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걷는 넓을 길보다는, 내 발에 맞는 신발 먼저.

남들이 좋다는 운동 대신, 내 몸이 원하는 운동

by 움직임의 언어
움직임의 언어 | 스물네 번째 이야기
만병통치약이라는 달콤한 환상


"허리 디스크에 좋은 운동은 뭔가요?"

"무릎 관절염에는 어떤 동작이 제일 좋은가요?"

"거북목을 단번에 펴주는 운동 딱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인터넷 검색창에 특정 부위의 통증을 검색하면, 수십수백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한 'OO에 좋은 운동 BEST 3' 같은 영상들이 쏟아집니다. 아프고 불편한 내 몸을 단숨에 낫게 해줄 마법의 알약 같은 동작을 찾고 싶은 마음, 그 간절함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인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관점에서 조심스럽고도 솔직한 이야기를 하나 조심스레 꺼내놓으려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운동'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지금 여러분의 시스템이 조용히 필요로 하는 '알맞은 운동'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기성복처럼 찍어낸 '좋은 운동'의 환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 내 몸의 고유한 결을 읽어내는 '필요한 운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명약이,
내게는 독이 될 수 있는 이유


우리는 흔히 운동을 비타민 영양제처럼 소비하려 합니다. '스쿼트는 하체에 좋은 운동', '데드리프트는 척추 기립근에 좋은 운동'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생체역학적으로 그 운동들이 가진 고유한 이점과 가치는 무척 훌륭합니다. 하지만 운동은 내 몸 밖에서 안으로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약물이 아닙니다. 내 몸의 관절, 신경계, 과거의 다쳤던 기억, 그리고 오늘의 피로도가 그 운동의 부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스쿼트는 하체와 코어 발달에 매우 '좋은 운동'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발목이 뻣뻣하게 굳어 있고 체중이 이미 앞으로 쏠려 있는 사람이 무작정 그 완벽한 자세를 따라 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뇌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무릎을 과도하게 비틀거나, 허리를 무리하게 꺾어서라도 억지로 주저앉는 동작을 만들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그 운동이, 내 몸의 가장 연약한 고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위태로운 동작으로 돌변하는 순간입니다.




'좋은 운동'은 목적지를 묻지 않는 완행열차와 같다.


"~에 좋은 운동"이라는 접근 방식의 가장 아쉬운 점은, 내 몸이 현재 서 있는 '시작점'을 잊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약해진 엉덩이 근육의 힘을 키우는 묵직한 수축 운동이 절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미 돌덩이처럼 긴장해 버린 근육을 다독이고, 뇌가 잊어버린 관절의 부드러운 위치 감각을 다시 깨워주는 아주 섬세한 호흡 훈련이 훨씬 더 시급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의 신경계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제약 조건)를 살피지 않은 채,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동작을 욱여넣는 것은 목적지도 확인하지 않고 아무 열차에나 몸을 싣는 것과 같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달리긴 했지만, 도착해 보면 내가 원하던 편안함과는 한참 멀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요한 운동'을 찾는다는 것
맞춤복을 짓는 재단사의 마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요? 질문의 방향을 외부의 정답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돌려보아야 합니다.


"유명한 선수가 하는 저 운동이 지금의 나에게도 '안전하게' 쓰일 수 있을까?"

"내 무릎이 불편한 이유는 엉덩이의 힘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발바닥이 지면을 누르는 방식을 잊어버렸기 때문일까?"

"지금 내 신경계가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나에게 필요한 운동'을 찾는 과정은 헐렁한 기성복에 몸을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재단사가 내 몸의 굽은 등과 기울어진 어깨를 세밀하게 치수 재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복을 지어내는 과정과 같습니다.


아주 화려하고 역동적인 동작이 아닐지라도, 내 몸의 잃어버린 협응력을 살려주는 단 1cm의 작은 움직임이라면 그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위대하고 기능적인 운동입니다.




정답을 좇는 뜀박질을 멈추고,
내 몸과 대화할 시간


세상 모두를 만족시키는 '무조건 좋은 운동'이라는 파랑새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편안한 상태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최적의 움직임'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정답의 테두리 안에서 내 몸을 억지로 구겨 넣으려다 다치거나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화면 너머의 누군가가 외치는 획일화된 구호보다는, 조금 서툴더라도 내 몸이 지금 들려주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는 세상이 칭송하는 화려한 명약을 찾아 헤매기보다, 내 몸의 가장 취약한 곳을 다정하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나만의 반창고 같은 움직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움직임의 언어> 드림.


Keyword: 필요한 운동(Necessary Exercise), 개별성의 원리(Principle of Individuality), 생체역학(Biomechanics), 보상 작용(Compensatory Mechanism), 제약 조건(Constraints), 고유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 시스템적 사고(System 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