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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온책읽기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브라이언 키팅 저

경험한 모든 일에 최고의 안내자는 호기심 / 자기비판 능력의 결핍은 재앙

by Someday

저자 브라이언 키팅은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이 책을 과학자가 아닌 이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

책 속에는 과학이 아니라 지혜와 통찰로 본 노벨물리학 상 수상자 9인이 말하는 불확실한 삶을 헤쳐 나가는 지혜가 담겨있다.

회복력, 인내심, 용기의 사례를 비롯하여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다년간에 걸쳐 쌓은 지혜를 읽다 보면, 우리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지혜의 길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에서 인류가 배우고 기여할 수 있는 원대한 주제까지는 신경 쓰기 쉽지 않은 그런 일반인들에게 보내는 선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성가신 문제를 해체하는 법, 자기 삶이나 직업의 제각기 다른 측면 사이를 잇는 법, 공통의 실오라기를 찾아 하나로 엮는 법, 협력자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의 의미를 이해하는 법 등을 이 책 속에서 배울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불가능한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 곧 스스로의 무지를 마주하는 일이다.

질문과 부딪치는 과정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 한계를 조금씩 밀어내는 기쁨도 있다.

물리학자들의 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 삶에서도 두려움 대신 설렘과 경이를 발견하게 된다.


노벨물리학 상 수상자 9인이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이 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호기심''쓸모없음'이다.

연구과정이야말로 외적 보상이 아니라 '호기심'에 이끌릴 때 그 자체로 하나의 보상이 되며, 실패도 앎이 된다. 호기심에 이끌리는 사람은 날카롭고 중요한 질문을 발견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가능성도 높다.

계속 궁금한 질문들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에, 이들은 노벨물리학 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연구를 계속했다.

‘쓸모없음’은 호기심을 더욱 본질적으로 따르기 위한 필수적인 가치다.

현재의 시점에서 유용함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연구한다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문명의 핵심이 된 많은 발견들도 창안 당시에는 어떻게 쓰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

이들은 계속 호기심이란 나침반을 좇고 있다.

물론 미래의 신기술을 위해 물리학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은 현재의 쓸모와 가치에 한계를 짓지 않는다.

새로운 진리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다.

애덤 리스, 라이너 바이스, 셸런 글래쇼, 칼 위먼, 로저 펜로즈, 덩컨 홀데이, 플랭크 윌첵, 존 매더, 배리 배리시 9명의 노벨물리학 상 수상자의 이야기 속에서 본질에 충실한 삶이 가진 고유한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프롤로그_ 사람을 헤아리는 물리학자들

물리학자처럼 문제를 해결한다.

1) 물리학자가 언제나 마주하는 상황이 삶의 조건과 무척 비슷하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우주와 그 안에서의 우리 위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 쓰는 과학적 방법론은 우리 주변의 물리적 세계를 분석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2) 그들은 모두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 때로는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경험 앞에서 겸손했던 그들은 조용히 들어야 할 순간과 나서서 의견을 말해야 할 순간을 확실히 구분한다.

의사소통 능력과 정서 지능이야말로 이 분야의 위대한 인물이 지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도구다.



1장 별을 바라보는 회의주의자 - 27쪽

애덤 리스는 존스홉킨스대의 물리학 특훈 교수이자 우주망원경 과학 연구소의 천문학자다.

2011년 "원거리 초신성 관찰을 통해 우주의 가속도 팽창을 밝혀낸 공로"로 브라이언 슈밋, 숄 펄머터와 노벨물리학 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노벨상의 월계관을 쓰고도 여전히 이전과 다름없이 탐구심과 열정이 가득하다.


답이 궁금하지 않다면 다른 일을 찾으라

애덤 리스에게 가장 커다란 원동력은 강한 호기심이었다.

과학은 자신의 호기심과 열정에 이끌릴 때 재미있다.

그가 과학을 하는 진정한 이유는 답을 알고 싶어서였다.


상대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의미 있는 질문이다

우주론은 거대한 질문을 다루는 대담한 학문이다.

우주론에서는 "이 모든 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즐비하다.

철학이나 종교에 어울리는 질문이라고 느끼지만, 출발점은 같아도 접근법은 다르다.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대신에 우주란 공간의 역학이나 운동, 거리를 얘기한다.

우주론은 사람이 이런 거대한 질문에 실질적인 대답을 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많은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주론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질문이나 발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대담하고 의미 있는 방향을 찾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성공은 도전적으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하려고 시도할 만큼 호기심이 강한 이의 것이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속는다

과학이든 삶의 다른 어는 분야든 간에 데이터를 중심으로 삼는 것이 확증편향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첫 번째 원칙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속이지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속이기 쉬운 상대다." 애덤 리스는 모든 과학적 결론에, 특히 자기 자신의 결론에 대해 건강한 회의주의를 유지하고자 이 지침을 고수한다.

우리는 문지기가 없는 인터넷 시대를 살기에 이러한 확증편향을 피하도록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이 전보다 더욱더 중요하다.


비판자의 말에 단서가 있다

과학자나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사람에게 고민스러운 것이 바로 오차이다.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때, 언제나 오차를 참작해야 한다.

데이터를 많이 얻을수록 통계적 오차는 줄어든다.

하지만 우주먼지가 일으키는 산란 같은 것은 우리가 관여할 수도 없는데, 측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계통오차처럼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는, 비판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실험이나 검사를 통해 답을 내놓으려고 시도하는 편이 좋다.

칼 세이건"비범한 주장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크게 봤을 때 지속적으로 같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간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재현성이다.

이 재현성이 바로 과학의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두려워하지 않는 법

과학과 물리학은 물론 그 외에도 경험한 모든 일에서 최고의 안내자는 호기심이다.

인생의 불확실성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하지만 호기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세상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다.

나의 좁은 틀에서 정해진 계획대로 살고자 하는 대신 열린 세상 속에서 새로움을 기대하며 살아간다면 예측할 수 없었던 일 앞에서 불안해지지 보다는 두근 거림을 느낄 것이다.




2장 납득할 수 있는 실패에 도달하라 - 33쪽

라이너 바이스는 MIT의 명예교수이며 학사학위와 박사학위도 같은 곳에서 받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7년 "라이고(LIGO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검출기와 중력파 관측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로"로 배리 배리시, 킵 손과 공동으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블랙홀이 몇 년마다 시공간을 뒤흔드는 것처럼 그는 관심의 방향을 계속 돌리고 바꾼다.

라이너는 안주하지 않고 거듭 관점을 새로이 하여 큰 그림을 보고자 하는 사상가다.


숨겨진 왕도는 없다, 계속된 시도만이 있다

라이너 바이스의 인생은 성공이 삶의 경로가 곧은지 구불구불한 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서 어떤 능력을 쌓는지에 달렸다고 말해준다.

어느 분야에서든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은 성공한다.

업무뿐 아니라 인간관계, 취미, 여가 활동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상력 넘치는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할 줄 안다면 더욱더 그렇다.

인생이 꼭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때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이에게는 얼마든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모든 실험의 목표는 성공이 아니라 학습이다

과학자에게는 더더욱 실험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학습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때마다 조금씩 더 배움으로써 결국 목표한 변화에 필요한 준비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통찰력도 쌓게 된다.


사회적 기술은 능력의 본질이다

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기비판 능력의 결핍은 재앙을 초래한다.

중력파를 검출하기까지 이 분야 창시자인 조지프 웨버는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자기비판 능력이 부족했다.

그는 자기 방식을 공개하고 토론하는 대신 "내 방식대로 하지 않았군." 이렇게만 내뱉었고, 이 감도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웨버는 협력하거나 소통할 줄 몰라서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켰을 뿐만 아니라 실험도 고착시켰다.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는 웨버가 절대적으로 옳았지만, 그것을 측정하려고 고안한 실험에는 결함이 있었다.

웨버가 다른 과학자들과 공동연구하고 의견을 나누었다면 중력파를 일찍 검출하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웨버는 시종일관 방어적이었다.

누구도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저 개성이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틀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통하지 않으면 괴짜일 뿐이다

웨버가 물의를 빚은 탓으로 당시 중력파 연구를 하려는 과학자는 과학을 하는 게 아니라, 아픈 거라고 치부될 지경이었다.

당시 미국국립과학재단에서 라이고 프로젝트를 검토한다는 걸 알게 된 리처드 가윈(수소폭탄을 최초로 구상한 미국 물리학자)은 알고 지내던 재단의 물리학 과장에게 "그런(신뢰도 낮은) 연구를 지원한다면 재단이 난처해질 수 있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윈은 웨버가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주장했을 때 논쟁을 벌였던 당사자였기 때문에 편견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중력파를 연구하는 사람은 그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늘날 과학을 연구하는 방식에서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어려움은 일하는 방식이다.

누구라도 내키지 않는 상대와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공동 노벨물리학 상 수상자인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은 탁월한 물리학자이면서도 각자의 장점은 달랐다.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서도 이익이 부딪힐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관점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강점을 잊지 않고 의견을 수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과학에서 변혁을 끌어낸 이들은 대중매체에서 흔히 상상하는, 연구만을 아는 독단적인 외골수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과 방구석의 천재를 가르는 지점이 여기일 것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트로피를 가져갈 사람의 숫자 역시 정해진 현실에서 경쟁자와 협력하려면 대담해야 한다. 그들은 상대를 호적수라고 생각하는 만큼이나 서로 깊이 존중했다.


마지막까지 승리하는 법

라이너 바이스의 말에는 이 책에서 계속 보게 될 핵심이 담겨 있다.

바로 과학이란 누적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이점이 결국은 발견되리라고, 더 나아가 머지않아 그런 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라이너 바이스는, 설령 한 개인이 연구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연구를 토대로 다음 세대가 그가 꿈꾼 결승선까지 다다르리라고 믿을 때, 얼마나 큰 위안을 얻는지를 상기시켰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떠나고 나서도 그 성취에 여전히 참여하는 것이다.

라이너 바이스는 자신이 큰 흐름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재미를 쫓아가라

여든여덟 살의 라이너 바이스는 아직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지 못한 스무 살의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무언가에 관해 어는 정도 시간을 들여 생각하기 전까지는 아주 가치 있는 건 만들 수 없다.

떠오르는 착상을 그냥 넘겨 버리지 말고 붙들고 다시 살펴보길 바란다.

어려운 일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거기에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시간을 들여서 살펴본다.

5년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여전히 흥미로운지, 아니면 습관이 돼버렸는지를 되짚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 걸 이 일에서 얻고 있을까?'

'아직도 재미있는가?'

'아직도 흥미로운가?'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진다."

재미가 없으면 그 일에서 빠져나오라는 것이다.

타인의 업적에 토대를 두고 남의 실수에서 배울 때, 그 일은 절대 지겨워지지 않는다.

경험이라는 연장 통의 크기가 무한할 때 하나의 프로젝트 위에 다음 프로젝트를 쌓아 올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뚝딱거리며 만들어 낼 수 있기 마련이다.




3장 쓸모없는 과학이 가장 우아하다 - 85쪽

셸던 글래쇼는 아름다움을 나침판으로 삼았던 대표적인 물리학자"다.

1979년 셸던은 압두스 살람, 스티븐 와인버그와 함께 "소립자 사이의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 상호작용의 통합 이론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이들의 발견은 이른바 전자기약이론(전약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영예를 내가 차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었다." 셸런 글래쇼의 이야기다.

과학자로 일하다 보면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 잡혀서 뒤처지는 것이야말로 과학자에게 가장 큰 불안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셸런 글래쇼는 결코 그런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언제 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합을 벌이고 있었지만 긴 연구 생활 내내 초조하거나 다른 경쟁자를 견제하는 대신, 소통하고 협조를 구했다. 영예를 빼앗길 위험이 있을 때조차 공동연구 제안을 환영했다.

인정받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면 수상과 함께 연구도 끝났을 것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노벨상의 영예나 뒤따라오는 부상이 아니었다.

셸던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법이 없었기에 꼭 자기가 그 성취를 이루어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았다.

그러니 경쟁자가 나타난다고 위협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않는 것.

나를 지나치게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셸던의 태도를 따라 할 수 있다면 어떤 길을 걷든 좀처럼 헤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내서 하는 상상

과학자는 데이터 앞에서 엄정해야 하는 만큼이나 모든 방향의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과학소설은 미래주의적 개념과 이론을 인물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구현해 실제 과학을 추구하는 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 원대한 것을 꿈꾸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본다면, 과학소설은 미래를 예측하는 하나의 진지한 방법이 된다.


‘쓰레기 시간’의 힘

아이는 하루에 삼백 번을 웃지만 어른은 겨우 다섯 번을 웃는다는 말이 있다.

유년기와 성년기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우리는 그렇게 진지해지는 것일까?

미국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별 의미 없는 시간, 별 목표나 계획 없이 흐트러진 시간을 '쓰레기 시간'이라고 부르면서 그 시간이야말로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기회가 유년기의 활기와 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구조화되지 않은, 계획으로 가득하지 않은 느슨한 순간에 생각은 가지를 뻗고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행복해서 가르친다

셸던은 교육과 연구가 상호 보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가르칠 의무가 없었다면 아마 더 많은 연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행복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다. 그에게 가르치는 일은 삶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적 시공간이라는 천에, 다음 잔물결을 일으킬 후세대의 학생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름다움이라는 도구를 쓰는 법

물리학과 수학 속에는 간결하고 대칭적으로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진리가 있다.

맥스웰 방정식 같은 것이 그렇고 전자기약이론도 마찬가지다.

일과 일상에서 단순함과 우아함을 발견하고 함양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현실이 늘 그런 가치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때로 단순한 답을 찾아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때는 세상의 모호하고 수수께끼 같은 측면을 즐기면 그만이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 있다

'쓸모없는 과학'이라는 말은 즉시 스마트폰의 통화품질을 나아지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우주의 비밀을 밝힐 수도 있는 이른바 기초연구를 언급할 때 셸던이 으레 쓰는 표현이다.

물리학과 기초과학 전체가 기술뿐 아니라 문화에도 중요한 이유이다.

양자역학이 그랬듯 기초과학이 도달한 연구 결과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처음에는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이미 자연의 경이에 대해 알려준다. 셸던에게는 이런 것이 차고 넘쳤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셸던 글래쇼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쉽게 따라 잡히거나 이미 조종당하고 있다는 가설에는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물론 인류의 미래를 막연히 낙관하는 것 또한 아니다.

명백한 위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종은 결국 멸종할 때까지 하나씩 죽어간다.

우리 종이 멸종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핵무기도 있는 데다가 엄청난 실험을 벌이는 통에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

그 실험이 바로 지구의 화석연료를 모두 파내어 태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실험이다.

요즘 일어나는 일을 보면, 10억 년은커녕 1만 년 뒤에 과연 인류가 살아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어쩌면 1000년도 어려울 수 있다.




4장 가르치는 것이 곧 영향력이다 - 115쪽

칼 위먼은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스탠퍼드대 물리학과와 스탠퍼드 교육대학원에서 동시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스탠퍼드 공과대학에서도 겸임 교수로 활동한다.

2001년 칼 위먼은 에릭 코넬, 볼프강 케테를레를 비롯한 연구진과 함께 "알칼리 원자의 희석 기체에서 보스 아인슈타인 응축과 응축물 특성 분야의 초기 기초연구를 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칼의 관심사는 물리학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칼은 2020년 교육 연구와 혁신에 기여한 이에게 수상하는 이단상(Yidan Prize)을 받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라고 그게 맞는 것은 아니다

남을 가르치려면 자신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교육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는 칼의 말은 극히 상식적으로 들린다.

칼 위먼이 대안으로 지지하는 것은 바로 '능동적 학습'이라는 교육법이다.

이는 강의를 최소화하고, 학생이 질문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칼은 학생이 수업에서 최대한 얻어 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수가 새로운 교육법을 배워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는 대학 교육 수준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고, 교육자는 강사가 아니라 지도자 역할을 하는 능동적 학습을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1만 시간 법칙이 불러일으킨 오해

맬컴 글래드웰을 통해 유명해진 이른바 1만 시간 법칙이 있다.

글래드웰은 교육심리학 연구를 개척한 앤더스 에릭슨의 연구를 바탕으로 말한 것이다.

1만 시간은 임의의 수에 가깝지만 이는 단순히 시간을 쓰면 되는 게 아니라 적절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긴 시간을 들여 그 직업의 다양한 면을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보아야 한다.

칼에 따르면(그리고 맬컴 아니라 앤더스에 따르면) 1만 시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다 3루에서 멈춘다면, 홈런으로 치지 않는다.


혁신은 정교한 모방에서 나온다

과학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과 예술 창작 분야에서 창의적인 작품을 구상하는 것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과학뿐이 아니다.

예술가가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훈련하는 방식은 거의 어떤 분야에서나 실력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다.

바로 대가의 작품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창의성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화가가 '모나리자'나 모네의 '수련'을 모사하며 배우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 작품에 다가가고자 원작자가 무엇을 생각했을지, 어떤 자세로 붓을 잡고 어떤 의도로 색을 입혔는지 탐구해야 한다.

이렇게 예술은 마음과 몸을 동시에 계발하며 창의성을 자극한다.

거장이 했던 일을 각자의 차원에서 재현하려면 필연적으로 깊은 몰입과 도약을 요구받는다.

그처럼 난이도 높은 과제에 도전한다면 더 빨리 자신만의 전문성에 도달할 수 있다.


막막한 그 순간 뇌는 일하고 있다

천재적인 영감은 번개처럼 내리치기를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영감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밤낮없이 노력한 끝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러내는 것이다.

되도록 넓은 면적을 깨끗이 닦아두면 지나가던 위대한 착상이 달라붙을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는가.

우리의 지성은 돌파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성장한다.

스트레칭할 때 닿기 힘든 곳까지 몸을 뻗는 순간 근육이 자란다고 한다.

지적 근육 또한 새롭고 낯설고 불편한 시도를 통해 자란다.


진정한 유산은 무엇인가

학자는 본업이 따로 있다고 믿기 쉽다.

물리학자라면 연구에 몰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러나 진짜 변화를 부르는 돌파구는 때로 의외의 곳에 있다.

연구 경쟁이 치열한 물리학계에서 남보다 앞서 논문을 발표하려고 발버둥 치는 대신 후학을 더 효과적으로 키워낼 방법을 모색하는 칼 위먼의 삶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혜와 거시적인 관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칼은 당장 나에게 중요한 질문 하나에 답하기 보다 오히려 더 큰 변화를 이끌기로 한 것이다.




5장 있는 것을 갖고 하라 - 137쪽

로저 펜로즈는 그 다재다능함이 고전 시대의 그리스 학자를 연상하게 한다.

로저는 노벨물리학 상을 탄 물리학자이지만 수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하며, 빼어난 몇 권의 책도 썼고, 심지어 예술적 재능조차 뛰어나다. 1989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황제의 새 마음>>은 의식과 양자역학을 탐구한 책이다.

현재 옥스퍼드대 수학 명예교수이며, 1960년대 그의 팀과 함께 했던 연구로 2020년에 이르러 "블랙홀이 일반상대성이론의 강력한 예측임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 상을 받았다.

로저는 호기심과 열정이 이끄는 곳으로 거침없이 따라갈 줄 아는 독보적인 자기 결정력이 있는 사람이다.

설령 그 길이 주류 이론을 거스르는, 누구도 좀처럼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도 말이다.


완벽함은 탁월함의 적이다

로저 펜로즈는 블랙홀, 빅뱅 특이점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직접 경험하거나 관찰할 수는 없었다.

그런 것들을 만나게 해 줄 완벽한 도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불완전한 근사 법, 즉 수학을 써서 이 현상을 이해할 길을 찾고자 애썼다. 그리고 노벨상을 받을 만큼 충분한 업적을 남겼다.

수학이나 미술처럼 추상적인, 따라서 불완전한 도구라도 우리가 세계를 파악하도록 도움을 준다.

로저에겐 완벽한 도구가 없다는 것이 목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 일할 때 둘 다 강해진다

스티브 호킹은 여러 면에서 로저 펜로즈의 경쟁자였지만, 두 사람은 매우 생산적인 경쟁 관계를 맺으며 과학계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됐다. 호킹이 2018년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로저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으리라고 믿는 이도 있다.

두 사람의 견해는 점차 달라졌으나 그 후에도 서로 상대에게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호킹과 펜로즈가 보여주듯 두 협력자 사이의 대화는 그들의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자기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오히려 자신의 관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며 변호할 힘도 생긴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아니다

로저 펜로즈는 대표적인 수리물리학자이지만 벌써 수십 년째 인간의 의식과 물리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집필해 왔다.

인공지능의 위협이 화제인 지금, 로저는 여전히 컴퓨터가 어떤 면에서는 인간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본다. 인간에게 침해하기 어려운 복잡성이 존재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로저의 주장은 막연히 불안을 느끼는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로저의 연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넓다.

물리학과 수학은 물론 뇌과학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덕분에 더 큰 혁신을 일굴 수 있었다.

여러 관점에서 공부할 때, 우리는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물론 각 관점을 철저히 탐구할 때만 그렇다.


다른 각도에서 볼 때만 보이는 돌파구가 있다

로저의 그림은 보는 이를 매혹하듯 신비하다. 어떤 그림들은 심지어 과학에도 기여했다.

비주기적 쪽매 맞춤 타일, 위상학적으로 헷갈리게 하는 *'펜로즈 계단'을 비롯하여 *에스허르(M. C. Escher)의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에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을 표현한 착시 그림이 대표적이다.

로저의 그림은 낙서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그림은 특이점에 대한 이론을 비롯해 로저가 제시한 복잡한 수학적 증명을 일으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펜로즈의 계단(Penrose stairs): 라이오넬 펜로즈와 아들 로저 펜로즈가 고안한 작품이다.

펜로즈 삼각형의 파생형 중 하나로 90도씩 구부러져 영원히 상승하는 것을 계속해서 높은 곳에 갈 수 없는 계단을 2차원으로 그린 것이다. 3차원에서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왜곡의 역설을 이용한 2차원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음향적으로는 무한 음계와도 같은 구조이다.

Impossible_staircase.svg.png?type=w966 펜로즈의 계단(Penrose stairs)

*에스허르(M. C. Escher): 네덜란드의 판화가로 주로 착시 효과를 이용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기하학적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토대로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 공간을 표현했다. 평면의 규칙적 분할에 의한 무한한 공간의 확장과 순환, 그리고 대립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며, 모호한 시각적 환영 속에 사실과 상징, 시각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다뤘다. - 자료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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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허르(M. C. Escher)의 작품 출처: 나무위키 - 미술관(Print Gallery, 1956) / 상대성(Relativity, 1953)


상대성(Relativity, 1953): 중앙의 삼각 계단이 펜로즈 삼각형과 유사함을 알 수 있으며, 같은 계단이라도 앞뒤와 위아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저 펜로즈는 자신의 과학적 혁신이 미술 재능 덕분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많은 물리학자가 그 둘을 연관 짓는다. 일부 물리학자는 로저의 예술적 성취를 피타고라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학자가 이룬 것과 견줄만하다고 말한다.

당시 학자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성취를 이루었으며, 때로는 한 분야의 재능이 다른 분야의 돌파구로 이어졌다. 일을 하다 막다른 길에 닿았을 때 잠깐 딴짓하며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다시 짜봐야 하는 이유이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것이다

로저가 언급한 것은 우주가 빅뱅과 팽창의 주기를 끝없이 되풀이한다고 주장하는 등각순환우주론(conformal cyclic cosmology)이라는 이론으로 논쟁의 대상이다.

로저는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는 한순간도 지난 업적의 영광을 되새기면서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려는 유혹에 빠진 적이 없다.

겸손하고도 용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6장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모른다 - 159쪽

프린스턴대 물리학 교수인 덩컨 홀데이는 연금술에 가까운 업적을 인정받고도 침착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던 학자다.

2016년 덩컨 홀데이는 데이비드 사울레스, 마이클 코스털리츠와 함께 "물질의 위상학적 상 전이와 위상학적 상의 이론적 발견을 한 공로"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덩컨은 유쾌한 유머 감각과 복잡한 문제도 놀이처럼 대하는 능력이 있다.

그의 지적 호기심, 겸손, 인내심도 감탄스럽다.

덩컨은 이상한, 더 나아가 거의 기묘한 새로운 물질 형태의 가능성을 이해하려는 욕구에 깊이 이끌린다.

실제 혁신을 일으켰지만, 노벨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로 그날도 덩컨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했다.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계속한 것이다.


거리를 둬야만 보이는 그림이 있다

덩컨 홀데이의 연구를 보면 과학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장엄한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와 같다. 자신이 얼마나 기여했든 가까이 있을 때는 전반적인 무늬를 거의 식별할 수 없다.

이론적인 응집물질물리학의 연구에서도 덩컨은 말 그대로 (또는 비유적으로) 적당히 거리를 둘 때 무늬가 드러난다.

비로소 자신이 이 찬란한 태피스트리에 실 한 가닥을 기여했을 뿐임을 알아본다.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은 명백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날 수도 있다.

자기 연구가 다른 이와 직접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수 세기 전에 사망했거나 수십 년 뒤에 올 누군가와 알게 모르게 협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태피스트리는 끝이 없다.

자신이 그 실오라기를 계속 짜나 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으로서는 알지 못해도 말이다.

결국 누구나 큰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덩컨은 자신이 넘겨받았듯 나머지 일은 후대에 넘긴다.


합치려면 먼저 쪼갠다

연구를 이어받는 일은 3단계를 걸친다.

1) 밑바탕에 깔린 추상적 원리를 찾아낸다.

2) 장난감 모형(물리학에서 원리를 나타내고자 의도적으로 세부 사항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만든 모형)을 만드는 중간단계도 필요하다.

3) 누군가가 실제로 그걸 물리적인 물질과 연결 짓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화제가 되고, 마침내 실제 물질이 발견되면 모두 흥분한다.

덩컨이 말하는 3단계는 물리학자에게도 유용하지만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개념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를 사고실험(gedan kenexperiment)이라고 한다.

이 방식의 핵심은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최대한 시각화하는 것이다.

문제를 핵심 본질로 환원할 수 있고, 여기서 발견한 전제에 근거해 물리학자들이 장난감 모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면, 그것의 한계나 부족한 지점이 보일 수 있다.

여기서부터 난공불락이던 문제에 접근할 방법이 드러난다.

큰 문제를 푸는 일은 그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주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도록 이끌 수 있다.


우연한 발견이 이루어질 여지를 두라

자연, 특히 양자역학의 이해를 심화하는 게 미래의 모든 기술 발전의 씨앗이다.

세계가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더 잘 이해하는 게 인류에게 이롭다.

돌파구는 그 속성상 예측할 수 없다.

경직된 자세로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릴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 모호한 미래에 나아갈 가능성을 열어놓고 호기심을 좇다 보면 마법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실용성이 자신의 목표라고 해도 거기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다면 진정한 혁신을 질식하게 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혁신은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가 그 자체로 보상이 되고, 일이 그 자체로 성취감을 주는 곳으로 가려고 애쓴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행운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지 놀랄 것이다.




7장 겸손이 더 나은 물리학자를 만든다 - 177쪽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에 선을 긋는 학자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품을 들여서라도 열린 자세를 고수하고자 하는 프랭크 윌첵같은 이가 있다. 프랭크 윌첵은 MIT, 애리조나주립대, 스톡홀름대의 물리학 교수다.

프랭크 윌첵은 2004년 데이비드 그로스, 데이비드 폴리처와 함께 "강한 상호작용 이론에서 점근적 자유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양자물리학을 혁신한 그의 연구는 31년 전, 프랭크가 불과 20대 초반에 프린스턴대에서 대학원생으로 공부할 때 발표한 것이다. 그는 맥아더상을 받았고,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와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다.

<<뷰티플 퀘스천: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운 과학>>과 <<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를 비롯해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다.

프랭크는 거의 금욕적일 정도로 인내하며 연구가 인정받기까지 긴 세월을 기다렸다.

그 시간 내내 연구에 몰두하며 자기 재능을 쏟아부었다.

우리는 프랭크에게서 양성자와 쿼크의 내부 활동보다, 인내심과 단호함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정답부터 상상하면 출발점이 보인다

원자의 내부 작동을 이해하고자 할 때는 실험하기가 더 어렵다.

대신, 고도로 대칭인 방정식을 추측한 뒤 결과를 도출해서 그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프랭크 윌첵은 현상에서 아름다운 방정식을 찾아내는 쪽으로 나아가는 대신, 아름다운 방정식을 추정한 뒤 그게 세계를 기술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이 방식은 놀라울 만치 잘 작동했다.

원자의 내부 작동을 이해하고자 프랭크가 쓴 요령은 누구의 삶에서든지 적용해 볼만한 조언이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먼저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상상해 본 다음, 거꾸로 조금씩 내려가다 보면 지금 내가 가야 할 방향도 결국 보인다.


의견이 다르다고 누가 틀린 것은 아니다

<<뷰티플 퀘스천>> 책은 감성적이고 거의 시적인 문체로 쓰여있다.

윌트 휘트먼E. E. 커밍스의 시도 인용되어 있다.

프랭크는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는 무척 좋은 자극을 준다.

세상은 여러 층위로 기술할 수 있는데, 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대상이나 현상을 다른 식으로 기술할 수 있고, 각 기술 방식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우리는 우주 기본 구성단위의 본질에 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인다.

프랭크가 설명하는 개념은 항상 내 논쟁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최대한 그들의 시각에서 보려고 할 때, 우리는 참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실패도 성공도 삶 자체는 아니다

프랭크는 수상하리란 걸 알게 된 뒤 상을 받고 나서, 즉각 논문을 쓸 계획을 세웠다.

대단한 논문은 아니라도 정체되지 않고자 쓰려고 한 것이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리고 계속 일했다.

노벨상을 받기 전이든 받은 뒤든 간에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자연을 넘어설 수는 없다.

T. S.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다. "노벨상은 본인의 장례식 입장권이다. 그 상을 받은 뒤 무엇인가를 해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랭크는 이 책의 다른 수상자들이 그랬듯 그런 편견을 무너뜨렸다.

상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삶은 계속되고 과학은 무한하다.

프랭크는 노벨상에 압도되지 않았다.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을 갉아먹을지 계속 나아가게 할지 의식해야 한다.


좋은 질문을 선택하라

살면서 중요하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바꾸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불완전함 때문에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볼 때, 그때가 바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끌어내는 것을 판단할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면, 더 만족스러운 길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자신이 어떤 대상에 정말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으며 그 대상을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인지는, 자기가 정한 기준으로 엄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주의'는 우리에게 있는 가장 순식간에 사라지는 자원이다.


내가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프랭크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인정하며 논쟁의 어느 한 편에 서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아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증거를 비교하는 데 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신과 영성처럼 과학자가 말을 아끼는 주제도 밀어내지 않는다.

저자 브라이언 키딩은 프랭크와 대화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영적이고 정서적인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깊이와 포용성을 보여주어, 더 많은 이가 그와 그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프랭크 윌첵은 IQ에 걸맞은 EQ를 지닌 희귀한 부류이다.

취약함을 드러내기 두려워하지 않는 프랭크의 감성은 그의 경이로운 지적 능력만큼이나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자신이 믿지 않는다고 얕보지 말라

프랭크는 전통을 무시하거나 하찮은 거로 치부하지 않는다. 우린 언제나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존재이다.

전통에서 의외의 걸 배울 수도 있고, 그들이 뭘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다른 관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프랭크는 종교처럼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무시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가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는 태도는 지속적이고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가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순간이 그 자체의 의미가 있다

프랭크가 보여주는 인내심은 경이롭다.

그가 삶에 차분하게 접근하는 모습은 모두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든, 결혼식 날을 기다리든,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든, 우리는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끝에 눈부신 영광이 기다리고 있든 아니든 간에 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지식과 경험의 누적에 기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프랭크는 자신감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알려줌과 동시에 그 자신감이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게 한다. 그랜드 슬램도 중요하지만 한 점 한 점 점수를 따는 것도 중요하다.

사소해 보이는 시도 하나하나가 결국 큰 흐름에 기여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8장 최고의 권위자를 의심해라 - 205쪽

과학계에서 상상과 과학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늘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바로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존 매더는 한 분야 전체의 명운을 바꾸어 놓은 과학자이다.

존은 나사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선임 천체물리학자이자 메릴랜드대 컴퓨터수학 자연 과학대 물리학 교수이다. 2006년 존 매더는 조지 스무트와 함께 "흑체 형태와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연구진과 함께 완성한 그 연구는 관측 위성 코비를 써서 빅뱅이론의 견고한 증거를 찾아냈다.

존은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운영을 맡은 선임 과학자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어서 더 상세히 우주를 관측하고자 수십 년에 걸쳐서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이 노벨물리학 상을 받은 우주배경복사 분야를 떠나서 전혀 다른 분야로 나아가며, 엄청난 지식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었다.


한계를 조금씩 밀어내는 방법

존은 자기 연구가 열매를 맺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걱정하는 데 빠져들지 않는다.

무언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 자체가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은 없어요. 그 단어 자체가 '나는(im) 가능해(possible)'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한 번에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어디에 도착하는지 지켜본다.

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문제 또한 아주 조금씩, 서서히 굴복되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장애물이 나타나도 재빨리 방향을 틀 수 있다.


무엇이든 틀릴 수 있다

어떤 발전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을 때도 대안 이론을 살펴보는 행위가 적어도 그 정설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대신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이처럼 이설에는 집단사고의 위험을 피하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매더가 말했듯이 이설에 너무 많이 정신을 팔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도한 시간 낭비가 이어지고, 기존 연구를 지속하지 못하게 방해할 때가 그렇다.

그러나 이설은 때로 돌파구로 이어지곤 한다.

르메트르가 1927년 빅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 그 개념이 이설이었다.

정설이라는 거석을 믿을 때도 약간의 빛이 새어들 만큼의 틈새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상처받지 말고 증거를 쌓으라

존 매더의 비판자는 그의 연구를 반박하는 데 실패했다.

존은 아무리 비판받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증거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비판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판을 내면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비방에 주의를 빼앗기기보다는 인내심을 단련하며 나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판단은 후세에 맡길 수도 있다.


내가 못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해낼 것이다

겸손한 노벨 수상자인 존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니다.

스스로 그것을 잘 알았지만 어떤 문제든 결국 해결해 낼 수 있을 법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위축되거나 이기려 들지 않고 그들과 협력하고 도움받길 선택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님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존은 성김형 지도자다. 존은 자기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기에 역사에 남을 발견을 이룰 수 있었다.

스스로 자기 팀의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팀으로 최고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큰 그림을 보지 않아도 된다

존 매더는 큰 그림을 보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한 것의 힘을 강조한다.

존은 과학자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찾는 것이라 선을 긋는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처하기보다 다양한 기술 집합을 갖춘 팀을 꾸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각자가 볼 수 있는 국지적인 그림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며 자기 역할을 하고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잘되고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리라 믿는다.


바람이 불면 휘어지면 된다

운은 양쪽에서 작용한다.

때로는 과분한 행운이 찾아오고, 때로는 불운이 뺨을 냅다 갈기기도 한다.

모든 일은 맞닥뜨릴 때 대처할 수 있을 뿐이라는 매더의 답은, 공자가 했다고 전해오는 유명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에 휘어지는 갈대가 폭풍에 부러지는 힘센 참나무보다 강하다."

힘은 미덕이지만 우리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 벌어질 때도 한 방향만 고집하며 버틴다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유연해져야 할 때를 아는 이만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폭풍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 한 번 이기는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을 두 차례 역임한 해리 트루먼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공을 세우는 일에 연연하지 않을 때 우리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안다면 놀랄 것이다."

존 매더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존의 대답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알려준다.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을 견딜 타임캡슐에 어떤 정보를 넣겠습니까?"

"태양계 밖으로 보낼 다음 보이저호의 레코드판에는 유엔 세계인권선언을 녹음하고 싶어요. 그 선언은 인류는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란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자기 자신과 상대를 존중하고 존엄하게 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려면 우리 자신을 지금보다 좀 더 잘 이해해야 할 거예요."




9장 과학도 사람 간의 일이다 - 233쪽

좋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낸다고 믿고 싶어질 때, 저자 브라이언 키딩은 배리 배리시를 떠올린다.

캘텍 물리학 명예교수이자 UC 리버사이드 교수인 배리는 1997년 '라이고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었다.

2017년 배리 배리시는 라이너 바이스, 킵 손과 함께 "라이고 검출기와 중력파 관측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로"로 노벨물리학 상을 받았다.

라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 배리는 1993년 미국 의회에 의해 중단되기 전까지 초전도 초대형 입자가속기 SSC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노벨상 외에도 많은 상을 받은 배리는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며, 2011년에는 미국 물리학회 회장을 맡았다.

배리는 모든 면에서 유능한 과학자다.

실무적인 기술 전문 지식, 동기를 부여하고 이끄는 인간관계 기술, 언제 그만두고 언제 두 배로 노력을 쏟아야 할지를 아는 과학적 판단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


편안함이야말로 위험하다

배리는, '도전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발견을 촉진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변화할 기회가 있다면 피하기보다 오히려 더 깊이 뛰어들도록, 두려움을 느낀다면 더 가까이 가도록 촉구하는 배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새삼 강인해질 것 같다.


좌절 앞에 할 일은 나아가는 것뿐이다

참여한 중요한 프로젝트가 소심한 정치적 이유로 취소되었을 때, 대부분은 지독한 좌절을 느낀다.

배리는 그때 자리를 털고 떠나면서 유럽에서 구상하고 있던 대형 강입자가속기에 참여할 기회도 있었다.

실제로 그 가속기는 '신의 입자'라고 하는 힉스 입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배리는 그 기회 대신에 중력파 검출기라는, 지금까지의 이력과 무관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위험천만하지만 엄청난 도약을 이루어 냈다.

그는 자기 경력을 끝냈을 수도 있을 사건을 황금 같은 기회로 바꾸었던 것이다.


늙은 개에게 새 기술을 가르쳐라

같은 도구도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면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힘을 발휘한다.

개념상 라이고는 광속으로 여행하는 신호를 측정해 우주의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는 다른 유형의 관측소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쓰는 기술과 연구 분야 자체가 다르다.

천문학 분야에서 1609년 갈릴레이가 한 것과 비슷한 전환이다.

망원경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었지만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것은 갈릴레이가 처음이었다.

라이고는 아직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큰 발견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때로는 단순히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도구로 새 문제를 풀 수 있다.


어떤 것은 알 수 없지만, 어떤 것은 아직 알 수 없을 뿐이다

배리와 연구진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시도하는 놀라운 용기를 냈다.

그들은 가능한 것의 한계를 찾고자 했고, 따라서 불가능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한때 중력파를 측정하려면 과학이 아니라 마법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나 라이고 연구진은 단념하지 않았다.

아서 클라크의 말대로였다.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할 방법은 그 한계를 좀 더 지나서 불가능 속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다." 이것을 바로 배리와 연구진이 구현한 것이다.


부족한 것은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

자신에게 이미 있는 도구를 활용한다.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지 못할 수도 있는 미래의 어떤 이상적인 탈것에 올라타려고 하기 전에 현재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짜내는 것이 먼저다.

반들거리는 새장치로 바꾸기 전에 지금 있는 장치로 최대한 얻어낸다.


안전한 선택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만 얻을 수 있다

큰 보상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쓸모없는' 연구의 중요성은 이 책의 물리학자들이 거듭해서 강조하는 주제다.

무모하고 무용해 보이는 도전이 성공하면 엄청난 발견으로 이어진다.

라이고 연구진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라이고에 연구비 지원이 끊겼다면, 우리는 블랙홀끼리 충돌하거나 먼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있었을까?

안전해 보이는 선택만 해서는 틈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혁신으로 이어진다

배리는 오랜 기간 전통적인 조직구조와 관리 체계를 연구했다.

그다음 자신의 상황, 즉 학계의 특성에 대해 생각했다.

학계는 수직적 조직이 아니라 산업이나 금융 분야와는 달랐다.

여기서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을지 판단한 뒤, 배리는 관리 체계를 역설계하여 자신의 프로젝트에 딱 맞는 것을 개발했다.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관리 체계는 없다.

모든 산업의 모든 조직이 '설명서를 읽은 다음에는 그것을 내버리고 자체 설명서를 작성한다'라고 상상해 보라.

체계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스스로 설정한 한계 넘어서기

한때 수줍고 주춤거렸던 배리는 이제는 틀을 깨는 사람이 되었다.

배리는 과거의 권위나 성공 혹은 기존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호기심을 좇아 변화를 선택할뿐더러 맹목적으로 기존 체계를 고수하는 대신 그것을 참고해 목적에 맞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고안했다. 심지어 입자물리학자로 자리 잡은 뒤에도 그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는 우리가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배리는 호기심과 자신감을 장려한다.

용기 있는 선택을 의식적으로 고취하지 않을 때, 창의성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필로그_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키딩은 "사람들에게 노벨상 수상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법을 조언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되묻는다.

이 책에 등장한 수상자들은 모두 행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는 한편, 행운만으로는 절대로 충분치 않았음을 입증하는 헌신과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격언 그대로다.

대중은 과학자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그들이 누린 기회와 영예를 질투하지만, 정작 그들이 통과해야 했던 무수한 갈등과 인내의 시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수상자들에게 노벨상은 인생의 결승선도, 연구의 종착점도 아니었다.

그들은 더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거나 상의 영광에 휘둘리는 기색 없이 여전히 자신만의 호기심을 따라 새롭게 지적 변경을 넓혀 나갔다. 멈추지 않고 세상을 탐색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지금 당신이 무엇을 이루었든 간에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라고.

우리는 그들의 행운이나 재능을 모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재능을 빛나게 하고 기회를 열어주었던 수상자들의 확고한 태도와 철학은 얼마든지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이 모든 것의 연료 역할을 하는 비법이 바로 '호기심'이라고 우리에게 꼭 짚어 알려주었다.


이 책은 한때 노벨물리학 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결국 상을 타지 못한 물리학자인 저자 브라이언 키팅이, 살아 있는 노벨 수상자 9인을 만나 나눈 속 깊은 대담이다. 수상자들은 학문에 푹 빠진 사람들이긴 했지만 방구석의 외골수가 아니었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정부의 펀딩을 받아내야 하고, 초기관, 초국가 협력을 통해 연구하고, 전 세계 과학계의 검증받아야 한다.

이런 혹독한 과정에서 살아남아 결국 혁신을 일군 과학자들에게 결정적이었던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힘'이었다.

과학도 사람 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회복탄력성,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성 없이는 과학도 불가능하다. 물리학자들은 원래 특별한 여러 가지 기질이 뛰어났던 사람이 아니라, 그 필요성을 깨닫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가지씩 고쳐 담으려 노력했던 스스로 만들어진 천재(?)였다.

이 책은 그들의 깊고 심오한 연구 대신, 그 연구에 이를 수 있었던 삶의 자세와 수많은 실패와 성취의 깨달음을 넌지시 전하고 있다.

우주의 지형을 넓히며 물리적 상식으로 다시 쓴 그들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천재인 그들도 실험에 실패하고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면서, 인간적인 고뇌를 하며 살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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