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한 상자, 골목을 넘어 백화점으로 가다
쿠키는 팔렸다.
리뷰도 좋았고,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운영도 익숙해졌고, 정리된 재고표, 마진표, 생산 루틴까지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조금씩 ‘안정’이라는 감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안정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이 안정이 곧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골은 꾸준히 들어왔고
주문도 이어지고 있었지만,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팔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
“이 골목 안에서만 장사하면, 이 이상은 없겠다.”
그 순간부터였다.
내 쿠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졌다.
이 쿠키가 동네 밖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더 이상 내 가게 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백화점에 직접 제안서를 보내기로 했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
제안서는 ‘기다림’이 아니라 ‘행동’이었다
누군가 연락해 주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브랜드가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움직였다.
롯데, 현대, 신세계 백화점에 보낼 팝업 제안서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
• 브랜드 소개
• 제품 라인업
• 가장 잘 팔리는 메뉴와 핵심 특징
• 고객층
• 매장 사진
• 포장 가능 여부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내 브랜드를 더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제안서를 쓰는 건 ‘설득’이 아니라 ‘정리’였다.
그리고 며칠 뒤, 롯데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 MD가 매장을 직접 방문했고, 현장에서 미팅이 시작됐다.
첫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
“하루에 몇 개 생산 가능한가요?”
맛보다 먼저 나온 건,
운영력과 지속 가능성이었다.
이후에도 질문이 이어졌다.
냉장 보관 여부, 시식 구조, 인력 구성, 인쇄물 디자인 등
실무 중심의 체크리스트들이 줄지어 나왔다.
샘플 쿠키를 시식했고,
포장 방식과 재료 소개 방식에 대한 피드백도 현장에서 받았다.
그리고 도면이 펼쳐졌다.
고객 동선, 셋업 위치, 주변 브랜드와의 관계.
모든 것이 ‘실전’이었다.
정말이지 팝업스토어를 준비한다는 건 가게 하나를 더 여는 일에 가까웠다.
남은 시간은 단 2주.
매장을 지키며 동시에 팝업을 준비하는 건
1인 운영 디저트 카페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었다.
• 간판 디자인
• 매대 디스플레이 설계
• 쇼핑백, 가격표, 시식 구조
• 생산량 예측
• 매장 간 이동 동선
밤마다 매장 문을 닫으면 용달차를 불러 오븐, 반죽기, 재료 테이블, 냉장고까지 직접 실어 날랐다.
모든 것이, 내 몫이었다.
나는 기회를 잘 잡은 것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 생각한다.
다만, 팝업을 실제로 진행해 보니
이건 ‘기회’이자 동시에 철저한 ‘계산’의 영역이었다.
처음 제안받은 수수료 30%로 생각보다 높았다.
내가 가진 생산 여력과 마진 구조로는 맞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계약 조건을 조정해 재제안했다.
• 판매 메뉴를 마진이 높은 제품 위주로 구성
• 포장은 단가 낮춘 구조로 조정
• 수수료 인하 요청
백화점 입점 기회도 흔한 일이 아니라 처음엔 이런 요구를 해도 되는 건지 조심스러웠지만, 조율이 불가피했다.
그리고, 팝업이 끝나고 정산서를 받고 깨달았다.
수수료, 인건비, 포장비, 세금…
숫자를 다 정리하고 나니 남는 건 거의 없었다.
‘잘 팔렸다’는 건 착각이었다.
“이건 거의 봉사 수준이네…”
그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허탈함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팝업 이후, 진짜 변화가 시작됐다
그 이후,
매장과 온라인에 이런 말들이 붙기 시작했다.
• “롯데에서 먹고 반해서 찾아왔어요.”
• “백화점에서 보고 인스타 팔로우했어요.”
• “못 사서 아쉬웠는데, 스마트스토어에서 주문했어요.”
리뷰, DM, 신규 팔로워, 단골 전환.
내 브랜드는 확실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다.
수익보다 더 큰 자산은
‘처음 본 브랜드가 마음에 남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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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얻은 것 정산서보다 더 중요한 걸 얻었다.
• 브랜드를 객관화해 보는 시선
• 운영력에 대한 냉정한 검토
• 백화점 기준에 맞는 상품 구성과 포장 구조
• 새로운 고객층과의 연결
• “브랜드는 기다리지 않고, 움직여야 확장된다”는 교훈
처음엔 그저 쿠키를 팔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내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어진다.
맨땅에 헤딩처럼 시작하여 처음부터 누가 알려준 건 아니었다.
제안서 컨택 포인트 찾는 것도 어려웠다.
팝업스토어 제안서를 어떻게 쓰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부딪히며 정리했다.
정답은 없지만, 흐름은 있다.
이 글이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했거나,
지금의 안정에 의문을 가진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그 시작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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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팝업스토어, 어디로 제안서를 보내야 할까?]
– 롯데, 신세계, 현대 B2B 입점 정보 요약
1. 롯데백화점 B2B
• 제안 접수: https://b2b.lotteshopping.com
• 절차 요약: 신규 파트너사 등록 기업 정보 제출 신용평가 내부 심사 후 제안 접수
2. 신세계백화점 법인영업팀
• 접수 방법: 공식 사이트 또는 전화/이메일
• 사이트: https://deptmapp.shinsegae.com/corporation-business/about.do
3. 현대백화점 파트너 포털
• 제안 접수: https://partners.ehyundai.com
• 절차 요약: 임시회원 가입 입점 상담서 제출 내부 심사 및 바이어 검토
제안서에는 브랜드 소개, 제품 라인업, 베스트셀러, 고객층, 매장 이미지 등을 포함하면 좋다.
제안서는 설득이 아니라 브랜드를 정리하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