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약' 어떻게 하나요?

선배와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 밥약 하는 법

by 유이로

이번 주제는 바로 '밥약'이다.


'밥약'은 '밥 약속'의 줄임말로,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며 친해지는 과정을 뜻한다. 대학 신입생의 경우, 3월 중후반이 바로 이 밥약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시기이다. 한참 선후배 대면식이나 과 mt 같은 굵직한 행사들을 통해 선배를 만나기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기와도, 후배와도, 심지어 교수님과도 밥약을 할 수는 있지만, 우선 새내기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 보니 선배와의 밥 약속을 위주로 써보려고 한다.




1. 밥약, 꼭 해야 하나?

신입생이 된 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밥약 좋다. 밥약 해라.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지만, 선배에게 밥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과정 자체가 낯설고 어려워 보이기 때문일 거다.


"꼭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다. 굳이 싫은데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입학 초에 밥약을 하지 않았던 입장에서, 여러 명에게 부탁하지는 않더라도 한두 명쯤은 꼭 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대학에 아는 선배가 하나도 없는 채로 입학했다면 더더욱.

밥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단 인맥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친해진 선배들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전수해 주는데, 밥약이야말로 선배들과 친해지기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2. 선배들은 어떤 도움을 주나?

대학 생활의 절반은 '인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학은 학업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에서 커뮤니케이션할 동료들을 구하는 공간이라는 거다.

미래를 위한 인맥으로서의 선배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당장 대학 생활 자체가 아는 선배가 있고 없고에 따라 크게 갈린다. 대학 생활은 곧 정보 싸움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졸업 요건' 뿐이기에 자유롭다지만, 그만큼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수단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때 선배들의 경험담과 조언은 대학에서의 방향성을 설정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꿀 과목이나 가입하면 좋은 동아리 혹은 대외활동을 추천해 주고, 전공 족보를 보내주는 등 품앗이를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정말 운이 좋은 경우 경우 교내외 활동 팀에 넣어줘서 장학금이나 경력을 떠먹여 주는 경우도 생긴다.

나의 경우, 친해진 선배가 아예 A라는 대외활동에 지원하라며, 합격 포트폴리오와 모의 면접까지 전수해주기도 했다. 단지 친한 선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대한 특혜를 받은 셈이다.


나는 2학년이 되어서야 선배들과 친해지기 시작한 케이스이다. 동아리에 들어가거나 과 술자리에서 알게 된 선배와 밥약을 잡으며 친해졌다. 1학년에는 동기들과 친해지기도 바빴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반수를 하겠다며 휴학했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양질의 정보를 선물해 줬고, 앞서 언급했듯 여러 도움을 받게 됐다. 덕분에 나는 진로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기회를 얻었고, 이를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도 잡게 되었다.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들과는 방학마다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는 모임을 결성했고, 과 선배의 도움으로 졸업에 필요한 소논문 작성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선배가 추천한 자격증을 방학에 미리 따두며 이를 바탕으로 대외활동에 합격하기도 했고, 그 대외활동에서 알게 된 선배의 추천으로 학원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1년만 더 빠르게 선배들과 친해졌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더 빨리,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욕심에 아쉽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대학 생활에 선배의 도움은 큰 이점이 된다.



3. 선배가 안 좋아하지 않을까요?

'꼭 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다. 시간과 돈을 내어서 생판 남인 후배에게 밥을 사 준다는 행위가 손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배 입장에서 보면, 밥약을 부탁하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밥약 신청하는 후배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며 푸념인 척 자랑을 하는 동기들도 있었다. 후배들에게 인기 많은 선배라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부러운 마음에 후배를 잡아와서라도(?) 밥약을 해야겠다 다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내 이야기다. 물론 내향적인 후배들을 맞이하는 바람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경우를 살펴보면, 본인도 신입생 시절에 선배로부터 밥을 얻어먹은 경험이 있기에 내리사랑처럼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밥을 사달라'라고 먼저 요청하는 후배가 있을 만큼 본인이 호감상의 외모라고 생각해서 기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무섭거나 꺼려지는 인상의 선배에게 밥약을 신청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심지어 어떤 선배 중에서는, '왜 나한테는 밥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냐'며 서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밥약은 대학 생활에서 대중적인 문화이고, 이를 요청한다고 해서 불쾌하게 느낄 선배는 없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으므로, 선배의 눈치를 살펴가며 부탁하자.


밥약을 요청할 선배를 잘 고르는 꿀팁을 주자면, '과 학생회에 소속된 동성의 선배'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학과 행사에 한 번만 가보더라도 학생회 소속 선배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는 성사율 200%를 자랑하는 방법이다. 대부분 학생회에 소속될 정도면 사회성과 정보력이 보장되어 있고, 학과 내의 인맥도 잘 다져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선배와 친해지기에도 용이하다. 앞서 성사율 200%라 설명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 운이 좋다면 선배 주변의 다른 선배가 "OO이 왜 나랑은 밥 안 먹어?"라며 넉살 좋게 또 다른 밥약을 성사시키는 행운이 따를 수 있다.



4. 밥약 시 주의할 점

이런 밥약에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공식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법칙은 아니나, 여러 경험을 통해 습득한 팁이니 명심하는 편이 좋다.


동성 선배에게만 밥약을 요청할 것

대학은 각종 소문의 온상지이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쯤이면, 나이 먹은 성인들이 중고등학생처럼 험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각종 가십과 이슈가 빠르게 도는 편인데, 특히 이성 관련 이슈는 민감하다 못해 각종 다툼과 이미지 훼손의 원인이 된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남녀가 밥 한번 먹었다고 이상한 소문이 나나? 묻는다면, 운 나쁘면 난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상대측에서 먼저 요청한 경우는 상관없으나, 괜히 이성 선배에게 밥약 하자고 들이댔다가 다음 날 바로 이상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느니 먼저 조심하는 편이 낫다.


보은을 잊지 말자

보은이 뭐냐면, 선배가 밥을 사면 후배가 커피를 사는 등 밥을 사준 선배에 대한 성의를 표하는 것이다.

신입생 시절에는 간과하기 쉽지만, 선배라고 해서 다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어른인 것은 아니다. 겨우 몇 살 정도 더 먹었을 뿐, 똑같이 용돈 받고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초중반인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금전 사정은 신입생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선은, 아무리 밥약이 많이들 하는 연례행사일지라도, 선배가 밥을 사주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마음에 사주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무언가를 받았다면 이쪽에서도 무언가를 주는 것이 기본 예의이다. 그러나 '선배가 밥을 사줬으니까 다음에는 제가 밥 살게요!'라는 식의 보답일 경우 선배 측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유교 사상의 잔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후배에게 밥을 얻어먹는 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밥을 사는 것은 과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고 치자.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근처 카페에서 마실 것을 사는 정도가 딱 적당한 보은의 예시이다.

선배가 밥을 사는 것에 비해 후배가 보은을 하는 것은 금액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커피 하나를 삼으로써 '개념 있고 예의 바른 데다가 착한 후배'로 기억될 수 있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 경험담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도출한 결과이다.


너무 자주 얻어먹지 말자

이건 밥약을 한 선배와 두세 번 이상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밥을 사주려고 생각하면 금전적인 이슈를 간과할 수 없게 된다. 처음 한두 번만 얻어먹고, 그 이후로는 더치페이하겠다고 먼저 말하자.

아마 그러지 말라고 아닌 척하면서도 무척 반가워할 것이다.




이렇게 밥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마지막에 주의할 점만 잔뜩 적어서, 괜히 밥약에 대한 의지를 움츠러들게 만든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 선배들은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하자. 후배가 먼저 친해지고 싶다며 말을 거는데, 이를 불쾌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타이밍이 걱정된다면, 과 행사 도중이나 수업이 끝난 뒤 등등. 사적인 대화에 적절한 분위기라면 언제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학기 초, 밥약을 바라는 선배의 마음으로 적었다. 후배들아, 나한테 밥 사달라고 좀 해!!!



오늘의 요약

1. 안 해도 되지만, 하는 걸 추천한다. 의외로 선배들이 더 좋아한다.
2. 선배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쉽고 빠르며, 유용하다.
3. 밥을 얻어먹었다면, 커피를 사는 게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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