 한 번쯤은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갓 입학한 1학년 1학기 학과 MT는 더더욱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어느 학교의 경우 신입생의 MT 참여가 필수라는 소문도 있다.

MT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람과 비교적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술 게임과 대화 속에서 어색했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이 MT를 위해 도움이 될 법한 글을 쓰려고 한다. 도움이 될 법한 조언은 다른 곳에도 많으니, 하면 안 될 것과 조심해야 할 것 위주로 적겠다.




1. 가방 무겁게 싸 가지 말아라

MT를 앞두고 새내기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뭘 챙겨가야 하나요?"이다. 그래서 1번으로 꼽은 항목이다.


사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가방은 가벼울수록 좋다는 거다. 부연설명하자면,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잠옷, 다음 날 입을 여벌옷. 씻을 도구들과 헤어드라이어 등등.. 챙겨가지 마라. 어차피 그거 안 쓴다.


물론 이 역시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입학하고 처음 가던 학과 MT, 나는 위에서 언급한 여행 용품은 물론이고 복습할 필기 노트까지 챙겨갔다. 적당히 놀다가 중간에 빠져서 깨끗하게 씻고, 늦지 않게 잘 생각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어지는 술자리와 게임들에 정신이 없어서 챙겨 가방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혹시나 필요한 물건이 빠질까 싶어 전날부터 꼼꼼하게 싸왔지만, 결국 쓸모없는 이 된 셈이다.


특히 옷은 진짜 안 갈아입는다. 대학에 n 년 다니며 과에서도 동아리에서도 MT 여러 번 가봤지만, 옷 갈아입는 사람 거의 못 봤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친해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산책 한두 번 하고 나면 금세 새벽이 되고, 아침 해가 밝아온다. 잠을 자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자더라도 제대로 자리 펴고 누워 자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데, 번듯하게 옷을 갈아입고 외모 관리를 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MT에서는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곧 최선이다.


n번의 MT를 통해 도출한 최적의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MT 준비물
- 캡모자 : 다음 날 초췌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 클렌징 도구 : 화장은 지워라. 묵힌 화장은 피부에도 안 좋을뿐더러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는다.
- 충전기&보조 배터리 : 생각보다 콘센트 자리가 잘 안 난다. 콘센트야 있지만, 그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닐 수 있다. 당연히 충전기는 챙기되, 멀티탭은 무거우니 보조 배터리를 챙기자.
- 숙취 해소제 : 직접 먹지 않더라도 ok. 나눠주는 것만으로 선배와 동기들에게 성공적인 이미지 관리가 가능하다. 간혹 학생회에서 대량으로 쟁이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체크하고 챙기면 더 좋다.
- 수건 : 생각보다 쓸 데 있다. 없어도 생긴다.
- 칫솔 : 치약은 빌려서 써도 되는데, 칫솔은... 그렇다.

선택 사항 : 슬리퍼, 화장품, 마스크

본인이 굳이 필요하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이 이상 챙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노는 데 불편한 짐이 된다.



2. 옷은 편하게 입고 가라

꾸미고 가면 낮에야 좋겠지만 저녁에 힘들다. 학생회에서 준비한 미니 게임도 해야 하고,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바닥에 둘러앉아야 하는데, 빳빳한 바지나 치마를 입고 가면 무척 불편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편한 복장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간단한 바지에 얇은 티셔츠, 날씨에 맞는 두께의 겉옷 정도면 충분하다.



3. 술부심은 버려라. 제발.

사실 제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매년 이 '술부심'을 버리지 못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신입생이 등장하는데, 옆에서 바라보는 선배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MT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함께 간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친해지기 위함이지, 술로 맞짱(?)을 뜨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매년 토하고 실수하는 사람이 종종 나오는데, 제발 그러지 말자. 본인에게 정말 좋지 않다.


물론 신입생의 경우 이해해 주고 눈 감아주긴 하지만,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게 된다.

술은 딱 기분 좋고,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을 때까지다. 많이 마셔도 조절할 수 있다고? 착각이다. 아직 괜찮은 것 같아도 눈치껏 빼고, 물이나 음료를 섞어 마시자.


프롤로그에서, '동생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적겠다고 했던 내용을 기억하는가? 동생이 이 글을 읽을 순간을 위해 한마디를 더 적겠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어른인 게 아니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술자리에서는 조용히 묻어가는 편이 낫다. 술자리에서 눈에 안 띄어도 대학 생활 잘할 수 있고, 인싸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 당신이 술을 얼마나 잘 마시든, 당신의 주량은 반 병이다. 누가 묻든 그렇게 대답해라.

어차피 대답한 주량보다 더 많이 마신다고 나무랄 사람 아무도 없다. 주량이 반 병이라고 해놓고, 두 병 세 병 마셔도 괜찮다는 소리다. 사실 그 정도로 당신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미친 사람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당신이 "저 완전 잘 마셔요!"같은 망언을 한다면, 술 깨나 한다는 모든 선배들이 당신에게 집중할 것이다. 주량이 반 병이라고 말하는 경우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술을 잘 마시는 새내기의 등장은 정말 귀하다. 그러니 어떻겠는가, 고학번 선배와 술꾼 선배들의 new 먹잇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동네방네 알리는 꼴이 될 게 뻔하다.


선배들이 술잔을 들고 웃으며 찾아왔다고 가정하자, 이제 당신의 흑역사 생성 확률은 2배 이상 상승했다.



4. 진실 게임에서 너무 진실하지 말기

술자리가 무르익고, 어느 정도 가까워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진실 게임이 시작되곤 한다.

이때, 분위기에 취해 솔직해지는 건 좋지만, 너무 깊은 비밀까지 꺼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점은 의식적으로 계속 주의해야 한다. 술이 들어가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다. 술을 마신 뒤라서, 기분이 좋아서, 이 분위기에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어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있다.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점을 조심해야 한다. 말은 돌이킬 수 없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사나 전 연인과의 깊은 이야기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당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사적인 대화가 어느 순간 가십거리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진실 게임은 가벼운 농담과 적당한 유머로 분위기를 띄우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5. 그 선배 후배 동기랑 밤 산책하러 나가지 말아라.

연애 이야기다. 만약 당신이 이성과 둘이서 산책하러 나간다면, 문 밖을 나가는 순간 소문이 싹 퍼진다. 주목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과 공식 커플인 A와 B의 이야기를 잠깐 하겠다.




MT에서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새벽녘이었다. 중간 해장도 할 겸 라면을 먹으려고 인원을 세는데... 웬걸, 동기 중에 A와 B만 자리에 보이질 않았다.

장난기 많은 친구들은 "둘이 밤 산책하러 간 거 아니야?"라며 킬킬댔는데, 10분이 지나도 두 사람이 오질 않자 그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우리가 두 사람을 발견한 건 무려 1시간이 지나서였다. 둘은 언제 나갔다 왔냐는 듯 자연스레 무리에 끼었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이대로 모른 척해줄 동기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두 사람이 떨어져 있는 틈을 타 작전을 개시했는데, 먼저 1층에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A에게 물었다.


"너 어디 다녀왔어?"

A : 나 잠깐 바람 쐬러 산책 다녀왔어.


그리고 우리는 2층에서 술병을 치우는 B에게 가서 물었다.


"산책 잘 다녀왔어?"

B : 어.


딱 걸려들었다.


A와 B는 이날부로 학과 내 공식 커플이 되었다.



훈훈한 이야기 같지만, 문제는 이 두 사람이 헤어진 뒤다.


...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술 마시면 마음이 갈 수도 있고, 누군가가 좋아 보일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제발 분위기 타서 밤 산책 나가지 말자. 학과 행사에서는 수많은 시선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과 상대는 사귐 여부에 관계없이 술안주로 오르내릴 것이며, 졸업 이후까지 동기들의 기억에 두고두고 남게 될 것이다.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움직였다가, 원치 않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하자.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나의 첫 MT를 떠올려 보면, 무거운 짐과 불편한 옷이 남긴 후회도 있었지만, 그보다 즐거운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연못가 개구리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친 일, 해장하겠다며 부었던 물을 엎어버려 국물 한 방울 못 마신 컵라면, 갑자기 등장한 교수님이 열창하시던 이름 모를 옛날 노래, 밤새 떠들고도 아쉬워하며 과실에서 시켜 먹은 치킨까지.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지금 돌아보면 울컥할 만큼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앞서 말했던 "하지 말라"는 조언들도 사실 꼭 지켜야 하는 철칙은 아니다.

술 마시고 선배 앞에서 토했던 동기는 어느새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선배가 되었고, 진실 게임에서 선배에게 고백했던 동기는 얼마 전 그 선배와 1000일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처럼 온갖 실수를 저질렀던 사람도 지금 이렇게 노트북 앞에서 MT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1박 2일의 시간을 온전히 즐겼으면 좋겠다.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실수를 하든, 안 하든, 예상대로 흘러가든 아니든, 결국엔 그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

그러니 마음껏 웃고 떠들고,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하며 대학 생활의 한 페이지를 채우길 바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첫 MT가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다.



오늘의 요약

1. 가방은 최대한 간단하게 챙기자.
2. 옷은 간편하게 입자.
3. 술부심 부리지 말고, 반드시 조절하자.
4. 너무 깊은 비밀은 말하지 말자.
5. 이성과 밤 산책은 자제하자.

가장 중요한 것 : 마음껏 즐기고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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