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공편 謀攻篇](1)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by 아우리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손자가 말하기를,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요, 싸우지 않고도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이다."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 손자병법 모공편 -


손자는 이 구절을 통해 진정한 승리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단순히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승리라는 것이죠.

손자는 물리적인 충돌을 마지막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그보다 앞서 상대의 계획을 꺾고(벌모 伐謀), 외교를 단절시키며(벌교 伐交), 전투로 몰아가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싸워서 이기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자의 시선은 다릅니다. 싸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승리라는 것이죠.

이 가르침은 갈등이 잦은 직장과 인간관계, 가정과 사회에서도 유효합니다.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고, 상대의 입장을 꿰뚫어 보며, 지혜롭게 설득하고 타협하는 것. 손자는 바로 그것을 최고의 전략으로 보았습니다.

조직생활을 오래 해본 저로서도, 상대를 이기기 위한 대결 구도에 익숙해져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작전 회의나 부서 간 협업에서 의견 충돌이 생기면, 설득보다는 우위 확보에 집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외치는 것보다,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훨씬 강력한 전략이라는 사실을요.

손자병법 모공편은 싸움을 피하되, 전략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은 무기력하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이 사고하고, 더 멀리 내다보며, 필요한 힘은 아끼고 결정적인 순간을 준비하는 지혜입니다.


손자가 말한 네 가지 전략 단계


모공편의 핵심은 싸움의 순위를 정하는 데 있습니다. 그는 가장 높은 전략을 '상병벌모(上兵伐謀)', 즉 상대의 계획 자체를 무너뜨리는 데 두었습니다. 이는 곧 갈등의 근본을 파악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벌모(伐謀): 상대의 계획을 꺾는다 → 미리 파악하고 대응한다

벌교(伐交): 외교적 연합을 끊는다 → 설득과 조율의 외교력

벌병(伐兵): 전투로 제압한다 →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략

공성(攻城): 성을 공격한다 → 최후의 수단이자 가장 큰 손실


이 순위는 곧,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이기도 합니다. 감정적 대응, 즉각적인 반응은 언제나 마지막에 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손자병법 기반 자기점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자신이 처한 상황 속 갈등이나 대립 관계에서, 나는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가? 다음 질문을 통해 내 현재의 위치를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분석하고 있는가? (벌모 伐謀)

대화와 설득을 통해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는가? (벌교 伐交)

힘이나 권한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진 않은가? (벌병 伐兵)

이미 모든 수단이 무너진 후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진 않은가? (공성 攻城)


이 네 가지를 기준 삼아 나의 대응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소모를 줄이고 더 현명한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법: 상병벌모(上兵伐謀)의 지혜


이 원칙을 바탕으로, 갈등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전략적 의도 파악하기

상대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것 너머에 있는 진짜 의도와 목표를 파악하세요. 실천 팁: “당신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라는 직접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명확한 질문이 명확한 상황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2.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여러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세요. 실천 팁: 중요한 결정 전에 '적색팀 분석(Red Team Analysis)'을 해보세요. 자신의 계획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3. 공통 임무와 목표 확립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공동의 상위 목표가 존재합니다. 실천 팁: 논의 시작 전 “우리의 공통된 임무는 협력적 해결입니다”라고 명확히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협력의 기반이 마련됩니다.



<손자병법이 전해준 오늘의 한수>

"최고의 전략은 설득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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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 한눈에 보기

손자병법 모공편 워크시트


<다음 글 예고>

모공편(謀攻篇)은 그 내용이 풍부하여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모공편(2)] - 지피지기 백전불태, 진짜 싸움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가장 오래 가는 전략. 손자가 말하는 정보와 통찰의 지혜를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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