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게 그림책 보기 9_이유가 없어도 괜찮아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를 읽고

by 이야기봄

어느 날 아침, 나다 씨의 등에 한 쌍의 날개가 생겼다. 카프카의《변신》의 첫 문장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 한 마리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느 날, 날개가 생긴 나다 씨. 의사 선생님은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아무런 약도 주지 않았고 친구는 분명 공기가 나빠서 그럴 거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 중에 날개가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다. 사장님은 날개를 달고 일할 순 없다고 당장 뜯어 버리라고 하고 철물점 주인은 가위로 자르면 될 일이라고 쉽게 말해 버린다. 넥타이 가게 아저씨는 그런 날개가 있으니 값비싼 넥타이를 매는 게 좋겠다며 물건 팔 궁리만 한다. 나다 씨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노인에게 묻는다. 노인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만 답 해준다. 대체 왜 날개가 생긴 건지 고민하던 나다 씨에게 풍선 파는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 멋진 날개를 가졌군요” 이 한마디에 나다 씨는 고민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있던 나다 씨에게 나다 씨와 똑같은 날개를 가진 여자가 다가온다. “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어요”라고 말하며. 둘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며 그림책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는 끝이 난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반려견과 함께 인 것만으로도 나다 씨는 행복해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반려견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가까이 어머니가 살고 있고 친구가 있으며 직장이 있는 나다 씨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날개가 갑자기 생겼어도 나다 씨의 일상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반려견이 물고 있던 빨간 공이 나다 씨를 여자에게로 이끈 것으로 보여서 날개라는 공통점이 없어도 이 둘은 만날 운명일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세피아 톤에 빨간색을 포인트로 사용했다. 빨간색 식탁 의자, 나다 씨의 멜빵, 손목시계, 액자, 창틀, 문, 타자기와 전화기, 자전거 그리고 여자가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두 빨간색이다. 그림이 간결하면서 섬세하다.


그림책을 여러 번 읽고 나니 풍선 가게 아저씨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 나에게, 풍선 가게 아저씨처럼 말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적당한 자존감만 있어도 살아갈 만하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밥을 차려 먹고 한잔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면 자존감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 그러니 오늘 하루 무탈하게 보냈다면 아무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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