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창밖을 본다. 아직은 찬바람이 일고 뒷동산에 풀빛도 드문드문해서 완연한 봄이 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겠구나. 이 시간쯤 우리 아들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씻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는지... 30여 년 전 대전 공군 훈련병 때를 돌이켜 본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늘 군가를 연이어 불렀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멋있는 사나이~,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연병장을 지나칠 때면 오렌지빛 석양에 땅거미가 깔리면서 국기 하강식이 시작된단다. 6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럼펫 소리로 국기 하강식을 알린 후에 애국가가 들여올 때면 콧등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하곤 했었다. 내게 조국이 있고, 나로 인해 내 부모와 형제들이 편안하게 오늘 하루 단잠을 청한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뿌듯하기도 했다.
네 생각을 들으려고도 안은채 강제로 너를 군대 보낸 아빠의 마음은 여전히 바늘방석이다. 길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떨구며 "알았어요." 하던 네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일주일 간의 침묵 끝에 입대를 정한 네 깊은 속마음에 지금도 미안하고 또 감사한다.
아들아, 조금만 인내하고 이 시간이 네 내면의 너와 만나는 지독한 고독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 온 세월들을 돌이켜보고 또 이후에 너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지금은 없어졌지만 국기 하강식의 가슴 벅찬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도 해주고 싶었다. 그 대신 땅거미가 질 무렵 연병장을 지나쳐 올 때 모두가 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르면 비슷한 감동이 있을 것 같다. 이 군복무 기간이 결코 썩어 버릴 시간이 안되려면 모든 것이 네 마음과 실천에 달렸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라고 하신 말씀이 네게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 엄마는 오늘도 아들의 헌신으로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는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갑자기 일거리가 생겼구나. 퇴근을 좀 미뤄야겠다. 일단 여기서 줄일게. 밥 맛있게 먹고. 언제나 행복해야 해. 네가 우리 아들이어서 참으로 자랑스럽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