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타트업 인턴 시작

모든 게 다 좋아 보임

by 둥근기록

설렘을 가득 안고 해보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첫 자취를 하고, 혼자 밥도 먹으러 가고, 혼자 산책하러 나가고, 혼자 쇼핑도 해보고, 혼자 뛰러 나가고, 혼자 모르는 지역을 여행해 보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가장 설렜던 건 아마 인턴 생활 첫날이지 않았을까.


1주 차가 지나가고 이제 2주 차가 지나가는데 이번 주는 공휴일이 많았어서 한 번에 묶어보기로 한다. 나는 이렇게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에 대해 일부로라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장기기억이 된다. 보낸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번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따뜻하면서도 똑똑한 사람들을 보고 어떤 기업에 들어갔는데 정말 내가 이 회사를 사랑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너무 좋고 내가 존경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CEO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첫날부터 이러한 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주변에 자랑하기도 했다. 근데 누가 나 보고 나라서 그 사람들이 잘해주는 거라고 했었는데... 칭찬인 것 같아서 감사했다.





나는 사회초년생. 아무것도 모르지만 열정과 패기는 넘쳐나는 사람. 낯을 많이 가리지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사회생활 첫날, 너무나도 스윗하신 인도분 CEO가 내 이름의 뜻을 알려주셨다. 힌디어로 내 이름이 life (삶)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소리 그대로 '지원'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니 어째서인지 매우 감동을 받았다. जीवन --라고 쓴다는데 소중히 간직해야겠다. 내 이름에 대한 해석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니 뿌듯하다.


개인 면담으로 CEO랑 그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회사 설립 배경에 대한 이야기와 나의 인턴 생활 3개월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분은 내가 이 인턴생활로 많은 것을 얻어갔으면 하셨고 베스트 인턴으로 뽑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든든했다.


처음으로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서 CEO 분이 관심 있으신 어떤 분과의 인터뷰 미팅을 잡아봤다. 그러다 시간이 안 맞으셔서 어쩔 수 없이 미팅을 하루 뒤로 미루어야 했을 때도 내가 그 인터뷰 보시는 분에게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는데 그때 CEO에게서 첫 칭찬을 받았어서 기분이 좋았다.


인턴 생활 3일 차, 회사 내 사람들이 다 바쁘셔서 어쩌다가 내가 회사를 소개하는 1분 피칭을 맡게 되었다. 이 1분 소개글을 5시간 이상 계속 고치고 지우고를 반복했는데 결국에는 그 발표하는 자리에 가는 길 지하철에서 싹 다 바꾸어 수정한 걸로 발표를 하였다. 그렇게 했던 계기는 지하철에서 다른 팀 대표님과 같이 타게 되었는데 그분께서 나에게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다.


우선 발표를 하는 자리에 선다면 그 발표를 듣는 사람은 '내가 왜 이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첫 문장에서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회사 소개하는 글에서 많이 바꾸게 되었고, 짧았지만 1분 발표를 하고 나서 다른 팀 대표님들에게 칭찬을 받아서 감사했다.


지하철을 탔을 때 그 대표님이 해주신 또 다른 조언은, 그분이 나를 보시기에는 내가 조용해 보여도 똑똑하고 생각이 깊지만 하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Self-aware를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그분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정말 정말 많이 본다. 내가 가장 고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컨벤션에서도 자리를 맡아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소개해주는데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다. 비즈니스 카드들을 정리해 주는 리멤버라는 앱도 써봤다. 9000원짜리 한식 뷔페 음식도 너무 맛있었는데.


코딩에 대해서 개념을 배우긴 했지만 직접 코드를 작성하여 앱을 개발하는 것은 처음해 보는데 CEO 분이 나를 강하게 키우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알려주셨지만 gpt랑 늦은 밤까지 대화를 하며 코드를 짜는 것은 정말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은 파일들을 한꺼번에 다운로드해서 계정이 정지되고 사이트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래도 코드를 깨부수었을 때는 (crack the code) 진짜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날은 꿀잠을 잤다.


나는 서울이라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지방 사람이지만 이번 기회로 여의도에 있는 호텔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러 갔다. 두 회사를 대표해서 나 혼자 가는 거라 쫄지 않으려고 내가 막 CEO가 된 것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 카드를 받아왔다. LP, GP에 대한 차이점도 알게 되었고 싱가포르에서 온 어떤 친절한 GP 분이 나에게 인맥을 소개해주시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내가 인턴 1주일 차라고 하니 놀라워하셨고 전공을 물어보시니 대학 입학예정이라고 하여 더 놀라워하셨다. 그분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고 물어봐주셔서 나도 편하게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인연이 되어 꼭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또 다른 스타트업 한국분과도 수다를 떨었다. 아는 사람들이 전혀 없었지만 점심 먹을 때 말을 걸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어서 재밌었다. 한국에도 이렇게 열정을 가진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많다는 게 보였고 나도 저분들 중 하나가 될 거라며 꿈을 그려봤다. 꿈을 오랫동안 그려본 사람이라면 꿈이 이뤄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고급진 음식들도 먹고 여의도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혼자 여의도 여행도 해보고 공원도 돌아다녀보고 한강도 처음 보러 갔다. 해가 지는 여유로운 오후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피고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너무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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