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흐르는 사람은 결국 바다에 닿는다. - 법정
"사람은 어떤 묵은 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하고 오늘 핀 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 삶이 습관처럼 익숙해지면, 우리 마음가짐도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법정 스님은 위 짧은 글을 통해, 어제의 나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나를 마주하라 신다.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은 유한하다. 사람도 꽃도 내일이면 없을 것처럼 치열하고 소중하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살아 있음 자체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의 마음을 세상과 나누라는 스님의 말씀을 담아두고 읽기를 시작한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이 책 맨 처음에 담겨있는 법정 스님의 말, '지금 이 순간'을 마주하는 순간, 한 편의 시가 생각났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자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 법정 <살아 있는 순간이 기적이다>
法頂(1932. 10. 8 ~ 2010. 3. 11)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성장했으며, 본명은 박재철이며, 별명은 '가야산 억새풀'다. 한국의 승려이자 수필가로, 1997년 서울 성북동에 길상사를 창건했으며, 1976년 처음 발간한 산문집 <무소유>를 비롯, <산방한담>, <버리고 떠나기>, <나그네 길에서>, <산에는 꽃이 피네>, <아름다운 마무리> 등 30여 권의 책을 낸 수필가로도 유명하다.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는 370여만 부나 판매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무소유>를 읽고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갖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 물질이든, 집이든, 혹은 가구든, 명예든 그만큼 거기에 얽매입니다. 소유의 대상으로부터 소유를 당하는 것입니다."
- 가진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소유는 목표가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태도가 된다. 그래서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을지 스스로 묻는 일이 중요하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걱정할 것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 - 법정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저마다 가치판단이 분명해야 됩니다. 각자의 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삶의 품질은 정답을 찾는 데보다 내 기준을 선명히 세우는 데서 시작되며, 남의 잣대를 빌리면 쉬워 보여도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불행은 기대가 클수록 더 커진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런 도리를 이 봄철에 꽃에게서 배우라. - 법정
"지혜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것은 공정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변화한다. 이것도 곧 사라질 것이다'라고 자각하면 큰 지혜에 이른 것입니다."
- 불행을 당장 없애려 하기보다 파도처럼 지나가게 두면, 오해와 실패, 불편도 형태를 바꾸며 약해집니다. "지금은 지나가는 중이다"를 되뇌는 습관이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게 해 줍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사물을 보는 눈도 때에 따라 바뀐다.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루틴에 작은 변화를 주고 배운 건 바로 적용하되 잘못은 빨리 고치세요. 내가 지키려는 가치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면 다음 걸음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혹시 부족할까'하는 불안을 알아차리되 메우려 애쓰지 말고, 지금 가진 것을 더 깊게 쓰는 쪽으로 선택해 보세요.
"우리는 여럿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특성을 펼쳐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초대받은 나그네들이다."
- 앞서 달리는 사람도 뒤따라가는 사람도 역할만 다를 뿐이니, 비교와 과시 대신 내 고유함을 알고 또 다른 고유한 타인과 어울리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우리 모두는 순간순간 이 종점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그러니 자기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과 역량을 무가치한 일에 탕진하지 말아야 한다."
- 끝을 떠올리면 시간의 무게가 달라지고, 일정의 빈칸이 무엇을 채울지 고르는 선택의 자리가 됩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은 더 물을 것도 없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삶 자체가 확고한 기반 위에 서야 한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니, 약속 지키기, 과장하지 않기 같은 '기본'으로 돌아갈 바탕을 평소에 길러야 합니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은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간에 만남에 의해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간다."
-상대와 함께 성장하려는 태로로 만나면, 오늘 만남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들며 관계도 성숙해집니다.
"전화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정의 밀도가 소멸된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관계의 품격은 말의 양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며, 긴 통화와 끝없는 메시지는 오히려 집중과 배려를 소모시킬 수 있습니다.
"'용서가 있는 곳에 신이 계신다'는 말을 기억하라. 용서는 저쪽 상처를 치유할 뿐 아리나 굳게 닫힌 이쪽 마음의 문도 활짝 열게 한다."
- 상처를 오래 붙들면 내가 먼저 지치고 마음의 세계도 좁아집니다. 용서는 잊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내 하루를 더는 지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결심입니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해서 혼자일 수는 없습니다. 각자 개별적인 환경에 있으면서도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 우리는 늘 누군가의 말과 배려, 때로는 상처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며 관계의 영향 속에서 선택과 기분이 달라집니다. 함께 산다는 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내가 어떤 말과 태도로 곁에 서는지가 상태의 하루를 바꾸고, 그 반응이 다시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그리고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이다."
-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 비로소 정리해야 할 것을 가리게 되며,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마무리할 힘이 자라납니다.
"삶과 죽음은 낮과 밤처럼 서로 상관관계를 갖는다. 영원한 낮이 없듯이 영원한 밤도 없다. 낮이 기울면 밤이 오고 밤이 깊어지면, 새날이 가까워진다."
- 해가 기울어 그림자가 생기듯, 끝에 대한 두려움은 삶이 유한하기에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흔들림입니다. 끝이 있다는 사실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함부로 허비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가르침입니다.
"죽음은 권력도 금력도 남녀노소 신분의 높낮음도 가리지 않는다. 생을 끝맺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생을 시작하기 위해 묵은 껍질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 죽음은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 모두에게 같은 약속이어서, 그 앞에서는 지위나 재산보다 한 사람의 숨만 남습니다. 이 생각은 죽음의 슬픔을 벌이 아니라 삶을 정돈하라는 신호로 바꾸고, 체면과 과도한 경쟁에 묶인 마음을 내려놓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과 선택을 더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합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 가진 것이 늘수록 잃을까 걱정이 커지니,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과 비교해 세운 기준이 아니라 내 삶에 진짜 필요한 몫이 무엇인지 살펴볼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내 경험에 따르면, 해는 지는 해가 좋고 달은 떠오르는 달이 좋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은 저마다 그 나름 우주의 신비를 머금고 있다. 그러나 떠오르는 해는 너무 눈부시고, 지는 달은 여운이 없다."
- 하루의 절정은 정오가 아니라 해가 기울고 달이 떠오르는 사이에 올 때가 많습니다. 하늘의 색이 바뀌는 시간을 바라볼 줄 알면 소리 없이 바뀌며 흘러가는 내 삶의 방향을 조용히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물을 가까이하면 그 사물을 닮게 됩니다. 꽃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 같은 삶이 됩니다. 이것이 우주의 조화입니다."
- 우리는 누구와, 무엇의 곁에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얼굴과 말투, 생각까지 닮아 갑니다. 늘 서두르는 것들 속에 살면 마음도 날카로워지고 세상까지 재촉하게 됩니다. 반대로 꽃과 나무, 하늘빛을 자주 바라보면 말수가 줄고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자연 가까이 간다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내 곁에 둘 풍경을 고르는 일입니다. 창가의 화분 하나, 창밖 나무 한 그루, 퇴근길 노을 한 줄기가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듭니다.
"움직이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겠는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 나름으로 움직이고 흐른다. 강물이 흐르고 바다가 출렁이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 가끔 자연을 방문하는 일은 풍경을 보러 가는 것만이 아니라, 멈춰있던 내 삶의 물줄기를 다시 흐르게 하는 작은 선택이 됩니다. 우리 마음도 생각과 감정이 조금씩 움직일 때 숨이 트입니다. 편리한 문명은 자리에만 있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자연은 직접 걸어 나와 바람을 맞으라고 부릅니다.
"낮은 밤이 받쳐주기 때문에 밝고, 밤은 낮이 비워주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둠을 이룬다."
- 하루를 찬찬히 보면 환한 시간과 어두운 시간을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서로를 받쳐 줍니다. 낮에 분주히 버틸 수 있는 것도 밤에 쉬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낮과 밤을 함께 인정할 때, 타인의 그늘도 지나가는 한때의 어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나그네가 되면 가장 투명하고 순수해진다. 낯선 환경에 놓여 있을 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눈을 뜬다. 자기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 익숙한 동네를 떠나 처음 걷는 산길이나 바다 앞에 서면 어색하면서도 마음이 또렷해집니다. 아는 이도, 기대하는 시선도 없으니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끌리는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낯선 자연에서 길을 찾다 보면 평소 습관과 숨겨 둔 욕심이 보이고, 관계와 역할을 잠시 내려놓은 채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됩니다. 혼자 나그네가 되어 본 사람은 돌아와 무리 속에 섞여도 덜 휩쓸리고, 자기 자리를 더 단단히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몸담아 사는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안다면 어디서나 참고 견뎌야 할 일들이 있다."
- 삶이 힘들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며, 그 힘듦을 어떻게 견디고 다루느냐에 따라 내 얼굴과 말투,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 서서히 달라집니다. 어디에 가도 불편함은 조금씩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중도는 불교의 근본적인 사고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적당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대립적으로 생각되는 양극단을 부정하고 가장 합당한 자주적인 행동 양식을 취함이다. "
- 중도란, 결국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세우는 일입니다. 나의 욕심과 타인의 필요를 한눈에 담으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최선의 발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참된 앎이란 타인에게서 빌려 온 지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몸소 부딪혀 체험한 것이어야 한다. 다른 무엇을 거쳐 아는 것은 기억이지 앎은 아니다."
- 스마트폰으로 세상 소식은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진짜 아는지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책과 영상에서 얻은 지식은 길만 가리킬 뿐, 그 길을 걸을 때의 두려움과 숨 가쁨, 작은 성취감은 직접 부딪혀야 내 것이 됩니다. 비록 느리고, 서툴러도 내가 선택하고 넘어져 본 시간들이, 세월이 지나도 남는 진짜 배움이 됩니다.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얼마나 책하고 인연이 멀기에 강조 주간 같은 것을 따로 설정해야 한단 말인가."
-독서는 특별한 시즌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밥 먹고 물 마시듯 이어지는 생활을 리듬이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보다 한 문장을 두고 얼마나 오래 생각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때 책 읽기는 보여주기 용이 아니라, 내 마음을 돌보는 습관이 됩니다.
굽이굽이 북악산 자락을 돌아 내려서면, 성북동 중턱에 길상사 절집이 있다.
길상사 진영각에는 법정 스님의 숨결과 말씀이 지금도 꽃비처럼 내려, '법정 스님의 빈 의자'위에 머문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책을 읽다 보니, 진영각에 속했던 법정 스님의 귀한 시간과 익숙한 공간은 '법정의 빈 나무의자'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유산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비운 자리, 저절로 스며드는 편안함 속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삶'은 그가 남긴 귀한 어록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법정은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기셨다.
살아갈 날들엔 쓸데없는 인생 짐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며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리라.
법정의 귀한 말· 말· 말· · · 말속에서 소박하게 즐겼던 시간의 한 자락을 접으면서 책을 덮는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책을 책꽂이에 꽂는다.
이젠, 늘 법정 스님의 말속에 흐르는 향기를 느끼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