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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08. 2024

다시 하는 결심

흐르는 시간보다 먼저 달려가, 노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다짐?

제주 여행 잘 다녀와서 몸살감기로 한 주 정도 고생했다.

한 주였으니,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환절기마다 몸살감기에 걸리면 2~3주씩 앓곤 했으니.


걷기는 늘 열심히 해오고 있지만, 기초체력이 약골이다 보니 노력한 만큼의 티 나는 효과는 보이질 않는다.

주로 천안천변 산책을 즐겼지만, 천변 산책길은 여름엔 최악이다.

천변엔 무더운 여름 햇볕을 가려줄 곳이 없다. 어쩌다 있다면 그곳은 다리 밑이고.

작은 천변이라도 강바람이 더 매섭기 마련이어서 겨울에도 자주 나설 질 않는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도 여름과 겨울엔 거실에 모셔둔 러닝머신을 애용하곤 했다.


한동안 축구센터 산책길을 선호했다.

집에서 20분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 단점 이긴 하지만,  축구센터 산책길로 들어서서 1.5km 한 바퀴씩 돌고 나면 또 20여 분 소요되니, 왕복 한 시간 코스로 딱 좋다. 그런데 어느새 집에서 걸어가는 20분간 무더위가 싫어지는 계절이 됐다. 무더위도 극성이지만, 장맛비도 피해 갈 수 없긴 마찬가지고.

물론 거실에서 쉬고 있던 러닝머신을 다시 애용하면 되지만,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을 했다.

7월 1일부터 아파트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다.


 

골목길에서 만났던 꽃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아침

이래저래 골목길에서 날 반기던 꽃들을 만나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지루한 장맛비에도 잘들 있는지?' - 때가 되면 모두 이별할 꽃들이지만, 다음 어김없이 활짝 얼굴로 만날 있겠지.


각시취 보라색 작은 꽃 / 노란 기생초 / '으아리 꽃'인지 '클레마티스'인지 아리송?                                
사진촬영: 6월 16일 - 능소화 / 큰달맞이꿏

꽃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오늘도 계속 내리고 있는 빗줄기를 바라보려니 만개했던 꽃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아파트 헬스장

헬스장은 바로 우리 동 앞에 있고, 한 달 이용요금도 1만 원이니 참 착한 곳이다.

무더위와 장마가, 평소 그냥 지나치던 곳으로 새삼 내 관심을 불러 세웠다. 7월 1일, 관리소에 가서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고 첫날 운동을 시작했다.


7월 1일(월)

오전 10시경 헬스장으로 들어서니, 3 사람이 보였다.

젊은 사람은 근육강화 운동 중이었고, 중년의 2 사람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 중이었다. 모르는 운동기구들이 많아 잠시 어물쩡거리며 둘러보니, 역시 러닝머신이 가장 만만했다.

4km(10리)를 속도 5로 달리고 나니, 50분 정도가 소요됐다.

숨도 차지 않았고, 땀도 적당하게 났다.

첫날부터 내게 딱 맞는 속도와 거리를 잘 선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마무리 운동으로 허리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기구에서 5분 정도 호흡을 가다듬고 나오니, 온몸이 가볍고 기분도 상쾌했다. 땡볕에서 걷는 수고를 덜어낸 탓인지도 모르겠다.


4km를 걷고나니, 49분이 흘렀다. 새소리 대신 TV뉴스를 들으면 달렸다.


7월 2일(화)

9시경 헬스장을 찾아 어제와 같은 속도로 4km를 달렸다.

4km(10리)는 40대 끝자락에 시작해서 50대 중반에 들어설 때까지, 매일 고덕천(강동구)을 가볍게 한 바퀴씩 돌던 거리이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가 활기찼던 황금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40대분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60대인 지금의 내 기억 속엔 황금기가 맞다. 다시 4km를 딱 정해 놓고 달릴 수 있다니, 행복했다. 물론 느린 속도이니 가능했지만.



7월 3일(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거웠다.

4km 가벼운 달리기도 무리였다는 내 몸의 반응에 실망했지만, '다시 한 내 결심'을 흔들진 못했다.

헬스장 출근 3일째인데, 벌써 포기하는 건 스스로 맞아들일 수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 헬스장으로 갔다.

속도를 5에서 4로 낮췄고, 결국 4km를 고수하지 못하고 3km만 달렸다.

물론 일주일 내내 달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속도를 줄여 가볍게라도 계속 움직여 주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예의 생각했다.



7월 4일(목)

장맛비가 소강상태였다.

헬스장 대신 야외로 나섰다.

천안 천흥저수지 테크 산책길로 나선 길, 회색 구름 사이로 아주 간혹 잔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지기도 했고, 햇살도 잠깐 눈인사를 따갑게 흘려보내곤 이내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빗줄기를 몰고 다닐 듯 무거운 구름 사이로 제법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 걷기엔 좋은 날씨였다.


테크 산책로를 걷다, 저수지 제방을 걷기도 했다.
테크길 풍경

천흥 저수지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면, 활달한 여름 바람이 따스하게 불었다.

주위 풍경을 스쳐가는 바람결 따라 나도 적당한 속도로 걸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vHQm4NlqF0 - 제방 산책길에서 짝짓기 하는 굴뚝나방도 만났다.


천흥저수지 제방 아래서 올려다본 풍경 / 제방 산책길


7월 5일(금)

헬스장 출근 포기하고, 손녀 꾸미를 만나러 갔다.

함께 제주 여행 다녀와서 처음 만난 꾸미, 매일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할미에겐 최고의 행복!



에너자이저 꾸미, 네 마음껏 뛰어오르렴.

그러다 아주 날아가면 안 돼!


https://m.blog.naver.com/joopokey/clip/4945285



7월 6일(토)

손녀 꾸미를 만나고 오면, 늘 컨디션이 좋다.

한 일주일간 이런 상태가 유지되려나! ^^

오전에 헬스장으로 가서, 속도 5로 4km를 가볍게 달리고 돌아왔다.

이날부터는 허리회전 운동기로 허리 유연성을 하고 나서 추가로 마지막을 진동벨트 마사지로 마무리했다.

허리회전 운동은 5분 이내로 하고 있지만, 진동벨트 마사지기는 10분 정도 허리와 엉덩이까지 오르내리며 해주었다. 이렇게 운동을 마치고 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7월 7일(일)

오늘도 러닝머신, 허리회전, 진동벨트 마사지까지 원하는 만큼 잘 마무리했다.

일주일간 나름의 미션은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내린 약속, 계속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암튼 이렇게 사적인 흔적을 남김으로써 누군가에게 알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다져주기 때문.

간혹 하기 싫어질 때마다, 이런 약속의 효과는 제법 강하고, 오랫동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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