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식솔이 계속 늘어간다

제, 비집에는 반려 르방이 번식 중

by 살림하는 과학교사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지향하면서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여나갈 것인지에서 시작한 것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삶을 사는 것만 같다. 매번 세상과 싸우는 기분이랄까? 누가 싸우자고 덤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택배를 줄이고 배달을 하지 않은지 어언 6년, 첫째의 계란알레르기가 한몫하면서 나를 주방으로 반강제로 밀어 넣었던 시간이 어느 순간 건강한 먹거리와 살아있는 땅과 경작, 로컬푸드, 공정무역, 녹색소비자로 나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놓칠 수 없었던 건 바로 빵이다.

물론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편의점 빵은 거들떠보지 않은지 오래다. 맛있다는 비건빵을 주문하고 비건 베이커리집을 잘도 찾는다. 남들은 모르는 것을 아는 그런 기분?? 그런데 문제는 택배다. 용기를 들고 가서 사 먹은들 매번 사러 갈 수도 없고 내가 사는 지역은 더더군다나 비건 베이커리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아이스박스에 빵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고.... 항상 딜레마였다.


드디어 새로운 도전이다. 바로 빵 만들기다. 천연발효종을 이용하는 빵, 이 효모를 계속 키우고 또 키우며 무한대로 계속 증식하는 이 원생생물을 나의 집 냉장고에서 키워보고자 마음을 먹는다.

오지랖퍼이기도 한 나는 지인찬스를 쓰기로 맘을 먹는다. 사부작, 사부작 하는 모임을 만들 테니 너의 반려 발효종을 나눠주고 빵 만들기를 시연하라는 것.... ㅋㅋㅋ 요리에 진심인 그녀는 나의 초대를 어렵사리? 받아들여줬다.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제비족 두 명을 더 초대했다. 이름하여 반려 르방을 키워보지 않을래?라는 주제로 말이다.

건포도로 발효시킨 발효종을 토종밀의 종류별로 발효시켜 가져온 4종류의 발효종과 토종밀가루를 이용해서 우리밀바케트 만들기 시연...

나는 그날 두근두근 한 마음으로 잠들기 전 반려르방에게 밥을 먹인다. 주택으로 이사 와서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식솔이었던 냥이들에게 사료사고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기 시작할 때랑은 또 다른 마음이다. 이안에 수천 마리의 효모가 살겠지? 향을 맡아볼까? 어떻게 발효될까? 빵은 부풀까? 맛은 있을까?

매번 건조이스트, 생이스트를 사서 몇 번 만들다가 말기를 반복하고 그렇게 그 이스트를 버렸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니 쉽사리 죽이진 못할 거 같다. 나의 냉장고 한켠에 수천 마리의 생명체가 꾸준히 함께 살아가길.. 그리고 나의 반려 르방이 되어서 내가 파파 할머니가 될 때까지 같이 있어줄까??
너무 비약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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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둘째가 학교에서 오면 내게 말한다. 밥 주자고.. 거기엔 두 종의 생명체가 있다. 바로 냥이들과 효모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살아서 보글보글 기포가 발생하고 그 효모를 발효시키면 반죽이 부풀어오는 짜릿함. 나는 또 다른 빵순이의 길을 걸을 것 같다.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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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멀다하고 빵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 내 손으로 만든 건강한 빵과 샐러드, 아이들이 손수 딴 산딸기로 만든 산딸기 콩포트로 만든 나름의 근사한 아침

지인들에게 거뜬히 빵을 선물할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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