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 보이시나요?
네가 내게 왔다.
포동한 볼살에 장난기 많은 얼굴이 사랑받기 딱 좋은 인상이다.
우리는 A를 꼬집으면 아프다고 'Aㅏ' 소리 내는 이야기부터 했다.
그게 그리도 재밌는지,
너는 연신 까르르까르르 Aㅏ 소리를 따라 했어.
비록 A 가 내는 소리는 가끔 잊어도,
꼬집으면 'Aㅏ'소리 내는 이야기는 절대 잊지 않더라.
배가 볼록 나온 b 얘기도 했더랬지. 등이 둥그레 한 d 하고 참 많이 헷갈렸어.
그래도 괜찮아.
누구나 한 번쯤 지나가야 하는 길이더라고.
구를 닮은 g 가 '그그그그' 너를 간지럽히니,
고릴라가 너를 구하러 '그 그그 그그' 소리 내며 달려왔어.
그때마다 들리는 너의 웃음소리에 고릴라는 더욱 신이 났었단다.
우리는 그렇게 글자를 만나고 소리와 친분을 쌓아갔어.
네가 어제 큰 산 하나 넘었다는 걸 알까?
빨간 모자가 빨간 가방에 들어 있는 그림에 맞춰,
이 한 줄을 읽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런데 왜 산이냐고?
bag
red bag
a red bag
in a red bag
hat in a red bag
red hat in a red bag
a red hat in a red bag
There is a red hat in a red bag.
어때?
네 소리가 어떻게 들리냐는 물음에,
너는 수줍게
'좋아요'라고 하더구나.
그럼 되었지.
또 다른 세상을 열 수 있는 너만의 열쇠인데,
마음에 들어야지.
어느 해보다 더웠던 여름에 만나
어느새 파란 하늘의 가을로 계절은 바뀌어 있구나.
포동한 손가락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읽어가는
너의 눈빛을 보니
나도 모르게
쓰담쓰담하게 되더라.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