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어떤 감정이 드는데 그게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정확한 말이 없다. 그래서 설명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공유하지 못한다.
마음 한쪽에 조용히 웅크린 채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자리잡고, 그저 가만히, 내가 무너지는 틈만 기다리는 감정.
그건 이름을 붙이지 못해 더 오래 남는다. 말로 뱉지 못해 해소되지 않는다.
이름 없는 감정은 분류되지 않은 기억처럼 의식 아래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불쑥 올라온다. 향기 하나, 빛 하나에 툭 건드려진 채.
나는 아직, 그 감정을 부르지 못한다. 그저, 그 감정이 나를 먼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