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그가 사는 방식
그는 이 도시로 돌아온 지 2년이 됐다.
서울에서 오래 일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지금은 아니다.
이혼 후 아이들은 전처와 살고 있다. 가끔 영상 통화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밥을 먹는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남아 있지만 일상은 함께하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불이 꺼진 거실이 먼저 맞는다. 예전엔 TV 소리가 먼저 켜졌고, 식탁 위에는 아이의 문제집이 펼쳐져 있었는데 지금은 정리된 공기만 남아 있다.
그는 처음엔 그 조용함을 견디지 못했다. 불을 켜 두고 잤고, 라디오를 틀어두고 밥을 먹었다.
하지만 사람은 익숙해진다.
지금은 가끔 불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어둠이 눈에 익기를 기다릴 줄도 안다.
그날 문자를 보낸 건 우연이 아니었다.
동창 모임 단체방에 올라온 사진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본 순간 마음 한편이 오래전으로 밀려났다.
스무 살의 봄. 끝내 잡지 못했던 손. 서툴렀던 자존심.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를 먹고 나니 왜 이렇게 또렷해지는지.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번호를 물어봤다.
“오랜만이다.”
그 두 글자를 보내기까지 삼십 년이 걸렸다.
지금의 그는 스무 살처럼 무모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외롭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어떤 표정으로 문자를 읽었을지 상상하며 그는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쉰넷의 밤은 젊은 날보다 조용하지만 후회는 더 또렷하다.
이번엔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