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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May 11. 2024

브라이언 북클럽-영어 한 걸음 더

큰 아이는 온라인 영어 원서 읽기 모임, 브이 클럽(V-CLUB, 온라인 영어원서모임 V-CLUB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에서 원서를 읽는다. 브이클럽 리더, 나리쌤의 소개로 브라이언 북클럽(https://blog.naver.com/brianbkclub/222584196587)에 딸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영어 인문 고전을 읽고 소통하는 북클럽이다. 북셰르파 브라이언과 북텔러가 함께 30분간 영어와 인문학으로 소통한다. 수업 참여자는 북텔러고 딸아이는 이 북텔러와 북셰르파 사이의 수업에 참여해 듣는 리스너다. 수업은 유튜브로 조금 보았기 때문에 새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라이브는 역시 실패하지 않는 법인가. 


오늘의 책은 조지 오웰의 <1984>. 북텔러는 윈스턴이 프롤레타리아가 사는 지역에 일기장을 사러 갔다가 폭격으로 혼비백산한 장면을 선택했다. 북텔러의 장면 설정, 대답과 발성, 북 셰르파의 질문 수준과 대화 방식 들은 정말 놀랍도록 흡인력이 있었다. 대화가 끝날 즈음에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해졌다. 이 특별함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북클럽에서 인상 깊었던 건 의외로 공간이었다. 계절은 5월. 대치동 아파트 상가 1층의 모퉁이 쪽 초록색 작은 공간. 북클럽 앞 작은 숲의 초록과 마주하고 있다. 바깥의 초록은 아직 옅지만 안은 짙다. 상가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모퉁이를 끼고 수시로 이동했다. 덜컹거리는 짐수레 소리까지 얇은 유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고 빠른 움직임과 눈빛까지 전달되는 활력이 넘치는 장소. 경계는 투명에 가까웠다.


이 공간은 타인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구나. 시공간과 사람이 카오스처럼 흐르는 바깥과 투명한 경계를 두고 책과 함께 호흡한다. 북클럽 안의 사람과 이야기가 그에 발맞춰 흐른다. 이 공간은 어쩌면 이렇게 우리가 문학을, 책을 읽는 이유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안전하게 타인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 나와 세계의 투명한 경계를 명확하게 하려고 책을 읽는다. 이 공간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 장소를 처음 보고 북클럽 셰르파는 그 의미를 짐작했던 것일까?

  

김밥집, 미장원, 샐러드집, 옷가게 등 바쁜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제공하려는 의욕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상점들 사이로 허먼 멜빌의 고래가 헤엄치고, 칼 세이건의 우주선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애쓴다. 오늘은 조지 오웰의 윈스턴이 얇은 유리 파편에 충격을 입었다. 앞으로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고, 오, 브라이언 선생님이 나의 딸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테지.....?! 어쩌면 브라이언 북셰르파는 사교육의 대명사 서울 대치동에서 매일 결투하듯 오래된 작가와 흔들리는 영혼들을 붙잡아 구조하는 중인 지도 모르겠다.


북토크가 끝나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아이의 대답은 고개 사인으로 대체됐고, 머뭇거리고 명확하지 않았다. 한 두번의 지적으로 아이는 고치려고 애쓴다. 나의 숱한 지적질과 간절한 바람에도 굳건하던 잘못된 습관을 단 몇 분만에 고쳐놓다니. 당신은, 찰나의 메시아군요.


리스너로 참여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이는 좋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풀어낸 속내는 복잡했다. 앞으로 바꿔야 할 자신의 모습 앞에 잠시 어지러운 것일 테지. 네 세계는 아주 작단다. 물론 엄마도 그렇지. 이제 함께 때로 홀로 한발짝씩 나아가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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