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ucture - 구조가 되니, 확장이 가능했다.

정리된 브랜드는 확장될 수 있다.

by ENTJ 쿠사장

백화점 팝업을 마치고 돌아온 매장은 겉보기엔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익숙한 오븐 소리, 반죽 냄새, 반가운 단골손님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진열장을 바라보며 자꾸 팝업 매출 숫자를 떠올렸다.

백화점 수수료를 빼더라도, 왜 남는 게 없을까?
이 쿠키는 예쁜데, 왜 안 팔렸지?
손은 많이 가는데, 마진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반죽을 하면서도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계속 생겨났다.


그 쿠키들은, 내가 좋아서 만든 것들이었다.
공들여 디자인했고, 이름도 정성스럽게 붙였다.
SNS에 올리면 반응은 늘 좋았다. 인스타 조회수 50만을 넘긴 쿠키도 있었다.

하지만 매출표는, SNS 반응과는 달랐다.


매장과 팝업의 판매 데이터를 전부 정리해 봤다.
가장 많이 팔린 쿠키는 늘 정해져 있었다.
심플하고 익숙한 맛.
놀랍게도,
‘이건 좀 밋밋하지 않나?’ 생각했던 쿠키가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내가 가장 손이 많이 가게 만들고 디자인에 공을 들인 쿠키는 항상 리스트의 맨 아래에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쿠키일수록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적었다.
그러니 매출 기여도도 낮을 수밖에.

사실 초반에도 한 차례 메뉴 정리를 한 적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데이터가 더 쌓였고,

그래서 다시, 메뉴 리빌딩을 결심했다.

메뉴 리빌딩의 기준은 명확했다.

최근 4주간 판매량

쿠키 1개당 마진율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장비 회전

재고 관리의 용이성 (재료가 겹치는지)

손님이 ‘설명 없이도 고르는지’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메뉴는 아무리 정성을 들였어도 내려놓았다.

그렇게 남긴 쿠키는 15개.
그리고 이 15개도 다시 나누었다.

시그니처 3, 베스트셀러 5, 계절 한정 2, 상황에 따라 교체되는 로테이션 메뉴.


메뉴가 정리되자, 생산 흐름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재고는 예측이 가능해졌고, 하루 일과는 반복 가능한 루틴이 되었다.

그때서야, ‘확장’이라는 단어가 복제 가능한 구조처럼 느껴졌다.


팔리는 메뉴만 남았고, 운영 루틴은 매뉴얼로 정리돼 있었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도 혼란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2호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1호점의 구조가 이미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 구조는 나의 시간과 체력을 계속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매출이 올라가도 내 손이 계속 들어가는 구조라면, 그건 확장이 아니라 소진이다.


그래서 2호점은 더 굽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굽지 않아도 브랜드가 돌아갈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낸 매장이었다.


2호점이 필요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내 시간을 덜 쓰고도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정리된 메뉴와 시스템이 실제로 다른 매장에서도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으며 ‘운영’이 아닌 ‘브랜드’로 성장하는 다음 단계를 밟고 싶었다.


나는 확신한다.

정리된 브랜드는 복제할 수 있다.


그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2호점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시간은 줄이고, 브랜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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