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단체 대화방에서

사담인의 서늘한 이야기 1편

by 인유

저는 사담인입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입에 올립니다.


누군가의 고통이, 누군가의 상처가

어느새 흥밋거리가 되어

조용히 이곳저곳을 떠돌기도 하지요.


저는 믿어왔습니다.

마음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요.


그래서 저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자

사담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은 피할 수 없이

인간의 추한 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숨어 있던 진실.

그리고 그로 인해 번져나간 상처와 파문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상처를 주고,

또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고통을 흘려보내는지요.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천천히 적어보려 합니다.


그날 밤은 평소보다 조금 더 어수선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 몰두해 있었고,
저 역시 제 리듬대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무심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중이었습니다.
익숙한 단체 채팅방의 알림음이 울렸고,
그 소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몇 개의 단체 채팅방에 속해 있었습니다.
아이 친구들의 정보,
소소한 육아 팁이나 일상 대화가 오가는 공간이었지요.


그 방은 제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늘 시끌벅적했고,
몇몇 분이 언제나 대화를 주도하곤 했습니다.
저는 대체로 읽기만 하다
말없이 빠져나오기를 반복했지요.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늘 호기심이 많고,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던 P 씨가
그날따라 한껏 들뜬 말투로
알림을 연달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머, 그 소식 들으셨어요?
학군 좋기로 유명한 S 동네 있잖아요.
거기서… 학생이 투신했대요.”


P 씨의 그 한마디에,
단체 대화방은 곧장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쉴 틈 없이 울려대는 알림음들.


“어머! 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학생 누구요? 그 동네는 학군이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부모님은 알고 있을까요?”


걱정이 겹치고, 충격이 튀고, 염려가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저는 묘하게 어긋난 온도를 느꼈습니다.

‘걱정’이라는 미명 아래,
조용히 파고드는 또 다른 감정—
그 아이가 우리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공포가 있다는 걸요.


사건의 진실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혹시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막연하고도 냉정한 불안이었습니다.

그 감정은 말과 말 사이,
부모들의 안부 인사 틈에도 은근히 스며 있었습니다.


그날 대화방 안에는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어색하고 싸늘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P 씨는 그 분위기를 즐기기라도 하듯,
갑작스레 하나의 사진을 채팅창에 올렸습니다.


“이 사진이… 그 현장 사진이래요.”


그 말과 함께 도착한 사진 속에는
노란 경찰 통제선 너머로,
119 구조 차량과 경찰차가 정차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수습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누가 보더라도 학생임을 짐작할 수 있는 작은 형체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북적이던 대화창이
순간, 정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곧—
비명처럼 짧고 격한 반응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말도 안 돼요.”
“어떻게 이런 걸 올려요?”
“세상에, 진짜였어….”


겉으로는 걱정과 충격을 말하는 듯했지만,
메시지 사이로 스며든 감정은 묘하게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흥분했고, 누군가는 안도했고,
그리고 P 씨는—
마치 준비된 누설처럼 그 사진을 내던진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란 마음에
급히 마이크 버튼을 눌렀습니다.


“P 씨… 지금 무슨 짓 하시는 거예요!
어서 그 사진 지우세요!”


제 목소리는 떨렸고,
손끝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