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

오래간만에 엄마 노릇해보기

by kwakkong

학교에서 알림장이 왔다

수학 서술형 단원평가를 보겠다고…


뭐??????

서술형??????

수학인데??????

3학년인데??????


너무 놀랐고 놀랐고 놀랐다.

분명 작년까진 시험도 없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게다가 서술형이라니…

정작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는데 괜히 나만 가슴이 콩닥콩닥 하면서 뭘 도와줘야 하나 조바심이 들었다.

부딪치기 싫어서 공부 가르치는 건 선생님들께 맡겼었는데 이건 차근차근 설명이 한 번쯤은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야단법석을 떨며 문의한 결과 공부방 선생님이 문제를 출력해서 보내주셨다.


문제가 적힌 종이를 보자 시작도 안 했는데 두통이 밀려왔다.

자기만의 논리로 엄마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경험에 의한 상상이 나를 벌써부터 힘들게 했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나 자신에게 다그치지 말자고 타이르며 공부를 시작했다.


예상대로 난관이었다.

아이에게 엄마말은 들리지 않았다.

문제만 잘 보라고 해도 자꾸 고집을 부리며 답만 도출하려고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했다.

익숙한 대로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고 한참만에 낯선 문제를 받아들인 아이에게 “역시.. 우리 OO는 책을 많이 읽어서인가 이해력이 좋네. “라고 칭찬해 주었다. 아이가 잠깐 멈칫하더니 조용히 아래의 문제들을 풀었다.

수학은 처음이라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챗GPT의 도움도 받아가며 어찌어찌 공부를 마무리했다.


아이가 알든말든 화내지 않고 공부(가르치기)를 끝낸 나 자신을 (속으로) 칭찬해 주었다.

물론 아이에게도 대견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선생님에게 맡기는 공부는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공부방은 전반적인 한 학기 선행정도라고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은 엄마가 잡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부분을 회피해 왔으나 오늘을 기점으로 용기를 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아이에게 화낼까 봐 미뤄왔던 그 일은 어쩌면 겪어내며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오늘은 엄마로서 또 다른 역할을 해낸 나에게 신랑이 갖다 준 (이 시간엔 금기된) 탄산 한잔으로 오늘의 보상을 해본다.


수고했어(아이에겐 직접 하지 않는 말) 딸

수고했어 내 딸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