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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Oct 26. 2018

돼지고기 삼겹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1부

느리게 키우기부터 셰프 스펙의 등장까지 by 고기박사 김태경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한우는 여러 가지 요리 방법과 메뉴가 개발되어 있지만 돼지고기 소비 형태는 단조롭고 삼겹살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는 것은 우리역사 속에서 돼지고기가 지금처럼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내일을 준비하는 무기다. 오늘날 돼지고기(삼겹살)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고 앞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어떻게 변화할지, 과연 돼지고기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필자는 최근 돼지고기 시장의 트렌드를 느리게 키우기, 종의 다양성, 돼지곰탕의 출현 ,뼈등심 등 셰프 스펙의 등장,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돼지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총 7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자 한다.



1) 느리게 키우기


일미락의 성수점 매장 전경.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최고의 삼겹살집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집 혹은 우리나라 10대 삼겹살집 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 이들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에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그것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 식당의 삼겹살과 목심이 일반적인 돼지 삼겹살과 목심과 다르다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흑돼지예요?” “ 제주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 식당의 돼지들은 "느리게 키운 돼지"이다. 일반적인 규격돈으로 유통되는 돼지들은 생후 180일을 키워서 생체중이 110 ∼120kg 사이인데 이들 돼지는 그 사육기간이 일반 돼지들보다 최소 20∼30일 정도 더 길고 체중도 130kg 이상 흔히 이야기하는 모돈, 후보돈, 탈락돈 수준이다. 이렇게 느리게 키우면 지방 맛이 달라지고 육질도 일반적인 고기와는 조금 차이가 생기는데 소비자들이 이렇게 느리게 키운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즘 인기 있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도 사육기간이 20개월 정도가 되는, 느리게 키운 돼지다. 육질이 다르고 지방 맛도 진한 돼지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압축성장기에나 지금이나 생산 농가 입장에서 고기의 품질은 그다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고기의 품질로 생돈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중량에 의해서 가격이 정해지는 현 유통시스템에서 고기의 품질은 생산성이라는 이슈에 묻혀버렸었다. 그러나 이미 2,3년 전부터 사람들은 고기 맛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사례가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의 인기다.

 1990년대 대일 돈육 수출이 한창일 때 일본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이 참 간단했다. 후기 사료를 급여하고 180일 이상 110kg 정도의 돼지를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90년대 초반 평균 출하 체중이 90kg 대였던 돼지가 평균 체중이 100kg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또한 출하 전 비육돈 후기 사료의 급여로 육질 개선에도 신경을 쓰는 걸 보았다. 그래서 필자가 2007년 도드람포크 영업부장 당시 1805110 운동을 하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180일 사육하고 사료를 젖먹이 사료부터 후기 비육 사료까지 5단계로 급여하여 출하체중을 110kg으로 품질 좋은 돼지를 만들어 보자는 운동이었다. 그 결과인지 지금 도드람 포크에서는 190일 키운 더 느림이라는 브랜드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흔히 지금을 저성장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살았다. 압축 성장기의 양돈산업은 물량의 공급이 우선과제였다면 우리가 살아갈 저성장의 시대는 질적 성장, 품질을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 종의 다양성



YBD 품종의 탄생 과정.



 1930년 전국의 가축 통계를 살펴보면 소는 1,611,585두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돼지는 1,386,891두, 이 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 1931년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1930년에 조선반도에 소가 160만두나 키우고 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돼지 이야기만 해 보자. 1,386,891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럼 2017년 천만두가 넘어가고 있는 지금의 돼지 종은 어떻게 될까? 일제강점기보다 통계조사가 발달된 지금 필자는 한 번도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돼지의 종별 분포를 본 적이 없다. 아니 필자가 관심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 1000여 종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아는 한에서는 우리나라에 사육되고 있는 돼지도 크게 5종 정도는 개발 집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첫째, LYD. LYD는 몸집이 크고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Yorkshire)와 번식력이 좋고 새끼를 잘 돌보는 랜드레이스(Landrace)를 교배시켜 나온 1대 잡종을 육질이 우수하고 고기 생산량이 많은 듀록(Duroc)과 교잡해 만든 품종으로 생산성 측면에서는 최고인 품종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돼지고기의 품종을 개량·개발하는 선진국에서는 돼지고기 소비의 60% 이상을 육가공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고기 맛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둘째, 버크셔. 버크셔는 영국 남부 지방에서 개량된 종으로 앞의 1930년대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1900년대 초반 외래종으로 조선반도에 도입되어 1930년대 전체 사육두수의 35.4%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아마도 육백이라고는 하지만 몸통이 검은색이었고 체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재래종 흑돼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친숙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우리나라 육류 소비문화가 구이보다는 삶고 끓여먹는 문화인 걸 감안했을 때 독특한 국물 맛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있었을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버크셔는 근섬유가 촘촘해서 저작감이 매우 우수하고 감칠맛이 좋으며 지방 맛도 고소하다. 지금은 육종전문가 박화춘 박사가 2004년 미국에서 순종 버크셔를 들여와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게 토착화시킨 버크셔K가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셋째, YBD. YBD는 종돈전문업체인 다비육종이 개발한 품종이다. 육질이 뛰어난 버크셔와 듀록의 교잡종으로 피부 표면에 거뭇거뭇한 얼룩무늬가 있어 얼룩도야지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YBD는 육질이 좋은 버크셔와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를 교배시켜 만든 다비퀸 골드에 마블링이 풍부한 듀록을 교배시킨 삼원교잡종이다. LYD보다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고기의 조직감과 지방의 풍미가 좋으며 최종 산도와 보수력 등이 우수하고 붉은 고기색과 가는 근섬유로 식감 또한 부드럽다. 최근 신도세기라는 최고급 삼겹살 식당에서 브랜딩을 책임지고 판매, 홍보하고 있다. 삼겹살은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홍보하는 것이 마트에서 홍보하는 것보다 홍보 효과가 크다. 도드람포크(한돈)가 지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건 1990년대 중반 도드람 한마당이라는 식당 운영이 큰 몫을 했다.

 넷째, 제주 흑돼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돗통에서 재래 흑돼지를 한두 마리씩 키웠다. 밭농사가 많은 제주에서는 흑돼지 똥이 최고의 퇴비였기 때문이다. 몸 전체가 빛나는 검은 털로 덮여 있으며 얼굴이 좁고 턱이 곱다. 알으로 쫑긋 곧추선 작은 귀가 특징이다. 30KG 이 넘지 않을 정도로 몸집이 작고 날씬하며 성장이 느린 것이 단점이다. 한때는 번식이 잘 되고 몸집이 큰 외래종과 교배를 권장하며 순종 재래 돼지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현재 복원되어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외래종과 교잡된 흑돼지가 사육 유통되고 있는데 2012년 조사에는 전문 흑돼지 농장은 약 17 농장으로 5만에서 7만두 정도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은 일일 약 300여두가 도축되고 있다. 흔히 제주 흑돼지와 교잡한 외래종이 버크셔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는 버크셔보다는 요크셔가 강하다고 한다. 아마 1950년대 중반에는 일본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의 80%가 중요크셔였다고 하는데 일본의 양돈과 제주도의 양돈의 연관성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섯째, 듀록. 듀록은 미국 뉴저지의 적색 대형종 저지레드와 뉴욕주에서 사육하던 털이 붉은 듀록을 교잡해 만든 품종이다. 그래서 듀록 저지라고도 부른다. 담홍색부터 적갈색까지 털 색깔이 다양하다.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둥그스름한 반월형이다. 체격에 비해 머리가 작은 편이며 귀는 앞으로 서있거나 끝이 아래로 처진 형태다. 듀록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고기 색이 진하고 근내 지방 함유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다.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고기의 맛과 품질이 우수하지만 순종 듀록은 개체수가 적어 육질 향상을 위한 교잡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듀록 역시 다비육종에서 키우고 신도 세기라는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상 최근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되고 있는 돼지 품종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지만 확실한 사육두수나 도축두수의 통계자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YD를 제외한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버크셔는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YBD, 듀록은 이미 시작된 식당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주 흑돼지는 이미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스페셜티 돈육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명성은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돼지 품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스페인산 이베리코를 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돼지 품종의 다양성의 화두가 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이베리코가 화제가 되는 건 한우 시장의 어려움과 연관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우 전문점들이 김영란법 이후 소비 둔화를 극복하는 차별화의 방향으로 차별성이 강한 이베리코 돼지를 취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햄 등의 원료육으로 사육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가 단순 구이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겠다. 


3) 돼지곰탕의 출현


광화문국밥의 돼지국밥. 광화문국밥은 2019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되었다.



왜 서울에서는 순대국은 되고, 돼지국밥은 안 되는 거야?

 10년 전에 도드람 양돈조합 진길부 조합장이 우리도 돼지국밥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범적으로 돼지국밥 사업을 검토 어느 대학 구내식당에서 시범판매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에서 느낀 점은 돼지국밥이 앞다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라 원가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리고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무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드람은 본래 순댓국 사업을 시작하여 부산물과 저지방 부위를 활용하는 식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돼지는 복합 유기 생산체라 돼지 한 마리 부위별로 균형 있는 판매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삼겹살에 편중된 소비 선호 하에서는 기타 부위를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늘 숙제다. 작년 초 몽로의 주방장 박찬일 셰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돼지국밥집을 하나 열어야겠으나 제주산 돼지고기를 좀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돼지국밥이라! 그것 서울에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될까?’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나름 백년식당을 찾아다니고 취재한 박찬일 셰프의 내공을 기대하고 고기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그리곤 광화문 국밥집이 진짜 오픈을 했다.



질문 : 돼지국밥의 본향이라 할 부산하고는 전혀 다를까?
응답 :이름은 같지만 서울 음식이라고 봐야 한다. 장국밥에 가깝다. 


 기록에 남은 ‘무교탕반’의 맥을 잇는다고 생각한다. 돼지장국밥이라고 하면 맞겠다. 부산도 돼지국밥이 터프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동네마다, 음식점마다 다르다. 부산에 가면 ‘신광국밥’이나 ‘할매국밥’에 많이 가는 편이지만 다른 집에 가도 맛이 없었던 적은 별로 없다. 동네마다 웬만큼 하는 집은 곳곳에 있다 일반 돼지보다 비싸고 맛도 다르다. 아미노산 구조가 다르다. 소고깃국 맛도 난다. 감칠맛이 일반 돼지의 2배쯤 된다. 고기는 10일~2주 숙성해서 쓴다. ‘몽로’에서는 3주 숙성한다. 그렇게 해서 국밥을 만들면 소고기로 끓이던 서울 장국밥 맛과 비슷하다. 해보니까 예전 무교동 장국밥과 비슷하게 나왔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은 초기 사골 등 돼지 뼈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크셔 앞다리, 뒷다리를 5:5로 사용해서 국물이 곰탕처럼 맑다. 버크셔를 끓였더니 닭국물 맛이 난다. 사람들이 광화문 국밥에는 닭발이나 닭뼈가 들었다고 추측하고 블로그에 아는 척을 한다. 아마도 버크셔라는 전혀 새로운 경험 때문이다. 요즘 광화문국밥에서 초기 버크셔 대신 듀록 앞뒷다리로 광화문 국밥을 끓이고 있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집과 거의 같은 시기, 합정동에 옥동식이란 돼지곰탕집이 생겼다. 돼지곰탕은 낯선 이름이다. 음식점 메뉴로는 쓴 적이 거의 없는 말이다. ‘돼지국밥의 새로운 장’이라거나 ‘새로운 장르’라는 평이 나온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흔히 먹는 돼지국밥과는 보기에도 같은 음식이 아니다. 곰탕은 놋그릇에 한 김 뺀 쌀밥을 담고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수육을 몇 장 얹어 뜨거운 국물에 몇 차례 토렴(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을 해서 낸다. 투명에 가깝게 맑은 국물 맛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첫인상이 하동관 곰탕과 흡사하다. 버크셔 K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5:5로 사용하는데 역시 닭국물 맛이 난다. 어쩌면 이런 버크셔의 국물 맛이 20세기 초반 수입된 외래종중 가장 보급이 팔랐던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일 세프의 말에 의하면, 같은 고기를 끓였을 때 버크셔나 듀록이 일반돼지(LYD)보다 더 진한 국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광화문국밥과 옥동식의 돼지곰탕을 서울식 돼지국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식 돼지국밥의 의미는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앞다리와 뒷다리 요리의 확대다. 구이 중심의 고기문화 속에서는 앞다리와 뒷다리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끓이는 탕고기로는 아주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습식음식문화가 강한 우리에게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버크셔나 듀록 같은 특수 품종은 생산량이 적고 원가가 높아 유통 가격이 비싼 편인데, 서울시 돼지국밥 같은 메뉴가 보급되어 앞다리와 뒷다리의 소비가 확대되면 삼겹, 목심 등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다. 이는 한돈산업이 늘 고민하던 저지방 부위의 소비확대와 품종 다양성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구워 먹는 고기와 삶아 먹는 고기의 차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 책에는 이를 지방이 많은 도시형 고기와 지방이 적은 농촌형 고기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생산 이용하던 모든 고기는 구이용 즉 도시형 고기였고 이제는 지방이 적고 삶아 먹기에 안성맞춤인 고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4)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신도세기의 시그니쳐 숄더랙. 목살과 소량의 갈비살이 포함되도록 정형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소위 브랜드 돈육이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등삼겹이나 목전지 부위가 삼겹살이나 목살 등의 고급 부위로 정육점에서 판매되었다. 그래서 초기 브랜드 돈육 회사에서는 정품 삼겹살과 목심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그동안 정육점에서 등심을 삼겹과 같이 삼겹가격으로 팔았고 전지를 목심과 함께 목심 가격으로 팔았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스펙의 규격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고기에 대한 상식이 늘어나고 지육 중심의 유통이 부분육 박스로 유통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정해진 스펙 이외의, 요리에 적합한 나만의 스펙으로 고기를 구매하는 것이 한동안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돼지식당의 본삼겹(뼈삼겹살), 신도세기의 숄더랙(양갈비스타일), 몽로의 본인로인 스테이크 (뼈등심), 제주만덕식당의 교차숙성 뼈등심, 고메구락부의 통뼈등심(뼈등심) 시간돼지의 통립750그람 (뼈등삼겹), 교대이층집의 꽃삼겹(이건 스페어립작업을 한 이겹살) 심지어는 돼지 티본스테이크까지 자신들의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나오고 있다. 삼겹살과 목살 등 한정된 스펙으로 차별화가 어려웠던 식당들이 자기들의 개성 강한 스펙의 신메뉴를 개발 시판함으로써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부위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삼겹살을 선호하는 건 돼지고기 소비에 익숙하지 못한 역사의 산물이고 압축성장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식당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메뉴,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메뉴로는 삼겹살 구이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가 유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떤 이는 스테이크를 정상적으로 요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급한 성격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우리는 테이블에 화로를 가져다 놓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직화구이를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다고 했지만 이제는 좀 천천히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맛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식당 사장님이나 셰프들이 고기 공부를 더 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2부에 계속.



by 고기박사 김태경



*사진출처

 다비육종 홈페이지 http://www.darby.co.kr/business/product/stain_pig.php

 네이버 일미락 매장정보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entry=plt&id=38349 758&query=%EC%9D%BC%EB%AF%B8%EB%9D%BD&tab=photo&photoIndex=undefined#_tab 



*참고문헌: [중앙일보] [이택희의 맛따라기] 주인도 먹고 싶어 만드는 돼지국밥·냉면…박찬일의 ‘광화문국밥’ 

                  [중앙일보] [이택희의 맛따라기] 손님 줄보다 음식이 먼저 동난다 … ’옥동식’의 버크셔K 돼지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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